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中 반도체 장비 국산화 멀어”
일부 DUV 수출 가능…美 ‘매치법’ 변수
中업체 “국산화율 90%”…빠른 추격
네덜란드의 반도체 노광장비(반도체 회로를 웨이퍼에 새기는 핵심 장비) 제조사 ASML이 올해 전체 매출의 약 20%를 중국에서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대중국 수출 규제 강화를 압박하는 가운데 나온 성과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ASML의 3분기 대중국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109% 급증했다. 전체 장비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분기 14%에서 3분기 23%로 뛰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ASML은 2026년 연간 매출 가이던스 하한선을 440억 유로(약 66조6000억원)로 상향 조정했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고객들은 ASML 제품에 계속 접근할 수 있는 한 자체 대체 장비를 개발할 동기가 크지 않다”며 “중국이 ASML 기술을 따라잡으려면 아직 갈 길이 매우 멀다”고 말했다. 중국 내 ASML 장비 수요가 쉽게 꺾이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ASML이 미국의 대중국 규제 압박 속에서도 매출을 늘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출통제의 구조가 있다. 현재 ASML의 대중국 수출 규제는 전면 금지가 아니라 품목별 제한 방식이다. ASML의 핵심 장비인 리소그래피 장비는 최선단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장비와 그보다 낮은 세대인 심자외선(DUV) 장비로 나뉜다. 현재 제재 대상에는 EUV와 일부 DUV 모델이 포함돼 있다.
EUV 장비는 2019년 네덜란드 정부가 미국의 압박 속에 수출 허가를 철회한 이후 중국에 단 한 대도 수출되지 않았다. 쟁점은 그 다음 단계인 이머전(침지) DUV 장비다. 이 장비는 여러 차례 노광을 반복하는 멀티패터닝 공정을 통해 상당히 정교한 칩 생산에 활용될 수 있다. 2023년 네덜란드가 일부 DUV 모델에 추가 수출 제한을 도입했지만, 상당수 이머전 DUV 모델은 여전히 중국 수출이 가능하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EUV 접근이 막힌 상황에서 이머전 DUV 장비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왔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계 팹들이 2026년 초까지 확보한 이머전 DUV 시스템은 343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 구도가 계속 유지될지는 불확실하다. 미국 의회에서 추진 중인 ‘매치법’(MATCH Act)이 변수다. 이 법안은 미국산 부품이나 기술이 포함된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더 강하게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ASML 장비에도 미국산 부품과 기술이 일부 포함돼 있는 만큼,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현재 중국에 수출 가능한 이머전 DUV 장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로프 예튼 네덜란드 총리는 지난달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매치법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및 미 의회 인사들과 “여러 차례 대화했다”고 밝혔다. 예튼 총리는 미국 측에 “네덜란드 반도체 산업을 보호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설명하고 있다며 “이는 네덜란드의 이익이자 미국의 이익이며, 더 넓게는 모두의 이익”이라고 말했다. 그는 네덜란드가 이미 ASML에 대해 강도 높은 수출통제를 적용해왔다고도 강조했다.
중국과의 관계도 변수다. 지난해 말 차량용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 사태 이후 네덜란드와 중국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예튼 총리는 내년 봄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중 과정에서는 양국 관계 복원과 함께 미국의 추가 규제 움직임 속에서 ASML의 대중국 공급망을 어떻게 유지할지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중국 업체가 15일 EUV 광원 시스템의 국산화율이 90%에 이르렀다며 시제품을 공개하는 등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가 무섭게 추격 중인 상황이다. ASML의 독주와 매출 호황이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변수가 안팎으로 쌓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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