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광현 국세청장을 임명했다. 강훈식 전 비서실장이 법무부·성평등가족부 장관 인선 실패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힌 뒤 23일 만이다. 청와대는 임 신임 실장에 대해 “풍부한 행정 경험과 정무 감각을 겸비한 경제 관료 출신 정치인”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민생 회복과 사회 개혁에 관한 대통령의 주문을 실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비서실장의 자질로 풍부한 정치 경험과 실무적 행정 능력 가운데 후자를 더 중시한 판단으로 보인다.
국세청장은 차관급이나 웬만한 장관들보다 더 실세로 꼽힌다. 임명에 앞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며 관행적으로 2년 임기가 보장된다. 임 실장이 국세청장 취임 후 1년3개월 만에 청와대로 옮기게 된 것은 비서실장 구인난이 그만큼 심각했음을 보여준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주로 부동산 세제 개편 논란 등 경제 분야 실정 때문이란 진단에서 비롯한 인선이라고 평가한다. 2024년 22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당 대표이던 이 대통령이 영입한 인물이란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정무 감각을 겸비했다”는 청와대 설명과 달리 임 실장의 정치 경험은 22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초선 의원으로 1년2개월 남짓 의정 활동을 한 것이 전부다. 이른바 ‘여의도 정치’와 거리가 먼 만큼 요즘 청와대와 민주당 강경파 간의 갈등 등 여권 내 자중지란을 해소할 적임자인지는 의문이다. 원활한 당·청 관계 수립은 비서실장에게 부여된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야당의 정부 비판을 포함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되 때로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임 실장이 청와대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인사 시스템부터 확 뜯어고치는 것이다. 앞선 김승원 법무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는 청와대의 공직자 검증 역량이 형편없음을 보여줬다. 세간에는 청와대 비서실 공식 라인이 아닌 이 대통령의 이른바 ‘경성(경기지사·성남시장) 라인’ 인맥이 인선을 좌지우지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비서실장은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겸하는 직위다. 임 실장은 현 인사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외부의 부당한 개입 시도를 차단하는 데 직을 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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