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공식 채널도 쇼츠 만들어
2025년·2024년 없다 2026년에 8건 내놔
정책 내용보다 흥미 인물 쏠려
박진영·조희대·한동훈 등 거론
“여자 깡패” “개기네” 막말 난무
인지도·진영내 입지 제고 혈안
전문가 “정치의 조정 역할 실종
입법부 존재 가치 스스로 해쳐”
“통상 국정감사 질의를 1차 7분, 2차 5분, 3차 3분씩 하게 됩니다. 짧은 시간에 여러 가지 현안을 짚고 화제성까지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게 보좌진의 능력입니다.”(국회 A보좌관)
“국감 전에 질의서를 만들 때부터 유튜브 쇼츠 제작도 어느 정도 감안하고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요. 피감기관장이 답변을 못 한다거나 미리 답변을 가로막는 것까지 시나리오로 만드는 곳도 있습니다.”(국회 B비서관)
각종 쇼츠 화면 종합
국감 도중 보좌진이 휴대폰으로 직접 영상을 촬영하거나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을 활용해 1분 안팎의 구간을 낚아챈다. 큼직한 자막과 긴박한 배경음악을 덧입혀 유튜브 쇼츠를 생산한다. 질의서 작성부터 영상 편집까지 ‘조회 수를 올릴 한 장면’을 염두에 둔 의원실의 국감 풍경이다. 문제는 이 같은 경쟁이 정책의 허점을 파고들어 답변을 듣고 재차 따지는 감사보다 상대를 몰아붙이는 ‘한 방’ 질의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답변을 가로막거나 강한 질책 한마디를 남기는 사이 정책 실패의 원인과 개선책을 따지는 과정이 밀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의원 공식 채널 8곳서 38곳
세계일보가 18일 유튜브 데이터 API를 활용해 2024∼2026년 국감 첫 주 쇼츠 영상을 분석한 결과, 쇼츠를 게시한 현역 의원 공식 채널은 2024년 14곳(29건), 지난해 8곳(12건)에서 올해 38곳(74건)으로 늘었다. 공식 계정임을 명시하거나 다른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연결한 채널만 집계했고, 팬덤·가족 채널은 제외했다.
올해 쇼츠를 올린 의원 38명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24명(63.2%)으로 가장 많았다. 국민의힘 8명, 조국혁신당 3명 등이 뒤를 이었다. 초선은 20명으로 절반을 넘었고 재선 5명, 3선 이상 13명이었다. 정당 공식 채널도 제작에 가세했다. 2024년과 지난해에는 조사 조건에 해당하는 영상이 없었지만 올해는 국민의힘TV 4건, 조국혁신당 3건, 민주당TV 1건 등 8건이 집계됐다.
국민의힘TV는 ‘국정감사 하이라이트 증인 출석은 이재명이 와야죠’, 조국혁신당은 ‘800원 횡령 기사는 해임, 대법원장 카드는 소망?’ 등의 영상을 올렸다. 민주당TV는 ‘한동훈 딸 허위 스펙 의혹, 경찰 압색영장 0건’을 게시했다. 민주당TV의 국감 관련 쇼츠는 실제 3건이었지만 나머지 2건은 제목 등에 ‘국감’이나 ‘국정감사’가 없어 집계에서 빠졌다.
영상 제목에 등장하는 인물도 일부에 집중됐다.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128건으로 가장 많이 언급됐고 조희대 대법원장(107건), 무소속 한동훈 의원(104건)이 뒤를 이었다. 정책의 세부 내용보다 인물의 화제성을 앞세운 제목이 많았다.
◆“조폭” “여자 깡패” 등 막말 난무
국감장에서는 모욕과 조롱이 잇따랐다.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 대법원장의 증인 선서와 이석 문제로 여야가 충돌하던 중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이 “부엉이바위 진실을 하나 만듭시다”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인간이 되세요”,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한 번도 사람인 적이 없어”라고 맞받았다.
같은 날 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의 의사진행에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이 항의하면서 “조직폭력배”, “여자 깡패”라는 말이 오갔다. 김용민 의원은 “쇼츠 조회 수 올리고 후원금 구걸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김태규 의원은 “시건방지게”라고 응수했다. 쇼츠 경쟁 자체가 국감장 설전의 소재가 된 것이다.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민주당 이정헌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 부모 묘소를 찾아 농지법 위반 의혹을 제기한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을 향해 “국감장에 함께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치욕스럽다”, “정치의 탈을 쓴 패륜”이라고 비판했다. 이진숙 의원은 자신의 상임위 제척을 요구한 무소속 최혁진 의원에 대해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는 큰소리를 내지 않는다며 보여주기식 호통이라고 반박했다.
피감기관을 향한 면박도 이어졌다. 감사원 국감에서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영신 감사위원에게 “감사원을 망사원으로 만들었다”, “유병호 꼬붕 아니었나”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모욕적”이라고 반발했다. 대법원 국감에선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대법관 재제청 요구를 거부한 조 대법원장을 향해 “개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조 대법원장의 ‘법인카드 쪼개기 의혹’을 거론하며 “현행범”이라고 몰아붙였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갈등과 이해관계의 조절이 정치의 기본적인 역할인데, 오히려 정치가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공론장으로서의 국회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고 체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종빈 한국정치학회장은 “삼권분립의 대통령제에서 입법부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며 의원들의 국감 실적 평가 방식을 엄격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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