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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여정 “사이버범죄국 매도 말라”… 대북 제재 의제화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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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채원·김범수·김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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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배후 지목에 이례적 반발

金 “美가 국제여론 호도해 도발”
APEC 앞 대화 걸림돌 제거 역공
가상자산 1290억 상당 세탁 정황

체제유지 등 자금 조달 차질 우려
고강도 도발 위한 명분쌓기 분석

美 “北, 대량살상무기 자금조달용
사이버범죄에 더욱 더 의존해와”

미 연방수사국(FBI)이 북한을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8조원대 해킹 사건의 배후로 지목한 데 대해 김여정(사진) 노동당 총무부장이 북한의 “존엄을 폄훼하는 정치적 도발”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이 그간 관련 비판에 반응하지 않거나 외무성 차원에서 대응해 온 것과 달리, 김 부장이 직접 입장을 표명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미 대화 재개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불법 사이버 활동이 새로운 대북 압박 의제로 부상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란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북한이 가상자산 해킹을 통해 확보한 돈이 핵무기, 미사일 개발의 자금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 로이터연합뉴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 로이터연합뉴스

◆김여정, “워싱턴 적대적 자세 재확인”

 

김 부장은 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이 세계 각 곳에서 발생하는 싸이버사기 행위들이 모두 우리의 소행인 듯이 국제 여론을 오도하는 것은 명백히 우리에 대한 엄중한 정치적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우리를 ‘싸이버범죄국’으로 매도하려고 기도하고 있지만 미국의 주장은 황당무계한 낭설”이라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국제적 영상에 손상을 주고 우리의 존엄과 국위를 폄훼하려는 불순한 시도”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계기에 우리는 워싱턴의 대조선 적대적 자세를 다시금 확인했다”며 “미국의 적대적 태도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재고해 볼 문제들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북 제재가 장기화한 상황에서 가상자산 탈취는 북한이 제재를 우회해 체제 유지와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확보하는 주요 수단으로 지목돼 왔다. 북한으로서는 사이버 범죄 혐의가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와 압박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김 부장이 직접 반응한 데 대해 “바이러스 해킹 사태의 국제적 파장이 확산되자 사안을 엄중하게 생각해 벽을 높여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며 “최근 북한이 정상국가를 표방하며 외교적 외연을 넓혀가면서 국제적 위신을 신경 쓰는 듯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북·미 대화 재개 국면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미 의회와 재무부를 중심으로 대북 제재 및 압박 강화 요구가 커질 경우, 이달 중순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에이펙 정상회의를 전후해 조성될 수 있는 북·미 대화 재개 분위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대화 재개 국면에서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상황에서 사이버 범죄 의혹이 대화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을 차단하고자 ‘역공’을 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지속해서 도발한다’는 명분을 축적해 향후 또 다른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경우 그 책임을 미국 측에 전가하는 근거로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로이터연합뉴스

◆美, “미사일 개발 위해 北 사이버범죄 의존”

 

미국은 북한이 가상자산 탈취와 자금 세탁을 통해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 국무부는 2일(현지시간) 바이낸스 해킹 배후로 북한이 지목된 것과 관련한 한국 언론의 질의에 “북한은 최근 몇 년간 국제 제재를 회피하고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자금 조달을 위해 사이버범죄에 더욱더 의존해왔다”며 “가상자산 탈취 및 자금 세탁은 북한 전략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북한 해커들은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탈취한 63억달러(약 8조4000억원) 중 동결자산을 제외하고 약 33억달러를 통제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세탁 정황도 포착됐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와 룩온체인은 탈취된 가상자산이 임시지갑에서 솔라나(SOL) 네트워크 등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렇게 확보한 솔라나 토큰 중 97만522개(약 1290억원 상당)가 비트코인으로 교환됐다고 밝혔다. 체이널리시스 관계자는 “(세탁 과정은) 몇 주, 몇 달, 어쩌면 몇 년이 걸릴 것”이라며 “그들은 오랫동안 자금을 묵혀 두면서 현금화할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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