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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평화헌법’ 공포 80주년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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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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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가 임박한 2014년 10월 초 노르웨이 오슬로 국제평화연구소(PRIO)에서 날아든 소식 하나가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다. ‘일본 헌법 9조’ 그리고 ‘헌법을 지키는 일본인’이 아주 유력한 노벨평화상 후보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일본을 이끌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보수 자민당 내각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헌법 9조 개정이 가장 중요한 국정 과제들 중 하나라고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보니 일본 말고 파키스탄의 인권 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당시 17세)가 역대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일본 정부는 속으로 안도했을 것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0월28일 기자회견 도중 발언하고 있다. 다카이치는 흔히 ‘평화 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 9조의 개정을 강력히 희망한다. EPA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0월28일 기자회견 도중 발언하고 있다. 다카이치는 흔히 ‘평화 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 9조의 개정을 강력히 희망한다. EPA연합뉴스

일본 헌법 9조는 크게 2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첫번쨰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 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 두 번쨰는 ‘육·해·공군은 물론 그 밖의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일본을 ‘군대를 가질 수 없는 나라, 그래서 전쟁도 불가능한 국가’로 규정한 셈이다.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일본 헌법이 ‘평화 헌법’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일본은 군대나 다름없는 자위대(自衛隊) 조직을 갖고 있다. 세계 4위 경제 대국답게 막강한 전력을 자랑한다. 일본 우익 세력은 헌법 9조를 고쳐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인정하고 또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바꿀 것을 요구한다.

 

평화 헌법은 ‘맥아더 헌법’으로도 불린다. 더글러스 맥아더(1880∼1964) 미국 육군 원수가 2차대전 패전국 일본을 점령하고 다스리던 시절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맥아더 사령부의 엘리트 법무장교들이 일본 평화 헌법 초안을 기초(起草)했다는 주장이 한때 정설로 통했다. 이는 “일본 국민 의지와 무관하게 (미국에 의해) 강요된 헌법인 만큼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우익 세력의 논리를 뒷밤침하는 근거로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는 일본 정치권이 먼저 평화 헌법을 제안했음을 보여준다. 미국이 폐지를 요구한 천황(天皇) 제도를 지키고자 차라리 전쟁할 권리를 포기한 타협이란 것이다.

 

지난 8월 15일 도쿄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한 사람들이 욱일기와 일장기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15일 도쿄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한 사람들이 욱일기와 일장기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현 일본 총리는 한국에서 ‘여자 아베’로 불린다. 아베 전 총리 시절의 보수적 정책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았기 때문인 듯하다. 헌법 9조를 고쳐 일본을 ‘군대가 있는 나라’, 더 나아가 ‘전쟁도 가능한 국가’로 만들겠다는 다카이치 총리의 의지는 확고하다. 다만 일본 언론의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다. 1946년 11월3일 일본 평화 헌법이 공포되고 꼭 80년이 흐른 3일 요미우리(讀賣)신문은 “국회에서는 아직 개헌 분위기가 고조되지 않았다”며 “개헌 발의는 점점 험난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헌법의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 원칙이 계속 유지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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