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시간 맞춰 현관문서 기다려
살인미수 혐의 전남편 긴급체포
지급 받은 스마트워치 또 무용지물
경찰 “관계성 범죄 4만여건 점검”
가해자 관리 강화 법 개정도 추진
경기 성남시에 사는 60대 여성이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한 지 사흘 만에 자택에서 전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피습당했다.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지만 소용없었다. 공권력의 보호망이 피해자 손목에만 닿았을 뿐 흉기는 막지 못한 것이다. 경찰의 보호를 무력화하는 ‘관계성 범죄’가 최근 잇따라 발생하자 경찰은 관련 사건 4만여건에 대한 전수점검을 실시하는 등 범죄 예방 및 대응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스마트워치 지급 사흘 만에 또 피습, 60대男 체포
경기 분당경찰서는 19일 오전 10시19분 서울 중랑구에서 60대 남성 B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B씨는 이날 오전 8시5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전처 A씨 자택을 찾아가 흉기를 휘두른 뒤 달아난 혐의다. B씨는 A씨가 출근하기 전 현관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문이 열리자 집 안으로 들어가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오전 8시23분 현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은 현관문 폐쇄회로(CC)TV를 통해 B씨가 집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모습을 확인한 뒤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과 소방은 오전 8시30분 집 안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진 A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당시 A씨는 호흡은 있었지만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미 경찰의 ‘신변안전조치’ 대상자였다. A씨는 3년 전 이혼한 B씨가 최근 연락해 집에서 가족들과 만나자고 요구하자 불안감을 느껴 16일 경찰에 신변보호를 신청했다. 경찰은 이달 16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를 안전조치 기간으로 지정하고 A씨에게 긴급신고용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주거지 일대에 대한 112 연계 순찰도 시행했다. 그러나 정작 범행 당시 스마트워치를 통한 긴급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B씨가 갑작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와 흉기를 휘두르면서 A씨가 신고 버튼을 누를 겨를이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성범죄 4만여건 전수점검
경찰의 ‘관계성 범죄 보호조치’가 잇따라 뚫리자 경찰청은 이날부터 30일까지 전국의 관련 사건을 전수점검하기로 했다. 최근 서울 송파와 제주, 전북 등에서도 관계성 범죄가 강력 사건으로 이어졌다. 경찰은 전국에서 수사 중인 관계성 범죄 사건과 피해자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는 사건, 안전조치가 진행 중인 사건 등 4만3712건을 추려 점검에 나선다.
서울에서는 약 8500건에 대한 전수점검이 이뤄진다. 서울경찰청은 이미 올 상반기 두 차례 전수점검을 진행했다. 1차(3월18일∼4월2일) 때 3902건을 점검해 구속영장 신청 77건, 전자장치 신청 70건, 유치 신청 91건 등 총 1170건, 2차(4월13일∼30일) 때는 1차 점검 대상을 포함해 총 1만999명을 점검해 사건접수 25건, 보호조치 15건, 안전조치 57건, 지원연계 83건 등 총 211건을 보완조치했다.
하지만 경찰이 매번 전수점검에 나서지만 실효성이 없어 참극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범석 서울청장은 이날 정례간담회에서 “보호조치 과정에서 빠진 게 있는지 꼼꼼하게 챙겨보는 것”이라며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그동안 피해자 보호에 집중됐던 관계성 범죄 대응을 가해자 관리 강화로 확대할 예정이다.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도록 하고 구금 절차를 완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가해자의 폭력성을 사전에 완화할 수 있는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임준태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관계성 범죄를 막기 위해 경찰 역할도 중요하지만 인력과 예산의 한계가 있다”며 “개인 간 감정에서 비롯되는 범죄인 만큼 잠재적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를 대상으로 극단적 갈등을 예방하는 교육과 상담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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