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외식 업계가 ‘맛’에서 ‘경험’으로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맛과 가격에 더해 고객들이 현장에서 직접 체험과 참여를 통해 제품을 소비하게끔 한다. 상품을 보고 설명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몸을 움직이며 미션을 수행하거나, 가족과 요리하고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찾아보도록 하는 등이다. 상품 구매에서 체험, 기억, 취향을 중시하는 이른바 ‘경험 소비’가 먹거리 업계에도 확장되고 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류업체 아영FBC는 오는 31일 직영 운영중인 사브서울의 5주년을 기념해 ‘버블스 나잇(SAV SEOUL 5th ANNIVERSARY BUBBLES NIGHT)’ 행사를 연다. 해당 행사는 1차 판매 개시후 3일 만에 티켓이 모두 매진됐다. 아영FBC는 2차 티켓 판매를 진행중이다. 이번 행사는 사브서울에서 보내는 시간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 특징이다. 흑백요리사로 유명한 야키토리 묵 김병묵 셰프의 스페셜 메뉴에 어울리는 와인을 찾아보고,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일행과 대화를 나누며 취향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디제잉을 곁들인 스탠딩 파티로 마련해 와인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도 음식과 음악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직영 공간을 바탕으로 와인과 메뉴, 음악과 서비스를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했다. 샴페인과 스파클링 와인 30종은 입장객에게 별도 시음료 없이 제공하고, 프리미엄 와인 30종은 별도 유료 시음으로 운영한다. 사브서울의 신메뉴도 정식 출시 전에 공개해 새로운 맛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더한다.
패스트푸드 브랜드 버거킹은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 ‘플레임랩’을 19일 부터 열었다. 플레임랩은 신메뉴 개발과 기존 제품의 품질 향상을 위한 R&D 공간이자, 고객과 더 가까이 만나 목소리를 듣고 브랜드 경험을 나누는 소통의 장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버거킹은 플레임랩의 고객 체험 프로그램 ‘해빗 유어 웨이(Have it Your Way)’의 사전 예약을 받았다. ‘해빗 유어 웨이’ 프로그램은 고객이 직접 재료를 선택하고 조립해 나만의 와퍼를 완성하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는 취향에 맞는 소스와 토핑을 선택해 개인별 커스텀 레시피를 작성한 뒤, 맞춤 제공된 재료로 새로운 와퍼를 만들 수 있다. 이 외에 버거킹은 제품 개발이 이루어지는 플레임랩의 주요 공간과 와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탐구할 수 있는 ‘랩 투어(Lab Tour)’ 프로그램 운영도 계획하고 있다.
대상그룹이 지난 9월 5~13일 서울 성수동에서 운영한 ‘괴산 찰떡합격런’은 지역의 이야기와 미식을 엮은 사례다.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 길을 모티브로 괴산의 연풍새재와 수옥폭포 등을 재현하고, 점핑배틀과 외나무다리 건너기, 클라이밍 등 체험을 마련했다. 먹거리에도 기획의 주제를 담았다. 강민구 밍글스 셰프와 송하슬람 마마리마켓 셰프가 참여해 괴산 식재료를 활용한 주먹밥과 대학찰떡옥절미, 옥수수필링약과 등을 개발했다. 지역 특산물을 전시하는 데서 나아가 체험의 여정 속에서 맛보도록 구성한 행사에는 9일간 1만2000여 명이 방문했다. 사전예약도 사흘 만에 2160명이 신청해 조기 마감됐다.
해당 사례는 브랜드가 가진 특징에 맞춰 참여할 경험을 설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브서울은 미식과 와인·음악을, 버거킹은 음식을 만드는 체험 과정을, 대상은 지역의 역사와 식재료를 경합했다. 맛과 합리적인 가격을 바탕으로 그곳에서 즐길 시간을 구체적으로 제안한 것이다. 가격 혜택과 맛은 여전히 중요한 선택 기준이다. 여기에 새로운 음식을 발견하고 직접 참여하며 함께 즐길 시간을 더하는 것이 식품·외식업계의 또 다른 경쟁 요소가 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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