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는 정부의 정책과 행정을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따져 묻는 자리다. 수많은 자료와 숫자, 질의와 답변이 오가지만 때로는 한마디가 긴 설명보다 국정의 현주소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정부가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부인했는지, 여야가 어디에서 정면으로 맞부딪쳤는지, 정책의 허점과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가 짧은 문답 속에 압축되기도 한다. 국정감사 기간 각 상임위원회에서 나온 발언 가운데 그날의 쟁점과 파장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국감 한마디’를 추려 전한다.
<외교통일위원회>
○ 무소속 한동훈 의원 “미국이 한국 정보라인 지휘부에 대한 신뢰가 손상됐고 정상화해야 한다고 한 것 아닙니까” vs 강경화 주미대사 “정보협력에 문제가 있다는 말은 했습니다”
-지난달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 회담에서 미국 측이 한미 정보협력 문제를 제기한 사실을 강 대사가 확인한 문답이다. 강 대사는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나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 특정 인사를 문제 삼았는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미측이 기대하는 만큼 충분히 해소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미 정보협력에 실제 현안이 있고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 주미대사의 답변으로 확인됐다.
○ 강경화 주미대사 “백악관과의 소통에는 한계가 있음을 시인합니다…저도 답답할 정도입니다”
-한미 외교·군사·정보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워싱턴 고위급 소통의 한계를 인정한 발언이다. 강 대사는 외교·국방 채널은 계속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등 핵심 인사들과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고위급 협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한 의원 “중국 제재 우려 때문에 한국 기업이 미국 방산기업과 거래를 꺼리는 상황이 실제로 있습니까” vs 강 대사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미·중 전략경쟁이 국내 기업의 대미 거래까지 위축시킬 수 있는지를 묻는 과정에서 나온 답변이다. 강 대사는 미국과 중국의 방산 규제 사이에서 사업하는 국내 특정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정부도 해당 기업과 협의해 미 당국과 문제 해결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한 의원 “DMZ 지뢰 폭발은 ‘불의의 사고’가 분명히 아니지 않습니까” vs 강 대사 “‘불의의 사고’라는 표현은 잘못됐다고 봅니다”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뢰 폭발을 이재명 대통령이 ‘불의의 사고’라고 표현한 것을 놓고 나온 문답이다. 강 대사는 합동참모본부 조사 결과를 근거로 북한이 지뢰를 의도적으로 설치했다는 판단에 동의했다. 대통령의 초기 표현과 군·외교 당국의 최종 판단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 대목이다.
○ 윤형진 주미대사관 국방무관 “북한 요새화 작업, ‘두 국가론’ 고착화를 위한 정지작업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MDL 일대에서 철책과 방벽을 설치하고 지뢰 매설을 이어가는 목적에 대한 군 당국의 평가다. 단순한 방어시설 구축이 아니라 북한이 주장하는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물리적으로 고착화하기 위한 작업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행정안전위원회>
○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 “김지용 후보자는 여전히 친윤 검사라고 생각합니까” vs 추미애 경기도지사 “친윤 검사일 뿐 아니라 공직자로서 그 자리에는 부적합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에 대한 당내 반발을 ‘억지 주장’이라고 공개 비판한 뒤에도 추 지사가 기존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대목이다. 자신이 법무부 장관 시절 김 후보자를 검사장으로 승진시켰다는 지적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했지만 내란으로 끝났다”며 승진 발탁이 그 사람 전체를 보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14일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여권 내부 갈등이 다시 드러났다.
○ 더불어민주당 이광희 의원 “목표가 옳다고 해서 방식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vs 추 지사 “독주하지 않았고 독주할 생각도 없습니다”
-추 지사가 재정난을 이유로 시군 사업 보조예산 축소를 통보한 방식을 같은 당 의원이 공개 비판한 장면이다. 이 의원은 시장·군수와 충분한 협의 없이 삭감부터 통보했다며 “지방자치의 바로미터였던 경기도에서 협의와 합의가 중심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추 지사는 협의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던 것일 뿐 독주는 아니라고 맞섰다.
○ 민주당 채현일 의원 “비상선언으로 도민도, 민주당도 혼란스럽고 당혹스럽습니다” vs 추 지사 “이것이 위기가 아니라는 것은 각자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추 지사의 ‘재정 비상’ 선언에 같은 당 의원까지 문제를 제기했다. 채 의원은 경기도 채무비율이 정부의 재정위기 ‘주의’ 기준에 크게 못 미치고 지방채 발행 등 다른 방안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추 지사는 취득세 감소와 복지수요 증가, 민선 7·8기에 발생한 총 7조5000억원의 채무 등을 들어 실제 재정 상황은 단순 채무비율보다 심각하다고 반박했다.
<법제사법위원회>
○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도대체 얼마나 나빠야 ‘중대’하고 탄핵을 인용합니까”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한 일부 인사들이 이후 형사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을 들어 헌재의 탄핵 기준을 문제 삼은 발언이다. 김 의원은 헌재가 ‘법 위반의 중대성’을 지나치게 엄격한 탄핵 인용 요건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민주당 박균택 의원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으면 그만이지, 제청권 침해라고 따질 일입니까”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를 자신의 헌법상 제청권 침해로 보는 데 대해 비판한 발언이다. 박 의원은 대법원장의 제청권 역시 대통령의 최종 임명권과 함께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관련 권한쟁의심판이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 판단은 피했다.
○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제청권·동의권·임명권이 존중과 협력 속에 행사되면 해소될 문제입니다”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의 갈등에 대해 헌재 측이 밝힌 원칙적인 입장이다.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국회의 동의권, 대통령의 임명권 가운데 어느 한쪽의 절대적 우위를 강조하기보다 세 권한이 상호 존중과 협의를 통해 행사돼야 한다는 취지다.
○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미래세대 인권 회의에 헌재소장 사모님은 왜 갑니까…국민 세금으로 1000만원 썼습니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이 지난해 스페인 세계헌법재판회의 출장에 배우자를 동반한 것을 문제 삼은 발언이다. 윤 의원은 배우자 왕복 비즈니스석 항공료가 845만원이고 식비·일비까지 포함하면 1000만원가량이 들었다며 출장계획서에 기재된 ‘배우자 프로그램’의 근거도 따졌다.
○ 민주당 김용민 의원 “한동훈 수사는 제대로 했습니까” vs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 “김현지·강훈식 사건은 왜 아무것도 안 합니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성과를 놓고 여야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질타한 장면이다. 민주당은 무소속 한동훈 의원 관련 ‘채널A 사건’과 지귀연 부장판사 사건 등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고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여권 인사 관련 고발 사건에는 손을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 민주당 박지원 의원 “3년간 아무것도 없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하면 뭘 합니까…능력이 안 되면 나가야 합니다”
-오동운 공수처장을 직접 겨냥해 수사 역량과 성과 부족을 질타한 발언이다. 국민의힘에서도 공수처 폐지론이 나오면서 이날 공수처 감사에서는 여야 모두 기관의 수사 실적과 존재 이유를 문제 삼았다.
<국방위원회>
○ 이용철 방위사업청장 “한화의 KAI 인수, 국가안보와 국익 중심으로 밀도 있게 검토해야 합니다”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확대와 향후 경영권 인수 가능성에 대해 방사청이 안보 차원의 검토 필요성을 공식화한 발언이다. 이 청장은 공급망 위험과 방산 생태계에 미칠 영향뿐 아니라 규모의 경제에 따른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장점도 함께 살펴야 한다며 아직 한 방향으로 결론 낼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 이 청장 “KAI 민영화와 관련한 국가 정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한화가 KAI 지분을 늘리면서 향후 경영권 인수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민영화 방침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은 발언이다. 실제 인수·합병 단계로 가면 방사청도 공식 의견을 내야 하지만 현재는 그 단계가 아니라고 했다.
○ 이 청장 “장사정포요격체계, 현재 체계개발 마지막 단계에 와 있습니다”
-북한 장사정포를 전문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개발 중인 요격체계가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고 공개한 발언이다. 수도권 방어와 직결되는 무기체계의 개발 상황이라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크다.
<보건복지위원회>
-○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 “약의 효능보다 전화한 사람의 직위가 ‘약발’을 더 잘 받는다는 게 있을 수 있습니까”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의 제넨셀 임상시험 청탁 의혹과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 승인 절차를 비판한 발언이다. 김 의원은 외부 민원이 식약처 실무진에게 전달되는 과정 자체가 의약품 심사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자료를 걸러내지 못한 부분, 처벌을 강하게 하지 못한 부분은 계속 살펴보겠습니다”
-제넨셀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 제출된 자료를 식약처가 충분히 검증했느냐는 지적에 내놓은 답변이다. 최초 실험보고서와 식약처에 제출된 자료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는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식약처의 자료 검증과 사후 제재에 보완할 부분이 있음을 인정했다.
○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 “핵심 증인이 빠진 국감을 진정한 국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vs 민주당 이수진 의원 “이미 사퇴한 동료 의원 이름을 굳이 왜 여기서 거론합니까”
-제넨셀 관련 증인 채택을 놓고 국감 시작부터 여야가 충돌한 장면이다. 국민의힘은 임상시험 승인 경위를 확인할 핵심 증인들이 민주당 반대로 채택되지 않았다며 피켓 시위까지 벌였고 민주당은 김승원 의원을 계속 거론하는 것은 정쟁이라고 맞섰다.
○ 오 처장 “미프진 불법 사용은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합법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의 국내 도입 필요성을 식약처장이 재확인한 발언이다. 오 처장은 부작용 우려가 있는 약을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상태로 두기보다 제도권 안에서 안전성을 관리하고 피해구제까지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정경제기획위원회>
○ 임광현 국세청장 “가상자산 과세 기준 고시, 11월쯤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국세청이 세부 과세 기준을 내놓을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힌 발언이다. 스테이킹·에어드롭·하드포크 등 새로운 거래 방식도 실제 거래의 성격을 따져 과세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 임 청장 “세무조사는 대통령 하명이 아니라 원칙에 따라 최대한 절제해서 하고 있습니다”
-쿠팡과 농협중앙회 등에 대한 세무조사가 대통령 발언 뒤 이어진 것을 두고 야당이 ‘하명 조사’ 의혹을 제기하자 반박한 발언이다. 임 청장은 대통령이나 국회가 문제를 제기했더라도 국세청 본연의 업무라고 판단될 경우에만 조사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위원회>
○ 더불어민주당 이용선 의원 “KTX·SRT 통합은 ‘비정상의 정상화’입니다” vs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 “부채 쌓이는데 운임 10% 인하…국민 상대로 사기치는 겁니다”
-지난달 시작된 KTX·SRT 통합 운영을 두고 여야가 정반대 평가를 내놓았다. 민주당은 통합 이후 이용객 증가와 약 228억원의 교통비 절감 효과를 강조했고 국민의힘은 충분한 평가와 공론화 없이 경쟁체제를 폐지하고 코레일의 재정 부담까지 키웠다고 비판했다.
○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 “13년 만에 경쟁체제를 폐지하면서 객관적 평가도 공청회도 부족했습니다”
-KTX·SRT 통합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은 발언이다. 통합 자체의 효과와 별개로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로 일정이 지나치게 빨라진 것 아니냐며 사전 검증과 여론 수렴 부족을 지적했다.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호남 반도체, 대통령이 기업 총수 팔 비틀었다는 의혹 규명해야 합니다” vs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 “호남도 좀 먹고살게 놔두십시오”
-호남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부를지를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과 정부의 압박으로 기업들이 투자에 나선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두 총수의 출석을 요구했고 민주당은 지역투자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 민주당 이용우 의원 “한화그룹의 책임 있는 사람이 국회에 나와야 합니다”·국민의힘 윤재옥 의원 “반드시 나와 개선책을 밝혀야 합니다”
-산업재해와 노동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가 한목소리를 냈다. 한화 계열사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와 관련해 그룹 차원의 책임 있는 인사가 국감장에 출석해 재발 방지책을 설명해야 한다는 데 여야 의원들이 뜻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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