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류 미국인도 석방 유화 제스처
러, 키이우 공습… 진정성엔 의문
푸틴, 리창 총리 만나 협력 약속
우크라 배제한 종전 구상 강화도
‘경유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급속도로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러시아가 미국·우크라이나와 함께 하는 3자 평화회담 재개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그러나 동의 직후 키이우를 공습해 우크라이나가 포함된 회담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점령 과정에서 수감된 미국인을 석방하는 한편,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회담에 나서며 우크라이나가 제외된 종전 논의 체제를 확고히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약 3시간 동안 스티브 윗코프 미 대통령 특사를 접견하고 종전 협상 관련 사항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11월10일 이후 미·러·우크라와 3자 협상을 재개하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정책보좌관이 전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러시아 국영방송 러시아 24와의 인터뷰에서 3자 협상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릴 수 있다면서 향후 협상이 “분쟁 종식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위한 안보 체제를 구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달 협상이 성사되면 지난 2월 이후 약 9개월 만에 3국 간 종전 논의가 재개되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날 4년 넘게 억류돼 있던 74세 미국인 스티븐 허버드도 석방했다. 허버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개월 후인 2022년 4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군에게 붙잡힌 뒤 2024년 비공개 재판에서 ‘외국인 용병 신분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싸운 혐의’를 적용해 6년10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허버드 석방에 대해서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석방 결정에) 아주 많이 감사드린다. 허버드의 가족도 크게 기뻐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대가로 건넨 것은 없고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유화 분위기에도 러시아가 구체적인 회담 요구사항을 밝히지 않아 실제 회담이 이뤄져 종전으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전날 윗코프 특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및 유럽 정상들이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논의한 종전 방안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한다는 맥락에서 실질적인 가치가 있는 내용이 거의 없었다”고 일축했다. CNN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의 양도와 우크라이나군 규모 축소,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 등 기존 요구에서 물러날 조짐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러시아는 3자 회담 수용 발표 이후로 오히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공습을 가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이날 밤 도시 가옥 여러 채가 공격을 받아 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영국 BBC방송은 “푸틴 대통령은 현재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이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킬 기회인 추운 겨울이 오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평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미국의 군용 스타링크(스타쉴드)의 인터넷 속도 제한으로 방어망에 심각한 교란이 발생해 핵심 전력인 드론 운용에도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미·중·러 3국 회담도 추진 중인 푸틴 대통령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리창 총리와 만나 무역과 농업, 에너지, 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확대를 약속했다.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미 올해만 세 차례나 만났으며, 다음달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에서 또다시 재회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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