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7일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직접 참배는 이번에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추계 예대제(가을 제사)에 맞춰 ‘내각총리대신 다카이치 사나에’라고 적힌 명패가 있는 ‘마사카키’(真榊·비쭈기나무 화분)라는 공물을 보냈다.
총리 주변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예대제 기간 참배를 보류하는 방향이다. 외교 문제로 번지는 것을 피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참배 여부는 총리 본인이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료 중에서는 우에노 겐이치로 후생노동상과 기우치 미노루 성장전략담당상이 이번 예대제에 맞춰 공물을 봉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리 에이스케 중의원 의장과 세키구치 마사카즈 참의원 의장도 각각 마사카키를 보냈다.
◆ 취임 전엔 해마다 참배…총재 된 뒤로는 공물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자민당 총재 취임 이전에는 각료 재임 시절을 포함해 매년 봄·가을 예대제와 일본의 패전일인 8월15일마다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해 왔다.
그러다 자민당 총재가 되고 나서부터는 지난해 가을과 올해 봄 예대제 기간 직접 참배를 보류하고 공물만 보냈다. 지난 패전일에는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사비를 들여 공물료를 냈고, 가까운 니혼부도칸 주차장에서 신사를 향해 절을 올리는 ‘요배’를 했다.
참배 대신 공물을 보내는 것은 이시바 시게루, 기시다 후미오 등 전임 총리들의 전례를 따른 것이다.
야스쿠니 신사는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일본 안팎에서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2013년 12월 당시 아베 신조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한국과 중국은 물론 미국까지 반발한 이후 현직 총리가 참배한 적은 없다.
일본 언론은 다카이치 총리가 자신의 ‘대만 유사시’ 발언 이후 관계가 얼어붙은 중국, 개선 흐름이 이어지는 한국과의 외교 관계를 우선 고려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과는 올해 1월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나라현, 5월 이재명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안동을 오가며 정상회담을 열었다.
◆ 8월엔 각료 4명 참배…이번엔 각료 행보 주목
남은 관심은 예대제 기간 각료들이 직접 참배할지다. 지난 4월 춘계 예대제 때는 이번에 공물을 보낸 기우치 담당상이 둘째 날 직접 참배했다. 다카이치 내각 각료가 예대제 기간 참배한 것이 확인된 첫 사례였다.
8월15일 패전일에는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 등 각료 4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다. 패전일에 각료 4명이 참배한 것은 아베 정권 때인 2020년 이후 처음이었다.
한국 정부는 당시 대응 수위를 높였다.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에서 “역사를 망각한 시대착오적인 행위를 한 데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추계 예대제와 올해 4월 춘계 예대제 때 논평에서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했던 것보다 강한 표현이다.
외교부는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국방부는 주한 일본 방위주재관을 각각 불러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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