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공납용 지방 가마 문헌 실체 밝혀
전북 남원시 왕정동에서 조선 전기 왕실에 납품할 백자를 생산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가마터가 확인됐다. 지방 가마에서는 드문 고급 자기 생산 방식인 갑번요를 비롯해 가마터 11기와 폐기장 6기 등이 발견돼 관요 설치 이전 지방의 백자 생산 체계를 밝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남원시는 국가유산청 허가를 받아 고고문화유산연구원과 2024년부터 진행한 왕정동 도요지 학술발굴조사에서 조선 전기 백자 가마터를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조사 지역은 사적으로 지정된 만복사지 뒤편 복음산 남사면에 자리한다. 2024년 시굴조사를 시작으로 발굴조사를 진행해 가마와 수혈, 폐기장 등을 확인했다. 지난해에는 학술 지표조사와 라이다(LiDAR) 분석을 통해 가마터 분포 범위를 파악했으며, 올해는 기존 시굴조사에서 제외된 구간과 북측 지역을 추가로 조사했다.
그 결과 가마터 11기와 폐기장 6기, 수혈 6기 등이 확인됐다. 가마는 모두 반지하식 무기단 등요로, 경사도는 2호 가마 1기를 제외하면 약 15도였다. 일부 가마는 바닥부만 남았지만, 갑발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구조가 비교적 잘 보존돼 있었다.
특히, 가마 바닥에서는 갑발을 4열로 배치하고 수평을 맞추기 위해 원판형 받침을 놓은 흔적이 확인됐다. 갑발 위에 도지미와 그릇을 차례로 올린 뒤 갑발 뚜껑을 덮어 굽는 방식도 드러났다. 갑발은 대부분 도기로 만들었지만 백토로 제작하거나 백자를 사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출토 유물은 분청사기와 백자 조각, 갑발, 도지미 등이다.
이번에 확인된 가마는 그릇을 갑발에 넣어 굽는 갑번요로, 지방 가마에서는 보기 드문 형태다. 조사단은 가마 구조와 출토 유물 등을 근거로 주요 운영 시기를 15세기 초·중엽으로 추정했다. 이는 조선 전기 문신 김종직의 문집인 ‘점필재집’에 남원 등지의 백자 제작 공인에 관한 기록과도 부합한다.
남원 왕정동 도요지는 관요가 설치되기 전 왕실 공납용 자기를 생산한 지방 가마의 구조와 생산품을 확인하고, 문헌 기록의 실체를 뒷받침했다는 점에서 학술 가치가 크다.
남원시는 앞으로 추가 학술 조사와 체계적인 보존·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문화유산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역사회와 학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발굴 현장 공개 행사도 열 예정이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확성기 무기화](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10/22/128/20261022524302.jpg
)
![[기자가만난세상] 병역특례, 폐지보다 보완을](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18/128/20260218510779.jpg
)
![[세계와우리] ‘브릭스 20년’의 빛과 그림자](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19/128/20260319520846.jpg
)
![[성백유의스포츠속이야기] 땀과 눈물을 품은 국립스포츠박물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10/08/128/20261008517999.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