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만에 저연봉 구단끼리 우승 다툼
도루·번트 앞세운 정교한 야구 주목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은 부자 구단들이 가을야구에서 사라졌다. 대신 적은 돈으로 강한 팀을 만든 두 구단이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홈런과 삼진이 지배하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올해 월드시리즈는 ‘스몰마켓’ 구단들이 기동력과 작전을 앞세운 '스몰볼'의 진수를 보여줄 전망이다.
2026 MLB 월드시리즈(7전4승제)는 한국시간 24일 오전 9시 아메리칸패밀리필드에서 열리는 1차전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자웅을 겨루는 주인공은 내셔널리그 챔피언 밀워키 브루어스와 아메리칸리그 우승팀 탬파베이 레이스다. 두 팀 모두 대표적인 '스몰마켓' 구단으로 꼽힌다.
스몰마켓 구단이란 연고지의 인구와 방송시장, 광고 및 상업적 수익 기반이 상대적으로 작아 뉴욕 메츠나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처럼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기 어려운 팀을 뜻한다. 밀워키는 MLB 구단 연고지 가운데 TV 시장 규모가 가장 작은 곳이다. 탬파베이는 시장 규모 자체가 최하위권은 아니지만 선수단 연봉 지출이 적은 저비용 구단의 대표 사례다.
두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은 그 자체로 이변이다. 올해 개막 당시 밀워키의 선수단 연봉 총액은 약 1억2590만달러, 탬파베이는 약 9050만달러였다. 3억2330만달러를 쓴 다저스나 3억5800만달러를 투자한 뉴욕 메츠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양대 리그 우승팀이 모두 선수단 연봉 하위 50%에 속한 것은 1991년 미네소타 트윈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대결 이후 35년 만이다.
그러나 두 팀의 경기력만큼은 초라하지 않았다. 밀워키는 정규시즌 103승59패로 MLB 전체 승률 1위에 올랐고,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다저스를 4연승으로 제압했다. 탬파베이 역시 98승64패로 아메리칸리그 최고 승률을 기록한 데 이어 뉴욕 양키스와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를 차례로 꺾었다.
주목할 부분은 이들이 승리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바로 스몰볼이다. 스몰볼은 장타와 홈런에 의존하기보다 안타와 볼넷으로 출루한 뒤 도루, 번트, 진루타, 희생플라이 등을 활용해 한 점씩 쌓아가는 공격 전략을 뜻한다. 한 번의 홈런으로 대량 득점을 노리는 '빅볼'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주루 능력과 정확한 타격, 상황에 맞는 작전 수행이 중요하다. . 결국 이번 월드시리즈는 팻 머피 밀워키 감독과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의 지략 싸움이 승부처 중 하나인 셈이다.
두 팀의 올 시즌 기록은 이런 특징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탬파베이는 정규시즌 도루 164개로 메이저리그 전체 2위에 올랐고 밀워키도 162개를 기록했다. 번트 안타는 탬파베이가 49개로 전체 1위, 밀워키가 32개로 2위였다. 희생번트 역시 탬파베이가 45개로 1위, 밀워키는 37개로 5위에 자리했다. 특히 두 팀은 나란히 내야안타 143개를 기록했다. 땅볼 타구 하나에도 전력 질주해 출루 기회를 만드는 야구가 이들의 무기다.
탬파베이의 기동력을 상징하는 선수는 챈들러 심프슨이다. 빠른 발과 정교한 콘택트 능력을 갖춘 그는 올 시즌 내야안타 42개를 만들어냈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도 탬파베이는 적극적인 주루와 기습번트로 클리블랜드 수비를 흔들었다. 2회 연속 도루로 득점 기회를 넓혀 선제 2점을 뽑았고, 3회에는 번트 안타와 희생플라이로 추가점을 만들었다.
밀워키 역시 브라이스 투랑과 잭슨 추리오 등을 앞세워 상대 배터리를 압박한다. 홈런은 정규시즌 전체 29위에 그쳤지만 득점은 2위였다. 장타 부족을 높은 출루율과 적극적인 주루, 효율적인 공격으로 극복했다는 의미다.
물론 두 팀이 스몰볼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탬파베이에는 40홈런을 넘긴 거포 후니오르 카미네로가 있고, 밀워키는 포스트시즌에서 홈런 생산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스몰볼을 기본 무기로 삼되 필요할 때 장타력까지 발휘하는 유연성이 두 팀의 진정한 강점이다.
이번 월드시리즈는 또 다른 의미도 있다. 두 구단 모두 아직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이 없다. 누가 승리하든 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한다. 더구나 MLB 노사가 샐러리캡 도입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상황에서 저비용 구단들의 선전은 리그의 경쟁 균형 문제에도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돈이 많아야 우승할 수 있다는 통념을 깬 두 구단의 맞대결. 올해 가을야구의 마지막 승부는 거액의 몸값보다 효율적인 구단 운영과 정교한 야구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밀워키는 1차전은 선발로 시속 160㎞ 빠른 공을 밥 먹듯 던지는 제이컵 미저로우스키를 내세우고 탬파베이는 당초 예상됐던 드루 라스무센 대신 베테랑 투수 닉 마르티네스를 선발로 등판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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