증손 “일괄 기증” 뜻… “의병 연구 중요”
충북 제천시가 항일 의병장 정운경(1861~1939) 선생의 유물을 후손으로부터 기증받았다. 정운경은 제천 출신 유학자이자 의병장으로 유인석이 이끈 호좌의진에서 전군장으로 활동했으며 1977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시는 4일 시장실에서 정운경 선생의 증손 정기용(83)씨로부터 제천의병 관련 유물 46점을 기증받고 기증식을 열었다. 이상천 제천시장은 정씨에게 기증증서와 유물 영인본(원본을 사진 등으로 복제해 만든 자료) 액자를 전달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번 유물은 대부분 고문서다. 의병 활동과 국권 회복 투쟁, 중국 망명과 황해도 유배 시기를 보여주는 문서와 고서로 구성됐다.
가장 주목받는 자료는 '정운경 차첩'이다. 호좌의진을 이끈 유인석이 정운경을 전군군사·전군장(선봉 부대를 지휘한 장수)에 임명했다는 내용이다. 차첩은 직책에 임명할 때 내리는 문서로 지금의 임명장에 해당한다. 시 관계자는 “유인석이 직접 써서 전달한 임명장이라는 점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자료로 본다”고 밝혔다. 정운경이 의병진 안에서 맡은 지위와 역할을 문서로 확인해 주며 호좌의진의 조직과 지휘체계를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이와 함께 호좌의진 소속 부대별 병사 명부와 1896년 압록강을 건너 망명한 유인석 외 19명의 명단도 포함됐다. 전군 상황과 의병대장의 지시를 전달한 문서도 있다. 시 관계자는 망명자 명단에 대해 “인물 정보가 이미 알려져 있었다 해도 이를 기록한 서류가 확인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망명 이후 청나라 관리 등에게 지원을 요청한 문서는 국내 무장투쟁에 그치지 않고 국외에서 도움을 구했던 의병의 활동을 보여준다. 안승우·서상렬·유인석 등 주요 인물이 주고받은 편지인 간찰, 황해도 유배 중 가족에게 보낸 한글 편지, 유배 중 의병들과의 교류를 기록한 ‘동고록’ ‘북유건연’ ‘서도잡록’도 들어 있다.
정운경이 어상천면장을 지낸 시기와 관련한 문서와 격고문(의병 참여를 호소하며 널리 알리는 글), 행장(고인의 일대기를 적은 기록) 등도 포함돼 의병 활동 외 향촌 사회에서의 행적을 가늠할 자료로도 쓰일 수 있다.
기증은 고령의 증손이 가문에 전해 온 유물을 일괄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뤄졌다. 시 관계자는 “이번에 가문 소장 유물을 한꺼번에 기증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당분간 유물을 보관하며 검토와 조사,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의병은 오늘날의 군대처럼 체계화된 조직이 아닌 데다 은밀히 움직였기 때문에 관련 자료가 여러 곳에서 나온다”며 “연구할 대상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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