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고치로 올라섰고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가량에 불과했다. 소득 하위 20%의 가계 살림이 더 어려워진 사이 상위 20%는 지출보다 소득이 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비정규직 역대 최대… 임금은 월 211만원
국가데이터처가 21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867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10만3000명 증가했다.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전체 임금근로자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38.5%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이었던 2021년(38.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정규직 근로자는 1385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1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비정규직의 증가폭이 정규직의 10배를 웃돌면서, 전체 임금근로자 증가분(11만3000명)의 대부분을 비정규직이 차지했다.
비정규직 중심의 임금근로자 증가를 이끈 것은 60세 이상이다. 그간 데이터처의 월간 고용동향에선 15∼29세 청년층의 취업자가 47개월 연속 감소했지만, 60세 이상의 취업자 증가세가 지속되며 전체 취업자 수는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60세 이상의 취업자 상당수가 비정규직에 해당, 실질적으론 양질의 일자리가 크게 줄어든 셈이다. 실제 연령별 비정규직 비중은 60세 이상이 36.7%로 가장 높았는데,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1.2%포인트 상승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는 194만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규직 근로자의 최근 3개월(6∼8월) 월평균 임금은 405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15만6000원(4.0%) 증가하며 사상 처음 400만원 선을 넘어섰다. 반면 비정규직은 21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만4000원(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임금 비율은 52.1%로 전년(53.6%) 대비 1.5%포인트 떨어졌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고령층 취업자 내에서는 비정규직의 비중이 높다”면서 “60세 이상의 취업자가 늘면서 비정규직이 늘고, 임금 격차가 벌어진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살림살이 어려워진 소득 하위 20%
계층별 가구 살림살이의 온도차도 뚜렷하다. 최근 1년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가계살림 적자 규모는 그 이전 1년과 비교해 소폭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가처분소득 증가분보다 소비지출이 더 크게 늘면서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는 소득 증가분이 소비 지출을 웃돌면서 월평균 가계 흑자액이 5만원 넘게 늘었다.
21일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의 ‘소득 5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전국, 실질 기준)’를 분석한 결과, 2025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최근 1년간 1분위 가계의 적자 규모는 월평균 30만9000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직전 1년인 2024년 3분기~2025년 2분기 적자액 평균(30만5000원)보다 4000원(1.3%) 악화된 것이다. 가계동향조사는 계절성이 반영되기 때문에 통상 전년 같은 분기와 비교하며 조사 때마다 가구 구성이 달라진다.
1분위 적자규모가 확대된 건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더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흑자액은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빼 산출한다. 2025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1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은 월평균 89만4000원 정도였다. 2024년 3분기~2025년 2분기(85만3000원)보다 4만1000원(4.8%) 늘었다. 하지만 소비지출은 더 크게 증가했다. 1분위의 최근 1년 월평균 소비지출은 120만3000원으로 그 이전 1년(115만8000원) 대비 4만5000원(3.9%) 정도 증가했다.
이는 고소득층 가구의 흑자액이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5분위 소비지출은 최근 1년 441만4000원으로 그 이전 1년(435만4000원)과 비교해 6만원(1.4%) 증가했다. 하지만 5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은 2024년 3분기~2025년 2분기 월평균 765만8000원에서 2025년 3분기~올해 2분기 777만2000원으로 11만4000원(1.5%) 늘었다. 이에 따라 5분위의 월평균 가계 흑자액은 최근 1년 335만8000원으로 직전 1년(330만5000원) 대비 5만3000원(1.6%) 정도 증가했다.
저소득층은 소비에서 필수품목 지출 비중이 높아 소비를 줄이기 쉽지 않다. 최근 1년 1분위 가구의 전체 소비지출에서 식료품과 주거·수도·광열이 차지하는 비중은 39.9%로, 5분위(20.9%)의 약 1.9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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