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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선택을 한 나, 우주 어딘가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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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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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우주 속 전혀 다른 삶 상상
블랙홀·웜 홀·시간여행 등 통해
미지의 세계 향한 호기심 자극

이미 밝혀진 사실에서 출발해
아직 풀리지 않는 질문 되짚어

평행우주/ 미치오 카쿠/ 박병철 옮김/ 김영사/ 3만2000원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 어딘가에 나와 똑같이 생겼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또 다른 내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내가 오늘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공상과학 영화의 단골 소재인 이런 상상은 현대물리학이 탐구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사는 우주가 유일한 세계일까. 그 너머에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할 가능성은 없을까.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이자 미래학자인 미치오 카쿠(사진)의 ‘평행우주’는 우주의 탄생부터 다중우주와 시간여행, 우주의 종말까지 현대물리학이 마주한 질문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2006년 국내에 소개된 책의 출간 20주년을 맞아 저자의 서문과 천문학자 지웅배의 설명 등을 담아 빅뱅과 우주의 팽창,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블랙홀과 웜홀, 양자역학과 끈이론 등을 더욱 폭넓게 다루고 있다.

 

이야기는 약 138억년 전 우주의 탄생에서 출발한다. 빅뱅은 텅 빈 공간에서 거대한 폭탄이 터졌다는 뜻이 아니다. 우주가 매우 뜨겁고 밀도가 높은 상태에서 팽창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생성형 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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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아냈을까.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은하에서 오는 빛을 관측해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대체로 더 빠르게 멀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주가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 팽창하고 있다는 중요한 증거였다. 이를 건포도를 넣은 빵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반죽이 부풀어 오르면 건포도 사이의 거리가 멀어진다. 건포도 자체가 반죽 위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 반죽이 팽창하기 때문이다. 우주에서도 은하 사이의 공간이 늘어나면서 은하들이 서로 멀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오늘날의 관측은 우주가 과거에는 더 작고 밀집한 상태였음을 보여준다.

밤하늘을 보는 일이 과거로의 여행이라는 설명도 흥미롭다. 빛은 무한히 빠르지 않다. 태양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 약 8분이 걸린다. 수백만 광년 떨어진 은하에서 출발한 빛은 수백만년을 달려 우리에게 도착한다.

미치오 카쿠/ 박병철 옮김/ 김영사/ 3만2000원
미치오 카쿠/ 박병철 옮김/ 김영사/ 3만2000원

우리가 망원경으로 먼 은하를 관측할 때 보는 것은 그 천체의 현재 모습이 아니라 빛이 출발했을 당시의 모습이다. 밤하늘은 우주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시간의 창인 셈이다.

우주에는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존재도 있다. 별과 은하, 가스처럼 눈에 보이는 물질만으로는 은하의 움직임 등 여러 관측 결과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과학자들은 보이지 않지만, 중력으로 존재를 드러내는 물질을 ‘암흑물질’이라고 부른다. 또 우주의 팽창이 점점 빨라지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암흑에너지’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름은 익숙하지만 둘의 정확한 정체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우주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냈어도 모르는 것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책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사는 우주가 유일하지 않을 가능성을 탐색한다. 우주가 탄생 직후 극도로 빠르게 팽창했다는 ‘인플레이션 이론’ 등을 바탕으로 우리 우주 외에도 여러 우주가 존재할 수 있다는 다중우주론이 제기됐다. 다른 우주가 있다면 그곳의 물리적 환경이나 자연법칙이 우리 우주와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중우주는 아직 관측으로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이론적 가능성이다.

‘다른 선택을 한 또 다른 나’라는 상상과 연결되는 개념은 양자역학의 ‘다세계 해석’이다.

양자역학은 원자보다 작은 세계에서 물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설명한다. 다세계 해석은 양자역학에서 가능한 여러 결과가 각각 서로 다른 세계로 이어진다고 보는 해석이다. 이 관점에서라면 내가 다른 선택을 한 세계를 상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다른 세계에 또 다른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은 아니다. 우주가 여러 개일 수 있다는 다중우주론과 양자역학의 다세계 해석 역시 같은 개념은 아니다. 저자는 이런 이론들을 통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지만, 독자는 과학적 가능성과 확인된 사실을 구분해 읽을 필요가 있다.

블랙홀과 웜홀을 다룬 대목은 과학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를 준다. 블랙홀은 중력이 너무 강해 사건의 지평선 안쪽에서는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천체다. 그렇다면 멀리 떨어진 우주의 다른 지점으로 단숨에 이동할 방법은 없을까. 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웜홀이다. 종이 위에 멀리 떨어진 두 점을 표시한 뒤 종이를 접어 두 점을 가깝게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웜홀은 이처럼 멀리 떨어진 시공간을 연결하는 가상의 통로다. 실제로 존재한다면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지만, 웜홀의 존재 여부와 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간여행도 이론적으로 논의되는 영역이지 현실에서 가능한 기술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

저자는 우주의 근본을 설명하려는 끈이론도 소개한다.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들이 더 근본적인 요소인 ‘끈’의 진동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발상이다. 바이올린 줄이 진동하는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소리를 내듯, 끈의 진동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입자의 성질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끈이론은 중력을 포함한 자연의 여러 힘을 하나의 틀에서 설명하려는 시도와 연결된다. 다만 이 역시 아직 완성된 이론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다.

이 책의 매력은 우주의 비밀을 단정적으로 알려주는 데 있지 않다. 이미 밝혀진 사실에서 출발해 아직 풀리지 않은 질문으로 독자를 이끈다는 데 있다. 우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보이지 않는 물질은 무엇인지, 우리가 사는 세계 너머에 또 다른 우주가 있는지 묻는 과정 자체가 과학의 본질임을 보여준다.

광대한 우주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자리는 작다. 하지만 그 우주의 기원과 미래를 이해하려는 인간의 지적 모험은 결코 작지 않다.

우리가 아는 세계가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시에, 무엇을 알고 무엇을 아직 모르는지 되묻게 한다. 이 책은 우주를 설명하는 안내서이자 인간의 지식이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는지를 묻는 과학적 탐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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