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 공장 화재 진압 현장에서 순직한 김진석 소방위는 사고 전날 딸에게 "내일 아빠랑 메뚜기 잡으러 가자"고 했다고 한다. 딸은 아빠 영정이 놓여진 자리에 '보고 싶은 아빠께. 아빤 어제 돌아가셨는데 지금도 너무 보고 싶네요'라며 '그리운 아빠, 나중에 꼭 다시 만나요. 사랑해요. 보고 싶은 아빠'라고 적었다. 편지 옆에는 '출동'이라는 문구와 함께 소방차 그림이 채워져 있었다.
이들 가족의 평온한 일상은 엄숙한 표정의 10여년 베테랑 소방관 영정에서는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창졸간에 소중한 식구를 잃은 유족의 비통함은 어찌할 것인가. “용기와 헌신에 대한 경의”라는 애도나 1계급 특진, 옥조근정훈장 추서 등이 화마에 스러진 아버지, 남편, 아들, 동료의 부재를 채워줄 수 있을까. ‘First In, Last Out(가장 먼저 들어가서 가장 마지막에 나온다)’이라는 문구는 또 하나의 눈물 버튼에 불과하다.
김 소방위는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 추서, 국립현충원 안장 등의 예우가 이어질 전망이다. 현충원 소방관묘역은 화재진압이나 인명구조, 훈련 등을 수행하다가 순직하거나 상이(傷痍)를 입은 소방관들 유해가 묻힌 곳이다. 최근 20년간(2006∼2025년) 따져보면 2019년 독도 구조헬기 추락, 2022년 평택 냉동창고 화재, 2024년 문경 육가공 공장 화재 등 81명의 소방관이 순직했다. 한 해 평균 4명꼴이다.
이 같은 참극은 되풀이되는 순간 불운보다는 구조의 문제다. 도 지역 현장소방관들이 대개 김 소방위가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 우리의 소방공무원이 적은 건 아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6만6047명으로 소방공무원 1인당 담당 인구가 774명이다. 독일(2382명)과 프랑스(1217명)보다 적고 미국(879명)과 일본(757명)과는 엇비슷하다.맹점은 이 숫자에 현장·행정공무원이 구분돼 있지 않고 지역 간 관할면적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현장 지휘부가 무리하게 진입 명령을 내리진 않았는지 따져볼 일이다. 화재가 발생한 공장형 창고는 특유의 밀폐구조 등으로 물을 뿌려도 쉽게 꺼지지 않고 유독가스는 물론 유증기 등 가연물질로 폭발 가능성까지 있는 위험한 현장이다. 미국의 소방지휘체계(ICS) 매뉴얼을 보면 ‘구조 대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며 사고 현장에서 인명 손실을 최소화하라’고 돼 있다.
2019년 헝가리 유람선 전복 사고 당시 한국인 실종자 수색·구조를 위해 급파됐던 우리 소방청 긴급구조대원들은 “(순직) 영웅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헝가리 당국의 ‘안전 제일주의’에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 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어느 소방관의 기도는 숭고하지만 국가가 이들의 희생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선 안 된다. 소방관은 죽어서 훈장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살아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야 하는 부모이자 자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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