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근 국무조정실장이 그제 국정감사에서 “부동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올코트프레싱’을 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년간 부동산정책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국민이 어떻게 뭘 하라는 건지 어리둥절케 한다. 한 달 전 이재명 대통령은 집값 불안의 원인으로 윤석열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의 인허가·착공 감소 등을 거론하며 전 정권 탓으로 돌렸는데 이도 모자라 국민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실패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서울 집값은 86주 계속 올라 ‘미친 집값’ 시절인 문재인정부의 역대 최장 기록(85주)을 경신했다. 누적 상승률도 17.6%로 문정부(7.7%)의 두 배를 웃돈다. 정부는 1년 전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어 2년 실거주 의무를 부과하는 ‘10·15 대책’을 내놓았지만 외려 화만 키웠다. 서울 전세물량이 14% 쪼그라들었고, 매매·전세·월세가 함께 오르는 ‘트리플 강세’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대책 시행 당시 실거주 의무화 조치가 전세 매물 급감과 전셋값 폭등으로 이어지고 집값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이런 판에 공공주택 공급 책임자인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뜬금없이 ‘집값 급락’을 거론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진다. 이 사장은 “집값 급락 가능성이 좀 많다”며 “지금 바로 집을 사지 않아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더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본업인 공공주택 착공도 올해 목표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 상황에서 할 말은 아니다. 이런 근거 없는 낙관론과 빈약한 실행력으로는 과거 진보정부의 부동산 흑역사를 피할 길이 없다.
낡은 이념에 집착하거나 시장을 옥죄는 규제나 정책은 별 효과 없이 부작용만 양산해왔던 게 과거의 경험이다. 집값 안정은 꾸준한 공급과 정책신뢰에서 시작된다. 이제라도 지난 1년의 실패를 인정하고 정책 방향을 수요 죽이기 일변도에서 ‘공급 확충·규제 완화’로 전환해야 한다. 이 대통령과 정부도 툭하면 ‘닥공’(닥치고 공급)을 공언했지만, 지금의 공공 위주 대책만으로는 공급 공백을 메우기 힘들다. 용적률 상향 등 파격적인 규제 완화로 민간의 정비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래야 양질의 주택이 원하는 곳에 제때 공급된다는 믿음이 생겨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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