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국경 요새화 지속 추진 속
심리전도 병행… 대남 압박 강화
강경 대응 어려운 우리 정부 난감
소극적 대처 땐 비난 여론 불가피
軍 “확성기 재개 등 비례 대응”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군사적 긴장을 한층 높이는 동시에 심리전 수단까지 동원하려는 움직임을 구체화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21일 남부 국경선 요새화 공사 현장을 시찰한 후 ‘10월 중’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예고하면서다. 남부 국경 요새화 작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심리전을 병행해 남한의 대응 부담을 키우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김 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오늘도 적어도 두 곳에서 확성기 경고도발 방송과 경고사격을 가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10월 중 대한국심리전확성기들이 전 국경선에서 가동상태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담화는 이날 김 부장과 함께 현장 시찰에 나선 박정천 국방성 고문이 북한군 장병들을 격려하며 대남 위협에 가세한 것과 맞물린다. 박 고문은 북한군의 MDL 침범에 대한 우리 군 경고방송·경고사격을 두고 “공화국 주권 영역에서 진행되는 우리의 주권 행사를 훼방하려는 적들의 엄중한 도발 행위”라며 “적들이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는 화력조직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군의 대응이 북한군의 “실제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로 판단될 때에는 “절대로 용납하지 말고 즉시 반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이 “국경이 영구화되면 이 지역에서의 군사적 충돌 위험성은 의심할 바 없이 해소될 것”이라고 한 부분이 주목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령’이자 영토주권 행사임을 앞세워 국경 요새화 작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향후 접경지역에서 충돌이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을 남측에 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이 접경지역의 긴장을 상시화하고 우발적 충돌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MDL을 남한이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자국의 기준에 따른 작업을 강행할 경우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불거지고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의 심리전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후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해 지난해 6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고, 북한도 이에 호응해 대남 소음방송을 중단했다.
김 부장의 예고대로 대남 확성기 방송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정부의 대응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상응하는 조치로서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 긴장 완화 기조가 흔들릴 수 있고, 반대로 대응을 자제하면 북한의 도발에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군은 대북 확성기 재개를 포함해 ‘비례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이미 철거한 고정식 대북확성기 장비 20여개를 재설치하거나,이동식 대북확성기 10여개를 재가동할 수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남측이 먼저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선제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강경 대응이 어렵고, 접경지역 주민들의 부담도 있다는 점을 북한이 계산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조 위원은 “다만 북한도 가장 싫어하는 것이 대북 확성기 방송인데 오히려 대남 확성기를 먼저 꺼낸 건 군사적 부담을 느끼면서도 이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수가 없음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남측의 대응을 억제하면서도 자신들이 감수해야 할 군사적 부담은 최소화하려는 계산이 대남 심리전 재개의 배경에 깔려 있다는 얘기다.
접경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역할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유엔사의 임무와 역할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며 “정전협정 관리 권한을 둘러싼 이견을 조율하는 동시에, 유엔사가 한반도 긴장 완화와 우발적 충돌 예방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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