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 외면한 정치 행보에 민심 분노
여야 ‘처우 개선’ 말 아닌 행동 보여야
경기 부천 공장 화재 현장에서 김진석 소방위가 화마(火魔)에 목숨을 잃어 온 국민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그런데도 소방 조직을 ‘재정 빨대’라고 비하해 물의를 빚은 추미애 경기도 지사는 ‘사과 아닌 사과’로 공분을 사고 있다. 추 지사는 그제 빈소 방문 시 빨대 발언에 대해 사과 의향을 묻는 취재진에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 사과를 드립니다”라고 했다. 마음에서 우러나와 먼저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사과를 바라니 사과한다’니 무슨 해괴한 말인가. 동료를 비롯한 민심의 요구가 없었다면 어물쩍 넘어가려고 했나. 진정성을 의심받아 후폭풍이 부는 것도 자업자득이다.
추 지사는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의 국정감사에서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 인건비만 해도 1조1000억원을 잡아먹게 되고 사업비만 5000억원가량…”이라 했다. 아무리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예산 대부분을 떠안은 것을 지적한 것이라지만, 도를 넘었다.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대다수 소방공무원의 명예와 인격을 짓밟는 망언이다. 그러니 추 지사가 16일 화재 현장을 방문했을 때 울먹이는 동료들이 등을 돌린 것 아닌가. 더불어민주당이 사과에 나서는가 하면 여당 일부에서 추 지사의 ‘출당’까지 거론되고 있다.
추 지사는 7월 취임 후 인구 1300만명인 국내 최대 지자체의 도백(道伯)인지, 여의도 정치판 일원인지 알 수 없는 행보를 반복했다. 느닷없이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하더니 복지 예산을 삭감해 도정을 파탄 냈다는 잡음까지 나온다. 아직도 국회의원인 양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임명 반대 목소리도 높였다. 헌법과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의 정치적 활동은 본인 자유지만 도정은 안중에 없는 것이냐는 비판을 피할 순 없다. 추 지사는 민심의 분노가 두렵다면 유아독존식 경거망동을 자제하기 바란다.
“그리운 아빠, 나중에 꼭 다시 만나요. 그땐 제가 아마 어른이 됐을 때일 거예요.” 내년에 초등학교 신입생이 되는 고인의 7세 어린 딸이 영정 옆에 놓은 가슴 아픈 편지글이다. 이번 화재로 다른 소방관 5명도 중상 등의 인명 피해가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고인 빈소를 찾아 영원한 기억을 강조했고, 여야도 앞다퉈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닌 행동이다. 남아있는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정치권의 다짐이 허언으로 끝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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