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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4000달러짜리 말의 ‘대반전’…경마장에 브리더스컵부터 비와이 공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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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영 기자 kjykj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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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업조이, 7마신 차로 첫 대상경주 제패…연말엔 그랑프리까지 석권
한국마사회 소유마 J. S. 초이스, 한국경마 최초 미국 브리더스컵 출전
가수 비와이·스윙스·박재범 총출동…세계 최대급 전광판에 영화까지

2016년 10월, 한국경마는 세 가지 새로운 장면을 만들었다. 미국에서는 한국마사회가 발굴한 경주마가 세계 정상급 무대인 브리더스컵에 도전할 발판을 마련했고, 서울에서는 몸값 1만4000달러(약 1600만원)에 불과했던 외산마가 ‘무관의 제왕’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최강자로 올라섰다. 경마공원에는 영화가 상영되고 비와이·스윙스·박재범 등 힙합 스타들이 무대에 올랐다. 경주로와 국제무대, 문화공간에서 펼쳐진 도전은 한국경마의 10년을 돌아보게 하는 장면들이다.

◆1만4000달러짜리 말, 무관의 제왕에서 그랑프리 우승마로

 

2016년 가을 서울 경마팬들의 시선은 한 마리의 외산마에 쏠렸다. 이름은 ‘클린업조이’. 서울 최고 레이팅마로 평가받으면서도 대상경주 우승이 없어 ‘무관의 제왕’으로 불리던 말이다.

 

실력은 이미 입증돼 있었다. 그해 첫 세 경주를 연달아 제패했지만 큰 무대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전년도 그랑프리에서는 3위, 2016년 7월 부산광역시장배에서는 4위에 그쳤다. 일반 경주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고도 대상경주 우승컵을 차지하지 못한 것이 클린업조이의 숙제였다.

 

기회는 10월16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린 KRA컵 클래식(GⅡ·2000m)에서 찾아왔다. 국산마가 한 마리도 출전하지 않은 가운데 서울을 대표하는 외산마들이 맞붙었다. 클린업조이는 단승 배당 1.3배를 기록할 만큼 압도적인 우승 후보였다.

 

승부를 가른 것은 함완식 기수의 과감한 작전이었다. 평소 후미에서 달리다 막판 추입으로 승부하던 클린업조이는 출발이 매끄럽지 않았는데도 곧바로 앞으로 나서 선두권을 확보했다. 비에 젖은 주로에서 후미에 머물기보다 일찍 승기를 잡겠다는 선택이었다.

 

작전은 적중했다. 직선주로 입구에서 선두로 나선 클린업조이는 끝까지 속도를 유지하며 2위 ‘언비터블’을 7마신 차로 따돌렸다. 통산 20번째 출전에서 거둔 10번째 우승이자 생애 첫 대상경주 우승이었다. 오랫동안 따라붙었던 ‘무관의 제왕’이라는 별명도 마침내 떼어냈다.

 

상승세는 연말까지 이어졌다. 12월18일 시즌 마지막 경주인 그랑프리(GⅠ·2300m)에서 클린업조이는 다시 선두권을 공략했다. 대통령배 2연패를 달성한 ‘트리플나인’과 그해 삼관마 ‘파워블레이드’가 추격했지만 끝내 순위를 뒤집지 못했다. KRA컵 클래식에 이어 그랑프리까지 제패하며 2016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더욱 극적인 건 몸값이었다. 클린업조이는 2013년 미국 플로리다의 2세마 경매에서 1만4000달러(약 1600만원)에 매입됐다. KRA컵 클래식 우승 무렵에는 이미 누적 상금이 80만달러를 넘어 매입가의 50배 이상을 벌어들인 상태였다. 저렴한 가격에 발굴한 경주마가 국내 정상급 무대에서 실력으로 가치를 증명한 사례였다.

◆미국 브리더스컵 첫 도전…5년 뒤 닉스고가 세계 정상에

 

같은 달 한국경마의 또 다른 도전은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진행됐다. 주인공은 한국마사회 소유마 ‘J. S. 초이스’였다.

 

J. S. 초이스는 2016년 10월1일 미국 뉴욕 벨몬트 경마장에서 열린 2세마 경주 필그림 스테이크스(GⅢ)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 성적을 발판으로 한국마사회 소유마 최초로 미국 브리더스컵 출전권을 따냈다.

 

J. S. 초이스는 한국마사회가 2015년 미국에서 7만5000달러(당시 약 9000만원)에 사들인 미국산 수말이다. 현지 조교사에게 훈련을 맡겨 경쟁력을 검증했고, 출전 세 번 만에 구매가에 맞먹는 상금을 벌어들였다. 발굴 과정에서 활용된 기술이 마사회가 자체 개발한 경주마 선발기술 ‘케이닉스(K-NICKS)’였다.

 

케이닉스는 우수한 경주마와 능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경주마의 DNA를 비교·분석해 자마의 경주 능력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가능성 있는 말을 일찍 발굴하고 현지 경주로에서 경쟁력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J. S. 초이스는 이 사업의 국제 경쟁력을 시험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J. S. 초이스는 그해 11월4일 미국 산타아니타 경마장에서 열린 브리더스컵 주버나일 터프(GⅠ)에 출전했다. 미국의 명조교사 토드 플레처가 훈련을 맡았고, 한국 응원단도 현지를 찾아 경주를 지켜봤다. 미국 각지의 대상경주 우승마에 아일랜드의 명문 마방을 이끄는 에이단 오브라이언 조교사의 말들까지 가세한 세계 정상급 2세마들의 경쟁이었다.

 

결과는 13위였다. 성적만 놓고 보면 세계 정상급 경주마들과의 격차를 확인한 도전이었지만, 한국마사회 소유마가 브리더스컵 무대를 밟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해외에서 말을 사 오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발굴한 경주마를 세계무대에 내보내는 전략이 실제 경주로에서 시험대에 오른 순간이었다.

 

5년 뒤인 2021년, 마사회 소유마 ‘닉스고(Knicks Go)’가 브리더스컵 클래식을 제패하며 세계 정상에 올랐다. 상금 600만달러 규모의 이 경주에서 우승한 닉스고는 같은 해 페가수스 월드컵까지 석권했고, 2021년 ‘올해의 말’로 선정됐다. J. S. 초이스의 도전 이후 한국마사회 소유마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주에서 우승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닉스고는 올해 1월 한국마사회 제주목장에 도착해 씨수말로 새 출발을 했다. 마사회는 국내 생산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 닉스고의 교배 130두를 전액 무상으로 진행한다. 국제무대에서 거둔 성과를 국내 말 생산 기반으로 연결하려는 행보다.

■ 비와이·스윙스·박재범이 경마공원에…전광판은 영화관으로

 

2016년 10월 렛츠런파크 서울에서는 경주가 끝난 뒤에도 관객을 맞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이어졌다. 대형 전광판을 활용한 영화 상영부터 인기 힙합 가수들이 출연하는 야외 공연까지, 경마공원의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10월15일 오후 7시, 렛츠런파크 서울의 대형 전광판 ‘비전127’에 영화가 걸렸다. 그해 9월 첫선을 보인 비전127은 가로 127.2m, 세로 13.6m 규모로, 공개 당시 경마장 전광판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였다. 마사회는 전광판 설치를 기념해 ‘무비 페스티벌’을 열고 영화 ‘나우 유 씨 미 2’를 상영했다. 경주 중계에 쓰이던 대형 화면이 야외 영화관의 스크린으로 활용된 것이다.

 

2주 뒤인 10월29일 밤에는 힙합 공연이 관객을 맞았다. ‘렛츠런파크 뮤직페스티벌 VOL.2’에는 그해 ‘쇼미더머니 시즌5’ 우승자 비와이를 비롯해 스윙스, 박재범, 사이먼디, 그레이, 로꼬, 어글리덕 등이 출연했다. 2015년 첫 행사에서 조기 매진을 기록한 데 이어 두 번째로 열린 공연이었다.

영화와 음악을 앞세운 행사는 경마 자체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경마공원을 찾을 수 있도록 문화 콘텐츠를 접목한 시도였다. 경주를 관람하는 공간에 공연과 여가 기능을 더해 방문객과 만나는 접점을 넓히려는 취지였다.

 

10년이 흐른 올해 렛츠런파크 서울의 가을 풍경은 한층 다채로워졌다. 가을축제에서는 드론 400대가 한국전쟁에서 활약한 군마 ‘레클리스’의 이야기를 밤하늘에 그렸고, 포니랜드에서는 세계의 말 12종을 만나는 ‘살아있는 말박물관’이 열렸다. 2016년 영화 상영에 활용됐던 비전127에서는 올해 동물영화제가 관객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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