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선 삼전 7만원·하닉 20만원 제시…16일 종가 밑돌아
증권가 “과도한 조정”…4분기 D램 가격 상승 전망도 팽팽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107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8.8배에 달하는 사상 최대 실적이다.
하지만 실적 발표 당일 삼성전자 적정주가를 7만원으로 제시한 전문가의 발언이 일주일 뒤 증시 폭락과 맞물리면서 반도체 호황의 지속성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이주완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는 지난 8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적정주가를 각각 7만원과 20만원으로 제시했다. 두 종목이 15일 나란히 급락하자 그의 발언이 다시 주목받았다.
이 애널리스트는 16일 YTN라디오에서도 두 회사가 여전히 고평가돼 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16일 종가는 삼성전자 21만5500원, SK하이닉스 127만2000원이다. 이 애널리스트가 제시한 가격은 현재 주가보다 각각 67.5%, 84.3% 낮다. 이는 특정 전문가의 적정주가 주장과 실제 거래가격의 차이를 계산한 수치다.
핵심은 107조원에 달하는 분기 영업이익을 앞으로도 이어갈 수 있느냐다.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일시적인 호황이라는 분석과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높은 수익성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맞서고 있다.
◆영업이익 107조원 돌파…1년 만에 8.8배 급증
삼성전자가 지난 8일 발표한 3분기 잠정실적에 따르면 연결 기준 매출은 195조원, 영업이익은 107조4000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55.1%에 달했다. 국내 기업이 한 분기에 100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전 분기보다 매출은 13.70%, 영업이익은 20.01%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 증가율은 782.50%다. 시장 전망치인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 106조6401억원도 약 7600억원 웃돌았다.
사업부별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증권가는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확대와 가격 상승에 힘입어 반도체(DS) 부문이 전체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적은 역대 최대지만 주가는 반대로 움직였다. 15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9.48% 하락한 21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11.06% 떨어진 126만2000원을 기록했다.
16일에는 삼성전자가 2.62%, SK하이닉스가 0.79% 반등했다. 그러나 8일 종가와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17.75%, SK하이닉스는 24.33% 하락한 상태다. 일주일 사이 두 회사의 주가가 각각 18%, 24%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이주완, 이익 급증은 가격 상승 영향…고평가 주장 유지
이 애널리스트가 주목한 것은 영업이익의 규모보다 지속 가능성이다. 그는 최근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증가가 생산량이나 판매량 확대보다 메모리 가격 상승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메모리 가격이 지난해 4월부터 급격히 올랐지만 생산량과 출하량은 주가 상승폭만큼 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공급 부족으로 높아진 가격이 정상화되면 기업 이익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가격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경우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성이 다시 악화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삼성전자가 1년 뒤에도 분기 영업이익 107조원 수준을 유지하기는 힘들다는 판단이다.
기업가치 평가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PBR이 역사적으로 1배 안팎에서 형성돼 왔다고 설명했다.
16일 기준 PBR은 삼성전자 2.52배, SK하이닉스 3.43배다. 주당순자산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삼성전자 7만원은 PBR 약 0.82배, SK하이닉스 20만원은 약 0.54배에 해당한다.
적정주가를 판단하려면 과거 평균 PBR뿐 아니라 앞으로 얼마나 벌고 성장할지도 따져야 한다.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이익 성장률, 투자 규모에 따라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격 상승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어도 판매량 증가가 보탬이 됐을 수 있다. 매출은 판매량과 평균판매가격, 제품 구성에 따라 달라진다. 각각 얼마나 기여했는지 확인하려면 제품별 출하량과 가격 변화를 나눠 봐야 한다.
◆KB증권은 과도한 조정…실적 전망은 오히려 상향
국내 증권가에서는 다른 평가도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16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급락을 기업 실적 악화보다 국내 증시의 수급 공백과 투자심리 위축에서 비롯된 과도한 조정으로 진단했다. 주가가 급락하는 동안에도 두 회사의 실적 전망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KB증권에 따르면 내년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삼성전자 3.1배, SK하이닉스 2.6배 수준이다. 현재 주가에 향후 이익 감소 우려가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김 본부장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확대와 AI 반도체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최근 반도체주 하락이 실제 기업의 이익 창출력 약화보다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를 강하게 반영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전망도 당장 메모리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에는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4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이 전 분기보다 10~15%, 낸드플래시 가격은 15~20%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범용 D램의 예상 상승률은 3분기 13~18%보다 낮아졌지만, 가격 상승세 자체는 이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전체 D램 가격은 15~20%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AI 서버에 들어가는 고성능 메모리 생산에 반도체 업체들이 첨단 공정 생산능력을 우선 배정하면서 범용 제품까지 공급 부족이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소비자용 제품 시장의 상황은 다르다. PC와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을 겪고 있다. 일부 업체는 제품 사양을 조정하거나 기존 재고를 활용해 구매량을 줄이고 있다. 기업용 SSD는 수요가 강하지만 소비자용 SSD는 가격 상승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107조원 이익 얼마나 이어질까…29일 실적 발표 주목
두 전망의 차이는 메모리 업황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나온다. 이 애널리스트는 공급 부족으로 급등한 가격이 정상화될 경우 이익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반면 KB증권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높은 수익성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한다.
4분기 메모리 반도체 계약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상승폭이 둔화하더라도 가격은 오르는 만큼, 실제 기업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출하량과 생산원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메모리 가격 상승률이 그대로 영업이익 증가율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제품별 출하량과 생산원가, 고부가 제품 비중, 설비투자 부담도 실적에 영향을 준다.
삼성전자는 오는 29일 오전 10시 3분기 확정실적 발표와 콘퍼런스콜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때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의 실적과 향후 사업 전망을 확인할 수 있다.
107조4000억원은 이미 거둔 실적이다. 시장의 관심은 다음 분기와 내년에도 이 같은 이익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 7만원·SK하이닉스 20만원이 적정주가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메모리 가격과 기업 이익이 얼마나 감소할 것인지 구체적인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주장 역시 향후 실적으로 입증돼야 한다. 결국 반도체주의 가치는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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