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자주 노선’ 강조, 오해 소지도 커
외교·안보 당국, 팀워크 회복이 관건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가 그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미 간) 고위급 협의는 답답할 정도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백악관과의 소통에 한계가 있음을 시인하겠다”고 말했다. 강 대사는 한·미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현안을 묻는 의원들 질의에 “정보 협력”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앞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정보 협력 차단설을 일축하며 “지금 한·미 동맹은 전혀 이상이 없다”고 발언한 것이 무색할 지경이다. 같은 이재명정부 외교·안보라인 인사들조차 이렇게 말이 엇갈리니 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선 그저 불안하고 당혹스러울 뿐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한·미 관계는 매우 중요하며 외교의 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대통령도 “국가 간에는 이견이 있기 마련”이란 말로 요즘 한·미 관계가 순탄치 않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면서 “주변 강국들과 관계 관리도 중요하다”며 “굴종적 태도나 사대적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외교에서 중국·러시아의 비중도 미국 못지않게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굴종·사대주의 배격은 지극히 당연한 원론적 발언이나 현시점에서 미국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한국은 세계 194개국과 수교했지만 군사 동맹국은 미국이 유일하다. 미국은 6·25전쟁 기간 연인원 180만명에 가까운 장병을 한국에 보냈고 그중 3만6000여명이 전사했다. 지금도 2만8000명 넘는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며 한반도 안정과 평화에 기여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맞서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핵우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미국을 중국·러시아 등 ‘주변 강국’과 동일 선상에 놓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당장 핵잠수함 건조만 하더라도 미국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 미국 행정부는 한국을 향해 “정보·방첩 분야에서 수십년간 이어져 온 동맹의 기준을 준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가 존망이 걸린 외교·안보·정보 분야는 청와대부터 일선 부처들까지 일사불란한 팀워크가 생명이다. ‘자주파’, ‘동맹파’ 등이 개인플레이에 치중할 경우 동맹 또는 기타 우방국 정부의 신뢰를 잃기 십상이다.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조율되지 않은 거친 목소리가 외부에 새 나가는 것을 막는 외교라인의 컨트롤타워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미국 측이 부담을 느끼는 인사들에 대한 과감한 인적 쇄신도 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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