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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조 증발에 90년대생 연금 0원?…국민연금 공식 수치 확인해보니 [숫자 뒤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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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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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적립금 181조 감소…연초 이후 누적 수익률 14.84% 기록
상장사 평가액 감소는 일부 지분 추정…전체 기금 손실과 구분
국내주식 리밸런싱 7월 재개…기금 소진돼도 국가가 지급 보장

국민연금에서 240조원이 증발해 1990년대생은 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주장이 온라인에 돌고 있다.

 

국민연금의 2026년 7월 말 기금 적립금은 1684조2000억원으로 전월보다 181조4000억원 줄었다. 연초 이후 누적 운용수익률은 14.84%(잠정)다. 적립금 감소액을 전부 매매로 확정된 투자손실로 볼 수는 없다. 국민연금공단 제공
국민연금의 2026년 7월 말 기금 적립금은 1684조2000억원으로 전월보다 181조4000억원 줄었다. 연초 이후 누적 운용수익률은 14.84%(잠정)다. 적립금 감소액을 전부 매매로 확정된 투자손실로 볼 수는 없다. 국민연금공단 제공

지난 15일 코스피가 7.57% 급락한 가운데 정부가 국민연금의 주식 매도를 막아 손실을 키웠다는 주장까지 더해졌다. 핵심은 집계 시점과 대상이다. 18일 기준 국민연금이 공개한 가장 최근 월간 운용실적은 7월 말 자료다.

 

당시 기금 적립금은 전월보다 181조4000억원 감소했지만, 연초 이후 누적 운용수익률은 14.84%를 기록했다. 7월 말 기준 실적만으로 10월 증시 급락에 따른 전체 기금의 손익을 판단할 수는 없다.

 

◆7월 적립금 181조 감소…전액이 확정손실은 아냐

 

1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7월 말 기금 적립금은 1684조2000억원이다. 6월 말 1865조6000억원보다 181조4000억원, 약 9.7% 줄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 평가액은 543조2000억원에서 418조6000억원으로 124조6000억원 감소했다. 전체 적립금 감소액의 약 69%에 해당하는 규모다.

 

적립금 감소액에는 주식 매매로 확정된 손실 외에 보유자산의 평가액 변동 등도 반영된다. 적립금은 주가와 환율 변동에 따른 자산 가치 변화뿐 아니라 보험료 수입과 연금 지급액 등의 영향도 받는다. 적립금이 얼마나 늘고 줄었는지와 실제 투자 성과를 보여주는 운용수익률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올해 누적 운용수익률은 6월 말 27.22%에서 7월 말 14.84%로 12.38%포인트 낮아졌다. 상반기에 쌓은 수익이 크게 줄었지만, 7월까지의 누적 성과는 플러스였다. 7월 말 적립금도 지난해 말 1458조원보다 226조2000억원 많았다.

 

◆상장사 평가액 182조 감소 추정…7월 수치와 합산하면 중복

 

10월 급락이 반영된 민간 추정치도 나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6월 30일과 10월 15일 기준 5% 이상 지분을 보유해 공시한 상장사 287곳의 주식 평가액은 515조9293억원에서 333조5330억원으로 줄었다. 감소액은 182조3963억원, 감소율은 35.3%다.

 

이는 국민연금 전체 기금의 운용손익이 아니라 공시자료를 바탕으로 일부 상장사 보유 지분의 평가액 변화를 계산한 추정치다. 주가뿐 아니라 보유 주식 수의 변화도 평가액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감소액 전부를 주가 하락에 따른 투자손실로 볼 수는 없다.

 

집계 기간도 살펴봐야 한다. 6월 말부터 10월 15일까지의 변화에는 7월 평가액 감소분이 이미 포함돼 있다. 여기에 7월 적립금 감소액 181조4000억원을 더하면 같은 기간의 손실을 중복 계산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공식 운용실적과 일부 상장사 지분 평가액 추정치는 집계 대상과 계산 방식이 다르다. 두 수치를 단순히 합산할 수 없으며,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온라인에서 제기된 ‘240조원 손실’ 주장을 뒷받침하기 어렵다.

 

◆매도 전면 금지였나…‘리밸런싱’ 7월 재개

 

정부가 국민연금의 주식 매도를 전면 금지했다는 주장도 기금운용위원회가 공개한 결정 내용과 구분해서 봐야 한다.

 

기금위는 지난 1월 국내주식의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범위 이탈에 따른 리밸런싱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리밸런싱은 자산별 투자 비중이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면 매매를 통해 조정하는 절차다.

 

5월에는 올해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높였다. 보건복지부는 국내 증시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과 실제 보유 비중을 반영하고,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 매매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유예 조치는 6월 말 끝났고, 7월 1일부터 리밸런싱이 재개됐다. 기금위는 국내주식 비중의 허용범위를 한시적으로 넓히고 하루 최대 리밸런싱 규모를 줄였다. 일정한 비중 조정 규칙을 완화한 것으로, 모든 주식 매도를 금지한 조치와는 다르다.

 

해당 결정이 적절했는지를 놓고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존 규칙을 적용했다면 하루 8000억원 이상을 매도해야 해 시장에 큰 충격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기금위에 이전 정부가 추천한 전문가들도 참여했다”며 “유예 결정에 이견이 없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국민연금이 정부의 증시 부양에 동원된 것 아니냐고 비판하며 기금위 회의록 공개를 요구했다. 여당은 금융시장 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회의록의 공개를 늦출 수 있도록 한 규정을 들어 맞섰다.

 

7월 말 국내주식 비중은 24.9%로 상향 조정된 목표치 20.8%를 웃돌았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목표 비중에 일정한 허용범위를 두고 운용한다. 실제 비중이 목표치를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운용 규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다.

 

◆기금 소진되면 못 받나…예정처는 2069년 소진 전망

 

기금 소진 전망도 주가 급락에 따른 단기 손익과 나눠 봐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6월 18일 발간한 ‘기금운용실적 개선에 따른 국민연금 재정 수정전망’에서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 재정수지는 2050년 적자로 전환되고 기금은 2069년 소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전망한 소진 시점인 2065년보다 4년 늦어졌다.

 

2025년 운용수익률 18.82%와 이에 따른 적립금 증가 등을 반영한 결과다. 미래 운용수익률은 전망 기간 평균 4.6%를 가정했다.

 

2069년은 현재의 추계와 가정을 바탕으로 산출한 기금 소진 예상 시점이다. 인구와 경제 여건, 보험료·급여 제도, 장기 운용수익률에 따라 달라지는 전망치다.

 

해당 전망에는 올해 하반기 증시 급락이 반영되지 않았으며, 그 영향을 따지려면 이후 운용실적을 반영한 재추계가 필요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보고서와 증시 하락 그래프를 형상화한 이미지. 국민연금에서 240조원이 증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공식 운용실적과 일부 상장사 보유 지분의 추정 평가액은 집계 대상과 기준이 달라 구분해야 한다. ChatGPT 생성 이미지
국민연금 기금운용 보고서와 증시 하락 그래프를 형상화한 이미지. 국민연금에서 240조원이 증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공식 운용실적과 일부 상장사 보유 지분의 추정 평가액은 집계 대상과 기준이 달라 구분해야 한다. ChatGPT 생성 이미지

기금이 소진되더라도 연금 지급은 계속 보장된다.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국민연금법 제3조의2는 국가가 연금급여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지급할 책임을 지고, 이를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990년대생 역시 기금 소진 여부와 관계없이 법에 따른 연금 수급권을 보장받는다.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하더라도 재원 마련이라는 과제는 여전히 남는다. 적립금이 줄어들면 보험료 수입과 국가 재정 등을 통해 지급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논의해야 한다.

 

1990년대생이 연금을 아예 받지 못한다는 주장과 앞으로 어느 세대가 얼마나 부담해야 하는지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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