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는 선고 전 노골적인 사법부 압박
대법원 최종 판결 기다리는 게 순리
서울고법이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오 시장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시장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깬 것이다. 지난해 오 시장을 기소한 이른바 ‘김건희 사건’ 특별검사팀(특별검사 민중기)의 상고로 유무죄의 최종 결론은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여야는 불필요한 정쟁으로 국민의 사법 불신을 초래하지 말고 최고 법원의 선고를 차분히 기다리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아울러 오 시장 측에도 이번 2심 판결을 계기로 심기일전해 시민들의 주거난 해소와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 등 소외 계층 지원에 전력을 기울일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특검팀에 따르면 오 시장은 지난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10차례에 걸쳐 무상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 선거운동에 활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오 시장이 내지 않은 여론조사 비용 3300만원을 그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씨가 대신 납부한 것으로 보고 김씨도 공범으로 재판에 넘겼다. 이날 재판부는 “오 시장이 명씨에게 의뢰했다는 여론조사의 범위 및 시기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명씨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명씨의 주장 말고는 뚜렷한 물증이 없으니 유죄 선고는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오 시장과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씨가 2심 단계까지 무죄가 선고된 점과 일맥상통한다고 하겠다.
김건희 특검법은 이재명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10일 원내 과반 다수당인 민주당 주도로 제정됐다. 애초 수사 대상은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 간의 ‘부당 거래’ 의혹으로 한정됐다. 그런데 민중기 특검팀은 명씨의 일방적인 진술 등을 근거 삼아 수사를 오 시장으로까지 확대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한 것은 당연했다. 오죽하면 올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의 유력 주자들을 하나둘 ‘제거’하려는 음모라는 주장까지 제기되었겠는가. 앞으로 대법원 상고심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나 특검팀은 무리한 수사가 아니었는지 반성함이 마땅하다. 정치인을 상대로 제기된 범죄 혐의의 유무죄 여부가 애매함에도 일단 재판에 넘겨 ‘망신’부터 주려는 옛 검찰의 못된 악습을 그대로 답습한 것은 아닌지 성찰하길 바란다.
특검팀의 행태보다 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민주당 유력 인사들의 도를 넘은 언행이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항소심 선고 몇 시간 전 방송에 출연해 오 시장 유죄 선고를 전제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누굴 내보낼지 고심 중이란 뜻이다. 국회 법사위 서영교 위원장은 22일 입장문을 통해 “법원은 오 시장에게 (1심 벌금형보다 무거운) 징역형을 선고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정치권이 대법원도 아니고 하급심 재판부를 상대로 이처럼 노골적 압박을 가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날 항소심의 무죄 선고로 민주당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 꼴이 되었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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