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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주택난·부실 교육에… 유럽 곳곳서 ‘민생 분노’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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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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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전역서 학생·시민·노동자 시위
약탈·방화 시위대 1200여명 체포
‘노란조끼’ 가세해 정국 불안 고조

물가 급등·저임금 등에 서민 고통
주거비 부담·긴축 재정 반발 거세
伊·벨기에 등 유럽 각국 시위 확산

열악한 교육환경에 항의하며 시작된 프랑스 고등학생들의 시위가 심상치 않은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생활비와 중동 전쟁발 연료 가격 급등, 정부의 긴축 재정에 반발하며 노동조합과 일반 시민들이 대거 가세했다. 시위는 물가 급등과 경제 불황에 직면한 유럽 각국에서 연쇄적으로 퍼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파리를 비롯해 마르세유, 리옹, 툴루즈, 낭트, 스트라스부르 등 주요 도시에서 학생과 일반 시민, 노동자 등이 어우러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정부 측 추산 55만명, 주최 측 추산 80만명이 모여 교육환경 개선과 물가 급등, 정부의 긴축 정책, 이로 인한 공공 서비스 악화 등을 성토했다.

유럽 “못살겠다” 유럽 각국이 고물가와 긴축 재정 확대로 인한 복지 삭감 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주말인 17일(현지시간)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이날 프랑스 남서부 리모주에서는 시위대의 공격으로 시청 건물이 불에 탔다(왼쪽).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했다. 리모주·밀라노=AFP·AP연합뉴스
유럽 “못살겠다” 유럽 각국이 고물가와 긴축 재정 확대로 인한 복지 삭감 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주말인 17일(현지시간)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이날 프랑스 남서부 리모주에서는 시위대의 공격으로 시청 건물이 불에 탔다(왼쪽).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했다. 리모주·밀라노=AFP·AP연합뉴스

파리 집회에 나선 한 참가자는 AP통신에 “공공서비스 방치 등 잘못되고 있는 모든 것에 항의하기 위해 왔다”며 “좌절감과 분노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폭력 사태도 잇따랐다. 파리에서는 라파예트백화점과 명품 매장, 슈퍼마켓 등이 약탈 피해를 보았다. 남서부 소도시 리모주에서는 143년 역사의 시청 건물이 시위대의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였다. 복면과 마스크를 쓴 일부 시위대와 진압 경찰이 격렬히 충돌하면서 시위 현장에서 화염과 최루가스, 물대포가 난무한 가운데 경찰관 150명 정도가 다치고 시위대 1200여명이 체포됐다.

 

이번 시위는 2018년 정부의 유류세 인상 조치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반발로 시작돼 수개월 동안 프랑스 전역을 뒤흔들며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를 위기에 몰아넣었던 ‘노란조끼’운동 지휘부가 학생들과 함께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날 프랑스 주요 노동조합 노동총연맹(CGT) 등도 전국 1750곳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대선을 앞둔 프랑스가 또 한 번의 정치적 격변으로 향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벌써 대선주자들이 시위로 양분된 여론에 편승해 경쟁 진영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 대선 후보 지지율 선두인 극우 국민연합(RN) 마린 르펜 의원은 “정당한 사회적 요구가 또다시 극좌파에 의해 악용됐다”며 극좌 성향 대선주자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가 소요 사태를 부추겼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멜랑숑 대표는 언론이 폭력 충돌 장면만 보여주고 있다며 오히려 경찰이 과잉 진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위는 국경을 넘어 이탈리아,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 주변국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서유럽 곳곳이 고물가와 주거비 급등, 부실한 교육, 정부의 긴축으로 인한 공공 서비스 악화 등으로 서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영향이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도 일부 시위대가 자동차를 뒤집고 쓰레기통을 불태우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였다. 브뤼셀=로이터연합뉴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도 일부 시위대가 자동차를 뒤집고 쓰레기통을 불태우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였다. 브뤼셀=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는 이날 로마, 밀라노, 토리노, 볼로냐 등 대도시에서 물가 급등과 낮은 임금, 부실한 공공 서비스 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시위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도시를 불태우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폭력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최대 노조인 이탈리아노동총연맹(CGIL)이 유럽 학생들의 대대적 시위가 예고된 다음달 20일 총파업을 선언해 이탈리아에서도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기존 시위와 노동운동이 결합한 전국적 시위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과다한 공공 부채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처지인 벨기에에서도 프랑스어권 중심 도시인 동부 리에주를 중심으로 교육 예산 삭감, 열악한 교육환경에 항의하는 고교생들의 시위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의 로시우광장에는 ‘텐트 시위’가 시작됐다. 물가 상승과 집값 급등으로 인한 주거비 부담 가중에 항의하며 광장을 점거한 것이다. 제2 도시 포르투에서도 시위가 진행됐다.

 

스페인의 경우 이미 지난달 87세 노인 강제 퇴거가 불을 지핀 주택난 항의 시위가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등 대도시에서 이어지며 페드로 산체스 총리를 조기 총선으로 내몰았는데, 프랑스와 유럽 각국의 시위와 맞물려 개혁 요구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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