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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글씨 전시한 유홍준… 자기 소장품 추천하고 사과 땐 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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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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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이 애국지사의 글씨로 전시했다가 친일파 작품으로 밝혀져 철거한 유묵이 유홍준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 관장은 자신의 소장품을 직접 전시에 추천하고 작품의 진위 판단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논란이 불거진 뒤 검증 부실을 사과하면서도 이 같은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단순한 작품 검증 실패를 넘어 전시품 선정·검증 과정의 적절성과 관장의 책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은희·정연욱 의원실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물관은 ‘일반시국은 전시 경위 및 소장 정보 관련’ 답변서를 통해 “해당 작품이 유홍준 관장의 소장품임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지난 9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강연에 앞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전시된 유묵의 작자 확인 오류에 대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지난 9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특별강연에 앞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전시된 유묵의 작자 확인 오류에 대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박물관은 작품 선정 경위에 대해 “나라가 어려울 때 모두가 나서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그 역사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며 “영규대사의 문구를 전시에 활용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관장 추천을 받아 절차에 따라 해당 작품을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식문화의 의미를 입체적으로 다루기 위해 관련 유물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작품의 진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도 유 관장의 설명이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물관은 “소장자(유 관장)의 전언 등을 종합해 박 지사의 작품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작품 말미에 ‘한인(韓人) 박원근’이라는 서명이 있어 전시 당시 친일반민족행위자나 친일인명사전 수록 인물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박물관은 해당 작품이 유 관장이 부여문화원에 기증하기 위해 구입한 것으로, 향후 부여군립미술관 건립을 위해 여초 김응현의 작품 등과 함께 기증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작품은 지난 7월 개막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전시된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이다. 임진왜란 당시 승병장 영규대사가 남긴 ‘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라는 뜻의 글귀로, 박물관은 이를 독립운동가 박원근(1912∼1950)의 글씨로 소개했다. 유 관장 역시 언론 공개회에서 크게 감동받은 작품이라며 직접 소개했다.

 

그러나 개막 한 달여 만에 작품에 적힌 ‘박원근’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제보가 접수되면서 박물관은 작품을 철거했다. 이후 전문가 7명의 검증을 거쳐 박중양이 일본 유학 시절 남긴 글씨라는 결론을 내렸다. 전시품의 검증 오류를 인정하고 전시 도중 작품을 철거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박중양이 ‘박원근’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사실은 이미 2009년 정부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에 기록돼 있었다. 뒤늦은 검증에서는 필체와 인장 문구, 일본식 표구 방식 등이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유 관장은 이후 박물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지난 9월 특별강연에서도 “유물의 정확한 의미를 읽지 못한 것은 박물관의 역량 부족이자 실수”라며 “관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두 차례 사과 과정에서 자신이 해당 작품의 소유자이며 직접 전시에 추천했다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 국가기관의 전시품으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독립적인 검증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관장이 직접 작품을 추천한 데 이어 소장자의 설명이 진위 판단에까지 반영된 만큼, 관장의 지위가 전시 선정과 검증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검증 실패를 사과하면서도 자신이 작품의 소유자이자 추천자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이유와 관장으로서의 책임 범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해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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