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81.8%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두려워"
개정안, 정신건강 해 끼치는 행위 등 구체화
교총 "정당한 생활지도 규정" 법안통과 촉구
학교 현장에서 교사를 향한 학생들의 물리적·정서적 폭력이 위험 수위를 넘어 흉포화되고 있다. 교무실에서 흉기를 들고 교사를 위협하는가 하면 담임교사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폭행까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은 '무고성 아동학대 고소'에 대한 두려움으로 제때 적극 대응조차 못 하고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정당한 교육활동을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 개정이 추진돼 교권 보호를 위한 법적 안전망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흉기 들고 "죽이겠다" 위협에도… 현장에선 적극 제지 못 해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5학년도 전국 교권침해 인정 건수는 1만9252건에 달했다. 특히 상해·폭행으로 인한 교권침해 신고는 2020년 113건에서 2025년 561건으로 5배가량 폭증했다.
교권 침해 양상은 갈수록 흉포화·집단화되고 있다.
최근 충북 청주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5학년 A양이 '시험지가 더럽다'는 이유로 60대 후반의 기간제 담임교사에게 욕설을 퍼붓고, 다음 날엔 교사를 발로 걷어차거나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등 폭행을 가한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청주교육지원청 교권보호위원회는 A양에 대해 초등학생 교육활동 침해 조치 중 최고 수위인 '전학' 결정을 내렸다.
앞서 5월 서울의 한 공립고교에서는 수업 중 잠을 깨운 담임교사와 교무부장을 향해 1학년 학생이 교무실 싱크대 서랍에서 부엌칼을 꺼내 들고 "죽이겠다"며 위협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피해 교사는 심각한 정신적 충격으로 병가 등을 냈으나 지금까지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학생은 이전에도 과도와 끌을 들고 위험한 행동을 반복했으나, 학교 측은 이를 교육활동 침해가 아닌 '정신건강 위기 학생'으로 분류해 적극적인 제재를 가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두려움 81.8%… 교권 침해 당해도 13.9%만 신고
상황이 이런데도 현장 교사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던 건 무분별한 아동학대 고소 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게 교육 현장의 목소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지난 4월 전국 교원 35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1.8%가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악성 민원이나 고소가 두렵다는 응답도 85.0%에 달했다. 결국 폭행이나 위협을 당하고도 실제로 교권침해 신고를 한 교사는 13.9%에 그쳤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교육 차원에서 학생에게 한 마디 하려다가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며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탓에 눈치를 보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정당한 생활지도 보호"… 아동복지법·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발의
정치권에서도 법 개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학대·방임 행위를 아동복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아동복지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교원의 행위에 대해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방임 금지규정을 적용하는 대신, 초·중등교육법 등에 '악의적 폭언·위협으로 정신건강에 중대한 해를 끼치는 행위'나 '교육적 필요 없이 가두는 행위' 등 명확히 금지되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이에 따른 교육적·행정적 책임을 묻도록 체계를 개편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국교총은 13일 입장문을 내고 "포괄적·모호한 정서학대 규정으로 무너진 생활지도 체계와 교권을 회복하기 위한 시의적절한 입법"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교총은 "무혐의 처분을 받더라도 교사가 치러야 하는 시간과 정신적 고통은 회복되지 않는다"며 "정당한 생활지도와 금지행위를 명확히 구별해 교원의 교육활동과 학생의 권리를 함께 보호해야 한다"고 조속한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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