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탄생 270주년을 맞아 서울시립교향악단이 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의 지휘로 모차르트 작품만으로 꾸민 정기공연을 열었다. 치밀한 짜임 속에 여유로운 호흡이 흐르는 모차르트 음악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지휘자와 악단, 협연자 사이를 오간 긴밀한 교감과 세밀한 강약 조절이 이날 연주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1부는 ‘바이올린 협주곡 제3번’과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로 채워졌다. 협연에는 8년 만에 서울시향 무대에 선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이 나섰다. 모차르트와 생일(1월 27일)이 같은 카퓌송이 서울시향 비올라 수석 강윤지와 함께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가 1부의 백미였다.
실연으로 만나기 쉽지 않은 이 곡에선 바이올린과 첼로 사이에 자리잡은 비올라가 무대 앞으로 나온다. 관현악 합주에서 비올라는 대개 화성의 안쪽을 메우는 데 머물러 존재감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악기다. 이날 무대는 그 비올라의 개성과 힘을 부각시켰다. 2009년부터 서울시향 비올라 파트를 지켜온 강윤지의 비올라는 카퓌송의 바이올린과 대화하듯 선율을 주고 받으며 그동안 충분히 듣지 못했던 악기의 진가를 새삼 일깨웠다. 카덴차에서 펼친 두 사람의 ‘티키타카’는 단연 귀를 붙들었다. 각자의 소리가 또렷하게 들리면서도 대화는 끊김 없이 이어졌다. 협주곡의 화려함 속에서 실내악만의 긴밀한 연주자간 호흡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다단조의 느린 2악장에서 두 독주자는 선율을 주고받는 재미를 넘어 그 대화에 깃든 서정으로 객석을 이끌었다.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서로 다른 목소리로 함께 노래하는 아름다움이 긴 여운을 남겼다.
2부 모차르트 교향곡 제41번 ‘주피터’에선 츠베덴과 서울시향의 화학적 결합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츠베덴은 이날도 무대 위에서 소리를 세세하게 다듬었다. 손끝의 작은 움직임으로 강약을 조절하며 조각하듯 음악의 형태를 빚어갔다. 그의 손을 따라 소리가 달라지는 순간들은 듣는 것만큼이나 보는 재미가 있었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 손짓을 받아내는 악단이었다. 이전 연주에선 단원이 츠베덴의 지휘를 충실히 따라가는 데 집중했다면, 이날은 지휘자와 단원이 함께 하모니를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또렷했다. 즉각적인 반응에서 서로의 의도와 호흡에 익숙해진 관계가 읽혔다. 츠베덴의 세밀한 주문이 자연스럽게 전달되면서 음악에도 여유가 생겼다.
그 호흡은 4악장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다섯 개 주제가 대위법으로 정교하게 얽히는 피날레에서 츠베덴은 강약을 섬세하게 조율해 각 성부를 앞으로 끌어냈다 물리기를 거듭하며 음악에 탁월한 입체감을 불어넣었다. 서울시향은 그가 자신의 해석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민첩하게 호응했다.
취임 3년 차를 맞은 츠베덴과 서울시향이 이제 온전히 하나가 됐음을 실감하게 한 연주였다. 내홍과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온 악단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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