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강경 수술에서 폐흡충 알 다수 발견…구충제 치료 후 회복
민물 참게 등 날것 섭취 주의해야…절임·염장해도 감염 위험
피 섞인 가래가 나오고 폐에 결절까지 발견돼 폐암을 의심했던 60대 남성이 수술 끝에 폐흡충증 진단을 받았다. 항생제를 투여해도 결절은 사라지지 않았고, 이후 폐 주변에 흉수까지 차면서 의료진은 악성 종양 가능성을 의심했다.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전영정 교수와 알리 아흐마드 코라이리 연구진이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공식 학술지 ‘Journal of Chest Surgery’에 보고한 사례다. 논문은 지난 8월 12일 온라인에 공개됐다.
◆폐암 의심했지만 수술에서 기생충 알 발견
환자는 피 섞인 가래가 나오는 혈담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영상검사에서 폐 결절이 발견됐고, 의료진은 항생제 치료를 진행했다. 그러나 추적검사에서도 결절이 남아 있었고, 이후 상당한 양의 흉수까지 발생했다.
폐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의료진은 추가 검사를 진행했지만 암을 확진할 만한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흉강경 수술로 병변을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흉강경 수술은 가슴에 작은 절개 부위를 만들고 카메라와 수술기구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수술에서는 광범위하게 두꺼워진 흉막과 다수의 기생충 알이 발견됐다. 조직병리검사와 추가 검사 결과를 종합한 최종 진단은 폐흡충증이었다.
의료진은 구충제인 프라지콴텔을 투여했다. 환자는 치료 후 회복했다. 연구진은 폐흡충증이 영상검사에서 폐암과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일반 검사로 원인을 확인하기 어려운 일부 환자는 수술을 통해 진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폐암·결핵과 증상 비슷해 구별 어려워
폐흡충증은 폐흡충이라는 기생충이 인체에 들어와 폐 등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주로 감염된 민물 게나 가재를 날것 또는 덜 익힌 상태로 먹었을 때 발생한다.
유충은 소장 벽을 뚫고 복강으로 이동한 뒤 횡격막과 흉막을 거쳐 폐에 도달한다. 이동 과정에서 조직을 손상시키고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기침과 가래, 흉통, 호흡곤란이다. 이번 환자처럼 피가 섞인 가래가 나오기도 한다. 문제는 폐암이나 폐결핵과 증상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흉부 CT에서도 폐 결절과 공동, 흉막 비후, 흉수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영상검사만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폐흡충증은 과거 국내에서 비교적 흔했지만 현재는 크게 줄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4년 이후 국내 신고 건수는 연간 0~3건 수준이다.
진단에는 가래나 대변에서 기생충 알을 확인하는 검사가 활용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충란은 감염 후 2~3개월이 지나야 검출될 수 있고, 배출량이 적으면 검사에서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다.
혈액 항체검사도 진단에 도움이 된다. 검사 결과는 증상과 영상검사 결과 등을 함께 고려해 판단한다. 폐흡충증은 일반적으로 구충제로 치료한다. CDC는 프라지콴텔을 하루 3회, 이틀 동안 투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2~3일간 투여하도록 안내한다. 수술은 이번 사례처럼 일반적인 검사만으로 진단이 어렵거나 별도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 고려할 수 있다.
◆민물 게, 절여도 감염 위험…충분히 익혀 먹어야
폐흡충증을 예방하려면 민물 게 등을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한다. CDC는 감염된 민물 게나 가재를 날것으로 먹는 것뿐 아니라 덜 익히거나 절임·염장한 상태로 섭취하는 것도 감염 경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소금이나 양념에 절였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국내에서 주의해야 할 대표적인 중간숙주는 민물에 서식하는 참게와 가재다. 질병관리청은 민물 참게 등으로 담근 게장은 최소 14일이 지난 뒤 섭취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가장 확실한 예방 방법은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다.
바다에서 잡히는 꽃게와는 구분해야 한다. 바다 꽃게는 폐흡충의 주요 감염원은 아니지만, 날것으로 먹으면 다른 식중독 위험이 있다.
피 섞인 가래가 계속 나오거나 폐 결절이 발견되면 폐암·결핵 등 원인 질환을 확인하는 검사를 받아야 한다. 민물 게나 가재를 날것으로 먹은 적이 있다면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폐흡충증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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