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KN-23’ 고체연료 미사일 전환 출발점
저고도 비행·풀업기동… 韓요격체계 위협
파생형 미사일 개발·탄두 타격방식 다변화
러, 우크라전서 사용… 실전경험까지 갖춰
韓 핵심 ‘현무’, 사거리·탄두 단계적 강화
지하시설 완파, 통신·전기 등 무력화 가능
南北 모두 극초음속 기술 확보 총력전
KN-23(북한명 ‘화성-11가’)과 현무.
수십년 동안 이어지던 남북 군사력 대결 구도를 뒤흔든 전략무기다. 김정은 체제 출범 초기까지 옛소련 스커드·노동 미사일과 R-27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기술에 의존했던 북한은 KN-23을 통해 탄도미사일 체계를 고체연료로 재편, 한·미 연합군 미사일방어망을 돌파할 가능성을 높이고 극초음속미사일 개발까지 시도하고 있다. 한국도 현무-2 탄도미사일을 토대로 사거리와 파괴력을 꾸준히 높이는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8일엔 극초음속 활공비행체(HGV) 첫 시험발사에 성공, 전략적 억제력 강화에 한발 다가섰다는 평가다.
북한은 남한의 HGV 발사 사진에서 비행체 표면의 그을음이 없다며 실패라고 주장했다. 이에 남한은 우수한 열 방호 기술의 성과라고 되받았다. 살벌한 남북한 미사일 개발 경쟁의 상징적 장면이다.
◆北 미사일, 과시용→실전용
2019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KN-23은 북한 미사일 기술이 스커드 계열의 특성인 액체연료·포물선 궤적에서 즉시 발사·비행 중 궤적 변경·고체연료로 발전하는 출발점 역할을 했다. KN-23이 없었다면, 북한 핵·재래식 억제력 발전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느렸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500㎏ 탄두를 싣고 650㎞ 이상을 날아가는 KN-23은 일반적인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보다 낮은 고도로 비행하고, 종말단계에서 풀업기동(하강 후 재상승)을 실시해 지상 요격시도를 회피한다. 발사차량(TEL)·철도·고정식 반지하 사일로 등으로 발사 수단도 다양하다. 기존 스커드 계열을 고려해서 구축한 한·미 미사일방어망에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2019년부터 KN-23을 지속적으로 쏘아올리며 기술적 신뢰도를 높인 북한은 KN-23을 활용한 파생형 미사일을 개발, 대남 위협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다. 다양한 전장환경과 전술에 대응할 수 있도록 검증된 1단 추진체를 활용해서 각종 기술을 추가하는 모양새였다.
2019년 첫 시험발사된 KN-24(화성-11나)는 주한미군 에이태큼스(ATACMS) 전술미사일과 유사한 개념을 지닌 무기다. 2024년 7월 모습을 드러낸 고중량 탄두 장착 미사일(화성-11다)에 대해 북한은 500㎞ 이상을 날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중량 탄두를 탑재하는 한국군 현무-4·5 탄도미사일처럼 한·미 연합군 지하시설을 타격하거나, 특정 표적 일대를 초토화하는 용도라는 분석이다. 2022년 4월 북한이 쐈던 전술유도무기(화성-11라)는 한국군의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와 유사한 개념으로, 휴전선 일대 북한군 화력 증강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김정일 체제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던 신기술들도 KN-23에 추가됐다. 북한이 꾸준히 개발을 지속해온 HGV 기술이 대표적이다.
북한이 HGV를 처음으로 발사했던 2021년에는 액체연료 탄도미사일을 1단 추진체로 사용했다. 하지만 액체연료 미사일은 연료 주입 등에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KN-23의 기술적 신뢰성이 확보되면서 북한의 HGV는 KN-23을 1단 추진체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이 지난해 말 첫 공개했던 화성-11마다. 지난달엔 이를 개량한 화성-11마-1을 쐈다. KN-23에 HGV를 결합해서 한·미 연합군의 요격시도를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평가다.
북한은 확산탄 시험 등을 실시, 탄두의 다양화도 꾀하고 있다. 김정일 체제에서의 탄도미사일이 무력 과시에 가까웠다면, 김정은 체제에서 탄도미사일은 한반도 유사시 대남 종심 타격을 위한 실질적인 전략무기로 바뀌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KN-23은 실전 경험도 갖췄다.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던 2023년 말부터 러시아군은 KN-23을 우크라이나로 발사했다. 북한군도 현지에 일부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자전과 미사일 요격 작전이 매일같이 발생하는 전장이다. 러시아군과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 전자전과 요격시도를 회피하면서 KN-23을 사용한 경험은 북한 미사일 성능 향상과 생산 및 미사일 부대의 전시 운용 등에 상당한 도움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경험과 기술은 고체연료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에도 응용될 수 있다. 지난 3일 북한이 쏜 중거리 극초음속미사일도 고체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통은 “북한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기술과 실전 운용이 한층 발전된 형태를 지닐 것”이라고 전했다.
◆韓 미사일 핵심, 현무
북한 KN-23에 맞서는 한국군의 ‘창’은 현무 탄도미사일이다. 오래전부터 개발·운용이 이뤄졌지만, 실체는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정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국방예산안에서도 현무 탄도미사일 관련 항목은 있으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아 실체에 접근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정부와 군도 언급을 꺼린다. 한 군 관계자는 현무 계열 탄도미사일과 관련된 기자의 거듭된 질문에 “내가 무덤까지 갖고 가야 할 비밀”이라며 답변을 거부했을 정도였다.
정부와 군이 현무 탄도미사일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지만, 정체를 짚어볼 수 있는 단서들은 군 당국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자 무력시위를 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엿볼 수 있다.
지난 8일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충남 태안 인근 해상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진행된 HGV 시험발사를 청와대가 공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군에서 비밀리에 진행하던 HGV 사업을 전격 공개한 것은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에 맞설 방법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시험발사된 HGV에서는 현무 탄도미사일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시험 하루 뒤인 9일 청와대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HGV 시험발사를 위해 충남 태안 일대 해상에 설치된 바지선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발사관을 탑재한 대형 발사차량(TEL)이 있었다.
이는 현무-2C 또는 현무-4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HGV 시험발사 발표 당시 청와대는 “(HGV가) 목표 고도로 상승한 뒤 성공적으로 분리됐다”고 밝혔다. 현무-2C는 추진체 연소 종료 후 1단 로켓을 분리하고 재돌입체만 대기권에 돌입하는 2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무-2C의 1단 추진체에 HGV를 얹는 형태로 시험발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사거리가 1000㎞로 알려진 현무-2C는 현무-2A·B와 달리 탄두 부분에 보조날개가 장착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17년 6월 시험발사가 이뤄졌다. 당시에도 바지선에 TEL 1대를 설치, 현무-2C를 수백㎞ 떨어진 가상 표적에 쐈다.
현무-4는 2017년 3차 한·미 미사일 사거리 지침 개정에 따라 탄두중량 제한이 사라지면서 개발이 본격화했다. 탄두중량이 2t을 넘고,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을 정도의 사거리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국내 첫 HGV 시험발사를 참관한 직후 시찰했던 현무-5는 한국군 탄도미사일 중 가장 강력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 2024년 10월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처음 공개된 이래로 군 당국의 주요 행사에서 계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현무-5는 한반도 일대를 사정권에 두는 탄도미사일이지만, 발사차량의 길이는 북한이 개발한 ICBM과 맞먹을 정도다. 그만큼 미사일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지하 수십m에 건설한 지하시설 등을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다. 하늘에서 낙하하는 폭탄의 위력에는 운동에너지가 큰 영향을 끼친다. 운동에너지는 질량과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현무-5는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탄두중량이 8∼9t으로 알려져 있다. 무거운 탄두를 강력한 추력을 지닌 고체연료 엔진을 이용해 대기권 밖으로 높이 쏘아올린 뒤 북한 내 주요 표적을 향해 낙하시킨다. 이렇게 확보된 거대한 운동에너지는 지하 수십m에 자리 잡은 북한 지하시설을 완파하거나 입구·통풍구를 파괴, 외부와의 통신 및 전기·수도 공급을 차단해서 무력화할 수 있다. 지표면에 있는 특정 표적 일대를 초토화하는 작전도 가능하다. 한국형 3축 체계의 일부인 대량응징보복(KMPR)에서 현무-5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다만 현무-5가 세계 최고 수준의 탄두중량을 갖고 있어도 지하 80∼100m에 위치한 북한 지하시설을 완전히 파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군은 이외에도 도산안창호급·장영실급 잠수함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운용 중이며, 이지스구축함과 한국형차기구축함(KDDX)에 탑재할 수 있는 함대지탄도미사일 개발도 추진 중이다. 두 미사일은 현무-2 탄도미사일 기술을 토대로 발전된 개념을 적용한 무기다. 유사시 해상에서 수백㎞를 비행해 북한 내륙 지역 표적을 타격하는 작전에 투입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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