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남정훈 기자] 역시 삼성 타선의 핵심은 ‘캡틴’ 구자욱이었다. 완패 분위기로 흐르던 경기를 홈런포 하나로 분위기를 바꿔냈다. 결국 경기는 패했지만, 구자욱의 홈런으로 물꼬가 트이면서 삼성은 남은 시리즈에서 한 번 해볼만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삼성은 지난 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7전4승제) 1차전에서 7-8로 석패를 당했다. 역대 42번의 KS에서 1차전 승리 팀이 우승을 차지한 건 31번으로, 이날 승리로 KT는 73.8%의 확률을 잡았다. 반대로 삼성은 26.2%의 확률에 몰린 셈이다. 물론 삼성은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고 있다. 전후기리그 및 양대리그 시절을 뺀 단일리그 체제에서 치러진 35번의 한국시리즈에서 무려 30번이나 정규리그 1위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경기에서 삼성은 초반에 승기를 내줬다. 선발 최원태가 1회에만 3안타, 1볼넷을 내주며 석점을 내줬고, 3회엔 무사 2루에서 안현민에게 투런포를 얻어맞고 2이닝 5실점이라는 ‘최악투’로 인해 마운드에서 쫓겨났다.
일찌감치 승기를 내줬으니 필승조를 투입할 수 없었다. 플레이오프에서 등판 경험이 없는 양창섭과 장찬희, 임기영으로 최원태 조기 강판으로 인해 벌어진 틈을 메워야 했다. 장찬희가 5회 한승택에게 솔로포, 임기영이 김현수에게 투런포를 맞으며 0-8까지 벌어졌다.
반면 KT의 선발 대니엘은 달랐다. 정규리그 수원 홈에서 5경기에 등판해 4승 1.16을 기록했던 기세가 이날도 이어졌다. 6회까지 피안타 딱 2개만 허용하며 무실점 완벽투로 순항했다.
완패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순간, 구자욱이 분연히 나섰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대니엘은 선두타자 박승규에게 안타를 맞았고, 구자욱이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대니엘에게 1회 첫 타석에 삼진,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1루 땅볼로 물러났지만 7회엔 달랐다. 볼카운트 1B-2S에서 6구째 체인지업이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걸치게 들어온 것을 힘껏 밀어쳤고, 타구는 쭉쭉 뻗어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가 됐다.
KIA와의 플레이오프에서 결승타도 때려내긴 했지만, 5경기 타율 0.150(20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타격감 자체는 다소 떨어져있던 구자욱에겐 너무나 반가운 홈런포였다. 이번 포스트시즌 첫 홈런이자 생애 첫 한국시리즈 홈런이기도 했다.
구자욱의 홈런포로 영봉패 위기에서 벗어난 삼성 타선은 이후 180도로 달라졌다. 구자욱의 홈런 이후 7회에만 안타 4개가 더 터져나오며 석점을 추가해 5-8까지 따라붙었다.
구자욱은 8회엔 찬스 메이커 역할을 해냈다. 선두타자 박승규가 사이드암 김정운에게 볼넷을 골라나가자 KT 벤치가 움직였다. 좌완 오원석을 올렸다. 나올 타자들이 구자욱-디아즈-김성윤-김영웅-류지혁까지 좌타자만 내리 5명이라는 것을 감안한 교체였다. 그러나 구자욱이 안타로 무사 1,2루를 만들어냈고, 디아즈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김성윤의 중전 적시타로 6-8까지 따라붙었다. 흔들린 오원석은 김영웅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마무리 박영현을 9회에 올리고 싶었던 이강철 감독은 역전패 당할 위기에 놓이자 박영현에게 ‘5아웃 세이브’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류지혁은 박영현의 2구째 149km 직구를 밀어쳐 좌익수 방면 라인 드라이브 타구를 만들어냈다. 다소 짧긴 했어도 충분히 희생플라이 타구가 될 수 있었지만, 3루 주자가 햄스트링 힘줄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안된 구자욱이라는 게 불행이었다. 무리한 주루를 자제하고 있는 구자욱은 터치업을 포기했다. 이어진 2사 만루에서 박영현의 어이 없는 폭투가 나오며 구자욱은 여유있게 홈을 밟을 수 있었다. 대타 김현준이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나고,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박영현이 이재현, 대타 전병우, 박승규를 모두 슬라이더 위닝샷으로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경기는 7-8, 삼성의 패배로 끝났다.
0-8로 지나 7-8로 지나 1패는 1패지만, 박진만 감독은 희망을 봤다며 위안했다. 경기 뒤 박진만 감독은 “0-8에서 7-8까지 갔다. 경기는 졌지만, 소득은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남은 시리즈에서도 중후반 싸움이 되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준 게 긍정적이라고 본다. KT 필승조가 나와도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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