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예비부부가 지인에게 결혼 소식을 알리며 식사를 대접하는 ‘청첩장 모임(청모)’이 사실상 결혼 준비의 필수 관문으로 굳어졌다. 기혼자 10명 중 약 9명이 예식 전 청첩장을 매개로 지인을 대면한 것으로 조사됐다. 모바일 청첩장이 보편화됐음에도 대면 초대를 예의로 여기는 인식이 여전해 예비부부의 예식 외 지출 부담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 기혼자 88.7% “청첩장 모임 진행”…평균 10.81회 만나 남성 5만원·여성 3만원 지출
23일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오픈서베이를 통해 올해 하반기 기혼자 500여 명을 대상으로 결혼 준비 과정의 청첩장 모임 진행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8%는 신랑과 신부 양가 모두 청첩장 모임을 진행했다고 답했다.
공식적인 모임 대신 일부 지인과 소규모로만 만났다는 응답은 27.5%를 차지했다. 신랑 측이나 신부 측 가운데 한쪽만 진행했다는 응답은 3.4%였다. 청첩장 모임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8.6%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기혼자 88.7%가 결혼식 전 청첩장을 건네기 위해 지인과 만남을 가진 셈이다.
청첩장 모임을 진행한 기혼자들은 결혼 전까지 평균 10.81회 모임을 가졌다. 참석자 1인당 지출 비용은 성별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1인당 대접 비용은 남성 5만원, 여성 3만원으로 집계됐다.
가연 관계자는 “남성 측 청모는 주로 저녁 술자리 위주로, 여성 측은 점심이나 카페에서 이뤄지는 경향이 있어 지출 차이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단순 계산하면 예비부부의 청첩장 모임 총지출 규모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기혼자 평균 모임 횟수인 10.81회를 기준으로 회당 지인 3명에서 4명을 초대하고 1인당 3만원에서 5만원을 지출한다고 가정할 경우, 예비부부 한 쌍이 청첩장 모임에만 쓰는 비용은 적게는 100만원 안팎에서 많게는 200만원을 웃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전국 평균 결혼서비스 계약 금액이 2139만원 수준이고 예식장 1인당 식대 중간 가격이 전국 6만원, 서울 8만원 선까지 치솟은 상태다. 본식 비용 상승에 더해 10여 차례 이어지는 외식 대접 비용까지 겹치면서 청첩장 모임이 예비부부의 실질적인 부담을 가중하는 모습이다.
◆ 미혼자 68.3% “청첩장 모임 필요”…적정 대접 비용도 실제 지출과 일치
미혼자들 역시 청첩장 모임을 당연한 절차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했다. 가연이 같은 시기 미혼자 500여 명을 대상으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8.3%가 청첩장 모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31.6%)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미혼자들이 꼽은 1인당 적정 식사 대접 비용 역시 남성 5만원, 여성 3만원이 가장 많았다. 이는 기혼자들이 실제로 가장 많이 지출한 금액과 정확히 일치한다.
미혼자들이 청첩장 모임을 필요로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관계의 친밀도 확인’이었다. 필요성을 긍정한 응답자 중 52.6%(복수 응답)는 ‘상대방이 나를 직접 만나 결혼 소식을 전할 만큼 소중한 인맥으로 생각해 준다는 느낌을 받아서’를 1순위로 꼽았다.
이어 ‘연락이 뜸하다가 대면 만남도 없이 모바일 청첩장만 보내는 것은 성의가 없다고 느껴져서’와 ‘결혼 소식을 계기 삼아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편하게 회포를 풀 수 있는 자리라서’가 각각 44.8%를 기록해 공동 2위에 올랐다.
다음으로는 ‘결혼식에 초대받고 축의를 하는 만큼 직접 만나서 식사 대접을 받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해서’가 38.2%, ‘직접 대화하며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이나 결혼식 참석 의지가 더 생기기 때문에’가 32.1%로 뒤를 이었다.
◆ 불필요 응답 1위는 ‘결혼 비용 부담’…하객도 시간·축의금 압박 호소
반면 청첩장 모임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미혼자(31.6%)들은 경제적·시간적 부담을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불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의 61.3%(복수 응답)는 ‘신랑·신부에게 불필요한 결혼 비용 부담을 주는 문화 같아서’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하객 입장에서 느끼는 피로감도 적지 않았다. ‘결혼식 참석 외에 개인 시간을 따로 내서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라는 응답이 36.9%로 2위를 차지했다.
식사 대접이 곧 축의금 액수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부담도 확인됐다. 응답자의 33.1%는 ‘청첩장 모임에서 대접을 받으면 결혼식 당일 축의금을 더 많이 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생겨서’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굳이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모바일 청첩장이나 전화·메시지만으로도 충분히 축하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가 30.6%, ‘결혼식을 앞두고 체중 관리나 예식 준비로 바쁜 신랑·신부에게 정신적·시간적 부담이 될까 봐’가 21.9%로 집계됐다.
가연 관계자는 “청첩장 모임은 결혼 소식을 직접 얼굴을 보고 전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여전히 의미가 크지만, 횟수가 늘어날수록 예비부부에게는 적지 않은 비용 부담이 된다”며 “모임을 했는지 여부로 친밀도를 따지기보다, 가까운 사람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데이터는 모바일 청첩장 확산이라는 디지털 전환 속에서도 한국 사회의 경조사 문화가 여전히 ‘대면 예우’와 ‘상호 호혜성’ 규범에 강하게 묶여 있음을 보여준다.
청첩장 모임이 필요하다는 미혼자의 38.2%가 축의금 지출의 반대급부로 식사 대접을 꼽았고 불필요 응답자의 33.1%가 식사 대접에 따른 축의금 증액 부담을 지목한 대목은, 청첩장 모임이 단순한 축하 자리를 넘어 사전 정산 성격의 사회적 교환 절차로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외식 물가와 예식장 식대가 동반 상승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관행이 유지될 경우 예비부부와 하객 모두의 경제적 피로도가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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