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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채권 품는 토큰증권 시대 눈앞… ‘온체인 금융’ 완성할 후속 입법은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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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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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채권도 단계적으로 토큰화 추진
온체인 결제 도입 위한 후속 법안 필요
해외 규제 공백기 틈타 금융 인프라 구축

내년 2월 토큰증권(STO) 제도 시행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디지털 전환 준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 시행 이후에는 부동산이나 미술품 같은 조각투자를 넘어 주식과 채권, 펀드 등 기존 금융상품까지 블록체인 장부에 기록해 발행하고 유통하는 길이 단계적으로 열린다. 다만 토큰증권 거래대금을 블록체인상에서 결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후속 입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토큰증권 제도화를 위한 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내년 2월4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금융위원회는 법 시행에 앞서 다음달 11일까지 관련 하위법규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세부 운영 기준을 확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9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예탁결제원 서울사무소에서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3차 회의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9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예탁결제원 서울사무소에서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3차 회의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조각투자 넘어 주식·채권까지 단계적 토큰화

 

토큰증권은 실물증권이나 기존 전자증권과 달리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증권의 발행과 권리 정보를 기록·관리하는 증권이다. 한국예탁결제원과 증권사 등이 장부를 각자 관리하던 기존 전자증권과 달리, 여러 참여 기관이 하나의 장부를 공동으로 기록하고 서로 검증해 위·변조를 막는 것이 특징이다.

 

금융당국은 시장 안착과 시스템 안정성을 고려해 3단계 로드맵에 따라 토큰증권 생태계를 넓힐 계획이다. 내년 2월 시작되는 1단계에서는 권리관계가 비교적 단순한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조각투자증권과 함께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머니마켓펀드(MMF)·사모사채, 신탁 방식을 활용한 비상장주식부터 토큰화를 추진한다. 이후 2단계에서 일반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공모 펀드와 채권 등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3단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등을 활용해 증권 거래와 대금 결제를 블록체인상에서 동시에 처리하는 ‘온체인 결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제도 시행에 맞춰 조각투자 상품의 기초자산 범위와 발행·유통 요건도 구체화했다. 우선 그동안 금지됐던 기초자산의 집합화(풀링)가 조건부로 허용된다. 개별적으로는 규모가 작아 증권화하기 어려웠던 여러 개의 음원 저작권이나 특허권을 하나로 묶어 투자 위험을 분산한 상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품공급계약 등 기초 법률관계가 명확하고 투자자 보호 조치가 뒷받침된다면 장래매출채권도 기초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공모 시 1인당 청약 한도는 3000만원과 발행 금액의 5% 중 작은 금액을 표준 예시로 제시했다.

 

◆온체인 금융 완성할 후속 입법은 과제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위한 기본 틀은 마련됐지만, 제도가 실질적인 금융 서비스 확산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후속 입법이 뒷받침돼야 한다. 당장 로드맵 3단계 과제인 온체인 결제를 도입하려면 결제 수단으로 쓰일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와 발행·유통·상환 체계를 규율할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필수적이다. 관련 법안이 아직 입법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어 내년 2월 시행 초기에는 예탁결제원의 기존 증권·대금결제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한다.

 

국회에서도 기본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는 내년 1월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디지털자산의 성격과 정책 방향을 규정할 기본법조차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은 현재 막바지 협의 중”이라며 “최대한 빨리 마련해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정부 내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와 가상자산 거래소 지배구조 규제 등을 놓고 세부 조율이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각투자 시장의 한 축인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의 정식 발행 근거를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도 남아 있는 과제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신탁회사가 금전을 맡았을 때만 수익증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이나 지식재산권 같은 비금전 자산을 신탁해 상품을 만들려는 사업자들은 자기자본 요건과 기초자산 선매입 의무 등이 까다로운 자산유동화법 특례를 빌려 조건부로 발행하고 있다. 여야가 발의한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에 계류된 상태여서, 법안 처리가 늦어질수록 내년 시장 개설 이후 상품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외 주요국이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내 입법이 적기에 이뤄지면 글로벌 시장에서 초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위한 ‘지니어스법’을 제정한 데 이어 디지털자산 감독 권한을 명확히 하는 ‘클래리티법’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클래리티법이 미 상원에서 입법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만큼, 한국이 신속하게 관련 제도를 정비하면 시장을 선점할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美 입법 지연 속 “선점 기회” 평가

 

해외 주요국이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내 입법이 적기에 이뤄지면 글로벌 시장에서 초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위한 ‘지니어스법’을 제정한 데 이어 디지털자산 감독 권한을 명확히 하는 ‘클래리티법’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클래리티법이 미 상원에서 입법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만큼, 한국이 신속하게 관련 제도와 시장 규율을 정비하면 글로벌 디지털 금융시장을 선점할 여지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와 연계해 두나무가 개최한 글로벌 정책 콘퍼런스 ‘업비트 인스티튜셔널 서밋(UIS)’에서도 제도적 기반 마련과 전통 금융과의 융합이 핵심 화두로 다뤄졌다.

 

행사에 참석한 패트릭 위트 전 미국 백악관 대통령 디지털자산 자문위원회 사무국장은 “디지털자산과 전통 금융은 결국 하나로 합쳐져 금융시스템의 일부가 될 것”이라며 한국의 입법 과제와 관련해 “충분히 고민하면서 적절한 제도를 마련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진단했다. 브라이언 퀸텐즈 전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과 캐롤라인 팸 전 CFTC 위원장 직무대행 등 참석자들도 지니어스법 이후의 스테이블코인 시장 변화와 클래리티법 입법 동향을 짚으며, 토큰화가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자산의 발행과 유통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명확한 규제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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