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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이 다 했다”…입장료 0원, ‘인생샷 맛집’ 궁평항 방파제 한컷 [사진기자 유희태의 ‘포토스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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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유희태 기자 joyk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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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망이 조교와 걷는 어둠 속 빛의 길

화성 궁평항 야간 방파제 포토스팟
가로등 빛 아래 까망이 조교의 포즈 시범
스마트폰 한 대로 따라 하는 인생샷
사진기자는 매일 새로운 현장을 누빕니다. 점과 선을 찾아 규칙에 맞게 정돈하고, 빛을 찾아 아름답게 빚어내는 것이 사진기자의 일입니다. 사건 현장을 뛰는 날도 있지만, 보기만 해도 눈이 편안해지는 장면을 찾아 걷는 날도 적지 않습니다. 연인, 가족, 친구와 소중한 추억을 남기고 싶은 분들은 가볍게 따라오세요. 전문 카메라는 필요 없습니다. 저도 스마트폰으로 함께 찍어볼게요.
14일 밤 드론으로 내려다본 경기 화성시 궁평항 방파제 모습. 길을 따라 끝까지 가면 등대가 기다리고 있다.
14일 밤 드론으로 내려다본 경기 화성시 궁평항 방파제 모습. 길을 따라 끝까지 가면 등대가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빛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빛이 닿는 곳에서 얼굴이 드러나고, 그 빛 덕에 사진도 빛나는 법이죠. 경기 화성 궁평항 방파제는 좋은 화실입니다. 사방이 어둠인 바다 위에 가로등이 간격을 두고 서 있습니다. 불빛은 눈이 부시지 않고, 얼굴선이 드러날 만큼만 내려옵니다. 난간 손잡이와 길바닥이 빛을 받아 선을 만들고, 길 끝에서는 등대가 주황빛을 자랑합니다. 어둠이 깊을수록 작은 빛이 또렷해지는 포토스팟입니다.

 

이런 곳에 모델이 왔습니다. 얼굴은 보이지 않고 눈만 하얗게 뜨고 나온 숙련된 조교 까망이입니다. 스마트폰을 들고 따라오세요. 까망이를 따라 해 보세요.

14일 밤 드론으로 내려다본 경기 화성시 궁평항 방파제 모습. 가운데 보행로만 가로등 불빛을 받는다.
14일 밤 드론으로 내려다본 경기 화성시 궁평항 방파제 모습. 가운데 보행로만 가로등 불빛을 받는다.

궁평항의 밤하늘에서 내려다본 방파제는 어둠 속에 그은 한 줄 선처럼 보입니다. 길이 길게 뻗은 것은 이곳의 첫번째 장점입니다. 걷는 동안 바다, 배, 건너편 불빛이 차례로 바뀌니 사진 배경이 계속 달라집니다.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가로등 하나를 지날 때마다 빛의 방향이 바뀌고, 난간은 완만하게 휘며, 매번 배경을 새로 갈아입습니다. 중간쯤에는 한옥 양식의 정자가 나타납니다. 고개를 돌리면 바다 위 불을 켠 배에서 불빛이 보입니다. 걷다가 마음에 드는 빛을 만나면 그 자리에서 멈추고 찍으면 됩니다.

 

까망이 조교도 이 길을 걷습니다. 불평 없이 걷다가 가로등 앞에서 멈춰 섰죠. 길 끝에는 등대가 기다립니다.

1교시, 서기. 까망이는 가로등 불빛이 옆에서 닿는 자리를 골랐다.
1교시, 서기. 까망이는 가로등 불빛이 옆에서 닿는 자리를 골랐다.
2교시(위), 기대기. 팔만 가볍게 얹고 시선은 멀리 둔다. 3교시(아래), 쪼그려 앉기. 눈높이가 낮아지자 길이 더 길어졌다.
2교시(위), 기대기. 팔만 가볍게 얹고 시선은 멀리 둔다. 3교시(아래), 쪼그려 앉기. 눈높이가 낮아지자 길이 더 길어졌다.

차렷은 금지입니다. 체중을 한쪽 다리에 싣고 어깨 힘을 빼세요. 가로등 빛이 옆에서 닿는 자리에 서면 얼굴선이 살아납니다.

 

난간에 가볍게 팔을 얹습니다. 난간은 거드는 용도이지 체중을 다 맡기는 용도가 아닙니다. 시선은 가로등 쪽으로 돌려 보세요.

 

시선을 낮추면 길과 난간이 더 길게 보입니다. 통행에 방해되지 않게 난간 안쪽에서 앉으세요.

방파제 곳곳에 설치된 인명구조함. 구명조끼·레스큐캔·구명줄이 들어 있다고 적혀 있다.
방파제 곳곳에 설치된 인명구조함. 구명조끼·레스큐캔·구명줄이 들어 있다고 적혀 있다.

밤 방파제에서는 난간 안쪽에서만 찍으세요. 구조함 위치를 먼저 확인하고, 해상 긴급 신고는 119입니다.

방파제를 작은 행성처럼 말아 본 파노라마.
방파제를 작은 행성처럼 말아 본 파노라마.
뭍으로 올라온 어선들. 이곳은 관광지이기 전에 어항이다.
뭍으로 올라온 어선들. 이곳은 관광지이기 전에 어항이다.

궁평항은 1991년 남양만 화옹지구 간척사업으로 만든 대체어항에서 출발했습니다. 우정면·남양면·서신면 어선들이 모이던 곳이고, 2004년 어촌정주어항을 거쳐 2008년 12월 19일 국가어항이 됐습니다. 바다를 막아 땅을 만든 자리에 항구가 들어선 셈입니다. 지금은 200여 척이 드나들 수 있습니다.

 

궁평(宮坪)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궁에서 관리하던 땅에서 왔다는 설이 전해집니다. 방파제 끝 궁평루에서 보는 일몰은 화성8경에 들 만큼 이름났고, 바다 위 낚시터인 피싱피어는 길이 193m로 2009년 경기도가 만들었습니다.

유 기자의 촬영 화면. 격자선을 켜고 2배·4배로 당겨 찍었다.
유 기자의 촬영 화면. 격자선을 켜고 2배·4배로 당겨 찍었다.

격자선을 켜세요. 2배, 4배로 당기면 난간 선이 한 화면에 모입니다. 밤에는 야간 모드가 켜지니 몇 초간 움직이지 마세요.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까망이 조교는 다시 어둠 속으로 퇴근합니다. 다음 편에서도 빛 있는 곳에서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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