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41.7% ‘중앙정부가 주로 부담해야’…지자체 31.9%, 운영기관 9%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려도 서울교통공사가 누적 적자로 자본을 모두 잃는 완전자본잠식 시점은 1년 늦춰지는 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 기준만 손봐서는 도시철도 재정을 지탱하기 어렵고, 국비를 포함한 재원 분담 체계를 함께 고쳐야 한다는 연구 결과다.
23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부산·인천·대전·대구·광주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공동 발주하고 대한교통학회가 수행한 ‘도시철도 무임수송제도 지속 가능 방안 마련 연구용역’은 무임수송 연령을 70세로 올리는 방안을 주요 제도 개선 대안으로 제시했다.
공사는 전날 최종보고회를 열고 이 같은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이 연령 상향 효과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현행 65세 기준을 유지하면 서울교통공사는 2033년 완전자본잠식에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됐다. 70세로 올려도 그 시점은 2034년으로 1년 밀리는 데 그쳤다.
연구진은 “연령 조정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며 국비 지원을 포함한 실효성 있는 재원 분담 체계 개선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비용은 누가 내야 하나?
학회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2000명에게 무임수송 재원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물은 결과 10명 중 4명꼴인 41.7%가 ‘중앙정부가 주로 부담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이 31.9%였다.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자체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은 9%에 그쳤다.
무임수송 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1.5%가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유지할 필요 없다’는 응답은 24.4%였다.
보고서는 해외 주요 선진국이 정부가 결정한 교통복지 목적의 운임 감면에 대해 국가나 지자체가 손실을 보전하는 원칙을 세워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프랑스는 교통조세와 지자체 재정으로, 독일은 연방정부와 주정부 재정으로 나눠 부담한다.
학회는 “국내 무임수송이 ‘노인복지법’ 등에 근거한 제도인 만큼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 협의체를 꾸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협의체에서 부처별 역할을 분명히 하고, 지원 대상과 이용 실적을 바탕으로 비용 산정 기준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연구진은 정부가 국비 지원에 난색을 보이며 내세워 온 도시철도가 없는 지역과의 형평성 논리도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미 부처별로 이동권 보장과 교통복지를 위한 국비 지원 사업이 여럿 시행되고 있다는 이유다.
◆ 무임승차가 사회에 돌려주는 것은?
보고서는 노인 무임수송이 낳는 사회적 편익을 지난해 기준 연간 6506억원으로 추산했다. 극단적 선택·우울증 예방과 주요 질환 감소, 병원 방문 시간 절감 등 건강 분야가 3386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차량 운행비 절감과 교통사고 감소 등 교통·환경 분야 2293억원, 지역 상권 소비 활성화 등 경제 분야 827억원이 뒤를 이었다. 어르신의 외부 활동이 늘면서 생기는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한 추정치다.
다만 편익은 고령화와 함께 2035년 8983억원, 2050년에는 무려 1조598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편익이 커지는 만큼 적자도 불어난다.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합산 당기순손실은 지난해 1조4821억원에서 2030년 1조9139억원, 2050년에는 무려 3조1486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한영희 서울교통공사 기획본부장은 “연구를 통해 무임수송제도 유지를 위한 공공 재정 투자는 충분한 경제적 타당성을 갖는 정책적 선택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 65세 무임, 42년 전 기준 그대로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의 뿌리는 1980년대 노인복지법 시행령이다. 1982년 제정된 시행령은 65세 이상에게 지하철 요금을 절반 깎아 주도록 했고, 1984년 6월 개정으로 할인율이 100%가 되면서 전액 무료가 됐다.
지금도 노인복지법은 국가나 지자체가 65세 이상에게 수송시설을 무료나 할인 요금으로 이용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시행령은 도시철도 할인율을 100%로 정하고 있다.
그사이 인구 구조는 크게 달라졌다. 국가데이터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4년 4.1%에서 지난해 20.3%(추계치)로 높아졌고, 2050년에는 40.1%에 이를 전망이다.
◆ 서울은 버스비부터 70세, 대구는 단계 상향 중
한편 무임 연령 70세 상향은 지자체 차원에서 이미 논의되거나 시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의 제안을 받아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올리는 방안과 어르신 교통 지원을 버스로 넓히는 방안을 함께 논의할 공청회를 공동으로 열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7월 13일 ‘서울특별시 어르신 교통비 지원 조례’를 공포했다. 서울에 사는 70세 이상 어르신에게 시내·마을버스 요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예산 범위 안에서 지원할 수 있게 한 조례다. 지하철 무임 연령은 이 조례에 담기지 않아 65세 기준이 그대로다.
대구시는 앞서 조례로 시내버스·도시철도 무임 대상을 70세 이상으로 정하고 2023년 7월부터 연도별 나이 기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 조례에는 운영기관의 손실비용을 시가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도 함께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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