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사랑을 받는 배우의 성공 뒤에는 가장 힘든 시절을 함께 버텨낸 배우자가 있다. 배우 진선규와 이성민은 대표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했지만, 이들에게도 극단 월급 몇십만원으로 연명하며 지독한 생활고를 견뎌야 했던 무명 시절이 있었다. “재미없는 건 하지 말자”며 남편의 꿈을 지킨 아내부터 아르바이트로 번 돈 10만원을 매주 쥐여주며 남편의 상경을 지지했던 아내까지. 무명배우의 곁을 든든한 버팀목처럼 지켜준 이들의 이야기를 모아봤다.
◆남편 연기 위해 멈췄던 8년의 세월, 부부가 함께 올린 결실
지난 7월 말 제5회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배우 박보경이 넷플릭스 시리즈 ‘레이디 두아’로 여우조연상을 받자 객석에 앉아 있던 남편 진선규는 얼굴을 감싸 쥐고 눈물을 쏟았다. 눈물의 이면에는 기쁨의 의미와 함께 8년간 자신의 꿈을 내려놓았던 아내의 헌신이 있었다.
영화 ‘범죄도시’와 ‘극한직업’ 등으로 대중에 얼굴을 알린 진선규는 2004년 연극 무대로 데뷔한 뒤 13년 동안 무명 시절을 견뎌야 했다. 야간 편의점과 설거지 아르바이트, 아파트 정화조 청소 등을 전전하며 버텼다.
박보경과는 2005년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에서 만나 함께 배우를 꿈꾸며 2010년 결혼했다. 하지만 둘의 수입은 각자가 극단 월급으로 받는 30만원 정도가 전부였다. 6개월 만에 쌀 한 톨 살 돈조차 없게 됐다. 박보경은 어머니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주신 금목걸이를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쌀이 떨어졌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진선규는 200만원이라도 대출을 받으려 했지만 카드값이 연체돼 그조차 어려웠다. 박보경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에서 “남편이 연기를 참 좋아하는데 생활고로 힘들 때 연기가 아닌 다른 걸 하려고 하더라”며 “재미없어 보이는데 돈 때문에 몸을 혹사시키는 게 싫어서 ‘재미없는 거 하지 말자’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아이를 갖고 박보경은 더 큰 결단을 내렸다. 그는 “엄마 역할로 잘 살아보고 싶다”며 자신의 꿈을 잠시 접어둔 채 남편의 꿈을 지키고자 했다. 이 말이 진선규에게 큰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
아내의 몫까지 연기에 몰두한 진선규는 2017년 ‘범죄도시’로 제38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제 와이프, 배우인데 아기 둘 키우느라 너무 고생 많았고 사랑한다”며 공을 돌렸다.
자녀 둘을 돌보며 약 8년의 공백을 딛고 다시 오디션 문을 두드린 박보경은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 마침내 올해 배우 인생 처음으로 상을 들어 올렸다.
진선규는 지난 22일 SBS 예능 ‘거장항준’에서 “내가 상을 탔을 때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타니까 1000배는 더 기쁘더라”며 “(아내가)기다려왔던 순간, 엄마로 지냈던 순간 등 많은 것들이 지나가더라”고 눈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아이를 가졌을 때 보경이가 ‘오빠가 일단 해. 나는 엄마를 할게’라고 결정하더라. 너무 고마웠다”고 아내를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아내가 번 알바비 10만원이 전부…“아내 없었으면 지금의 나도 없어”
무명배우 시절 배우자가 곁을 지켜준 또 한 명의 배우로 이성민을 꼽을 수 있다. 1968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난 이성민은 고등학생 때부터 배우를 꿈꿔 스무살에 경북 영주의 한 극단에 입단했다. 이후 한 연출가를 따라 대구로 무대를 옮겼지만 20대 배우 생활은 서럽고 궁핍했다.
군 전역 후 24살 때에는 아무것도 없는 달방에서 모기떼와 지독한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베개를 붙들고 눈물을 흘렸다. 버스비가 없어 걸어 다니고 배를 채우기 위해 커피 프림과 마가린, 설탕을 물에 끓여 죽처럼 먹기도 했다.
빈곤한 연극 생활을 하던 중 공연에 안무가 필요해지면서 무용과 출신인 아내를 만났다. 극단 형편상 안무비를 주지 못해 밥을 사주던 이성민에게 아내는 “자주 연락해도 되냐”며 먼저 마음을 열었다. 사귄 지 1년 후 결혼한 두 사람은 웨딩사진조차 찍지 못한 채 대구에서 식을 올리고 경북 경주로 신혼여행을 갔다.
신혼 생활도 궁핍하긴 마찬가지였다. 수입이 전혀 없던 탓에 아내의 아르바이트비로 근근이 버텼고, 겨울철 도시가스비를 낼 돈이 없어 장인어른의 카드를 빌려 쓰기도 했다. 35세에 홀로 서울 대학로로 상경한 이성민은 일주일에 한 번 대구 집에 내려갔고 아내가 아르바이트로 번 10만원을 용돈으로 받아 생활했다. 지독한 무명 생활이 이어졌지만, 아내는 단 한 번도 남편을 채근하거나 재촉하지 않고 묵묵히 그의 곁을 지켰다.
결혼 10년쯤 지나 형편이 점차 나아졌을 때, 이성민이 아내에게 “당신은 나를 뭘 믿고 결혼했냐”고 묻자 아내는 그저 “그냥”이라고 답했다. TV에 나오는 유명 배우가 될 거란 상상조차 하지 않았지만, 남편이라는 사람 자체를 보고 믿은 것이다.
40대 중반, 데뷔 25년 만에 MBC 드라마 ‘골든 타임’으로 첫 주연을 맡은 이성민은 ‘유퀴즈’에서 아내를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이성민은 “아내가 ‘다른 직업을 선택해보면 어떻겠냐’며 채근하지 않고 묵묵히 잘 견뎌줬다”며 “그런 점이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가 늘 나한테 ‘당신은 나 덕분에 이렇게 된 거야’라고 말한다. 아내가 없으면 나의 이런 미래도 없었을 것”이라고 전해 훈훈함을 안겼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확성기 무기화](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10/22/128/20261022524302.jpg
)
![[기자가만난세상] 병역특례, 폐지보다 보완을](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18/128/20260218510779.jpg
)
![[세계와우리] ‘브릭스 20년’의 빛과 그림자](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19/128/20260319520846.jpg
)
![[성백유의스포츠속이야기] 땀과 눈물을 품은 국립스포츠박물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10/08/128/20261008517999.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