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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 선으로 건져 올린 무한한 우주… 전영기 작가 개인전 ‘선망의 대상’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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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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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볼펜 한 자루와 일상의 돌멩이가 만나 보이지 않던 거대한 우주와 생명의 구조로 확장된다. 전영기 작가가 개인전 《선망의 대상》을 통해 지울 수 없는 볼펜 선을 겹겹이 쌓아 올리며 사물 너머의 세계를 탐구한 신작들을 선보인다.

 

‘선망(羨望·線網)’의 이중적 의미… 동경과 걸러냄의 미학

 

전 작가는 전시 주제인 ‘선망’을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한다. 닿을 수 없는 세계를 바라보는 동경(羨望)이자, 무언가를 걸러내고 붙잡는 그물의 망(線網)이다. 동경하는 마음으로 대상에 다가가, 선을 긋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대상 속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흔적과 시간을 건져 올린다.

 

작업의 출발점은 평범한 모나미 볼펜이다. 수정할 수 없는 볼펜으로 화면 위에 선을 긋고 또 겹치는 과정은 작가가 대상에 머무른 시간과 진지한 태도를 축적한다. 사소한 선들이 촘촘한 망을 이루며 마침내 사물의 외형 너머에 존재하는 미지의 세계를 포착해 낸다.

 

돌과 바위, 세포에서 광활한 우주로의 확장

 

작가가 선택한 소재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과 ‘바위’다. 그러나 작가의 세밀한 시선과 겹겹이 쌓인 볼펜 선을 거치며 이 평범한 사물들은 낯선 풍경으로 변모한다.

 

공개된 주요 작품 중 하나인 수직 형태의 암석 작품은 세로로 붉고 어두운 톤의 미세한 결이 오목조목 형성되어 있어, 마치 생명체의 세포 조직이나 생명력을 품은 유기체 같은 밀도감을 전해준다. 또 다른 작품에서는 딥블루와 밤하늘 같은 검은 배경 속에서 우주선이나 소행성처럼 부유하는 바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금빛과 푸른빛의 선이 무수히 교차하며 형성된 단층의 결은 광활한 은하수의 궤적이나 우주의 깊은 공간을 연상시킨다.

《Non-existent》: 존재하지만 아직 보지 못했던 것들

 

이번 전시의 작품 제목으로 쓰인 《Non-existent》는 직역하면 ‘존재하지 않는 것’을 뜻하지만, 전영기 작가에게는 단순한 부재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분명히 눈앞에 존재하지만, 우리가 충분히 들여다보지 않아 인식하지 못했던 세계를 뜻한다. 작가는 "수없이 겹친 선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세계를 천천히 드러내는 과정"이라며, "사소한 사물 속에 감춰진 보이지 않는 시간과 구조, 그리고 그것을 발견하기 위해 머문 시선을 전하고 싶다"고 설명한다.

 

일상의 익숙함 속에서 무한한 층위의 시간과 우주를 발견하게 하는 전영기 작가의 개인전 《선망의 대상》은 관객들에게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과 깊은 울림을 선사할 예정이다. 전시는 2026년10월17일~11월8일까지 갤러리 hAns (부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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