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도입 불발에 교사 '육안 감시' 의존
대학별 학칙·모집요강 따라 처분도 달라
교원단체 "민원·법적 분쟁 국가가 책임을"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인공지능(AI) 스마트안경을 착용하다 적발될 경우 당해 시험이 무효 처리됨은 물론 이듬해 수능 응시 자격까지 박탈된다. 하지만 첨단화되는 부정행위 기기와 달리 정작 현장 단속은 감독관의 '육안 확인'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어, 시험장 내 혼란과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스마트안경 미제출 시 '1년간 수능 응시 제한'… 검사 거부도 엄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 유의사항'과 관련 안내 동영상을 공개했다.
평가원은 이번 유의사항에서 시험장 반입 금지 물품으로 '스마트안경'을 새롭게 명시했다. 수능 관리규정(교육부 훈령 제19조)상 ‘부정행위 3호’를 적용해, 스마트안경이나 스마트워치 등 무선기기를 1교시 시작 전 제출하지 않고 착용할 경우 당해 시험 무효 처분과 함께 향후 1년간 수능 응시 자격을 정지하기로 했다. 제출하지 않고 단순히 소지하기만 한 경우에도 ‘부정행위 9호’에 해당해 당해 시험이 무효 처리된다.
수험생은 본인 확인이나 시계 점검 시간 중 감독관이 스마트안경 착용 여부를 점검할 경우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놓는 등 지시에 응해야 한다. 만약 검사에 불응할 경우 심의를 거쳐 1년간 응시 자격이 정지되는 ‘중대한 부정행위’로 간주해 강력히 조치할 방침이다.
◆탐지 장비 도입 불가… "교사에 책임 떠넘기는 도박"
문제는 수능 현장에서 이를 가려낼 객관적 장비가 없다는 점이다. 스마트안경은 일반 안경과 외형이 매우 유사해 육안 식별이 극히 힘들다. 전파탐지기 도입 역시 시험장별 환경 차이에 따른 탐지 오류 가능성 때문에 수능 적용이 무산됐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도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시험장 환경에 따른 탐지 오류 발생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결국 스마트안경 단속은 감독관인 교사의 감시와 판단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실정이다. 검사 과정에서 수험생이 강하게 항의하거나 실랑이가 벌어질 경우, 다른 수험생의 시험을 방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이에 교원단체들은 국가 차원의 보호 대책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은 15일 감독관 근무 여건 개선과 국가 책임 강화를 촉구하는 전국 교사 서명운동에 착수했으며, AI 기기 확인에 필요한 전담 지원 인력 확보와 감독관의 권한·책임 범위 명확화를 요구했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도 성명을 통해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기기를 탐지 장비도, 객관적 판별 기준도 없이 가려내라는 것은 감독이 아니라 도박”이라며 “부정행위 판정 기준과 이의제기 절차를 명문화하고, 지침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감독관이 법적 분쟁에 휘말릴 경우 국가가 책임지는 보호 장치를 즉각 마련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대입 전형별 통일되지 않은 '제재 수위'… 현장 혼선 가중
대학가도 비상이다. 수능과 달리 대학별 고사는 제재 기준이 통일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수능은 교육부의 부정행위자 처리규정에 따라 전국 수험생에게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는 반면, 논술·면접 등 대학별 고사는 각 대학의 학칙과 모집요강에 따라 처분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일 수시 논술시험 중 스마트안경 착용자를 적발한 연세대는 해당 수험생을 불합격 처리했으나 추가 응시 제한 여부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반면 3일 논술 현장에서 스마트 기기 착용자를 적발한 서울시립대는 즉시 퇴실 조치 후 '3년간 응시 자격 박탈'이라는 중징계를 내리는 등 대학별 제재 수위가 천차만별인 상태다.
교육부는 일단 대학들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교육부는 14일 전국 4년제 대학에 스마트안경 식별 요령 및 검사 방법이 담긴 감독관 대응 자료를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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