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학습·상담 플랫폼 운영
학생들 눈치 안보고 질문·소통
학사·입학·행정업무 AI가 처리
대학 AX 추진… 효율성 높아져
진로·대학생활 등 데이터 기반
찾아가는 캠퍼스 환경 만들겠다
“문제를 정의하고, 결정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는 일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겁니다.”
이채린(30·사진) 클라썸 대표는 최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시대 인재상을 이같이 설명했다. 문서 작성이나 정보 검색, 질의·응답처럼 AI가 대신할 수 있는 일이 늘수록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가’를 정하고 AI가 내놓은 답을 판단하는 사람의 역할은 오히려 커진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대학을 클라썸의 핵심 사업 무대로 삼은 이유다. 그는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AI 전환이라는 두 개의 파도를 동시에 맞고 있다”며 “고단한 과제로 볼 수 있지만 학생 한 명 한 명을 깊게 지원하는 대학으로 거듭날 기회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클라썸은 AI 기반 학습 플랫폼 ‘클라썸 러닝’과 대학용 AI 에이전트 챗봇 ‘클라썸 커넥트’를 양대 축으로 운영한다. 대학 교육과 기업 인사관리(HR) 시장을 하나의 법인에서 운영하다가 지난 8월 HR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했다. 서로 다른 두 시장의 변화에 한 회사가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클라썸은 이제 대학 교육과 행정의 AI 전환(AX)에 집중한다.
클라썸 러닝은 공지, 과제, 성적 관리 등 기존 학습관리시스템(LMS) 기능에 수업 참여와 소통 기능을 결합한 플랫폼이다. 교수가 올린 강의자료와 이전 수업에서 축적된 질문·답변 등을 AI가 읽고 수업 맥락에 맞춰 답한다. AI가 교육자료를 토대로 퀴즈를 만들거나 학생 질문에 답하고, 교수와 학생이 이를 보완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AI만 답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함께 답하면서 학생이 스스로 생각할 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클라썸 커넥트는 학사·입학·교직원 행정·진로 상담을 담당한다. 학생이 “휴학을 얼마나 더 할 수 있냐”고 물으면 학교의 휴학 규정만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학생의 휴학 이력과 학적 정보를 함께 살펴 답하는 방식이다. 학칙이나 공지사항 등 답변의 근거가 된 부분도 원문에서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AI가 답하지 못한 문의는 담당 교직원에게 연결된다. 담당자의 답변은 다시 질의응답 자료로 축적돼 이후 AI가 활용한다.
현장에서는 업무 효율이 높아지는 효과로 이어졌다. 울산대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추진하며 51개 학부를 16개로 개편해 학사 문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커넥트 도입 이후 전화 문의가 오히려 27% 줄었다. AI가 문의의 88.9%에 답한 결과다. 교직원의 단위 시간당 문의 대응력은 51% 증가했다. 앞으로는 수강 이력과 역량, 진로 희망 등을 파악해 전공과 마이크로디그리(소단위 학위과정), 교과·비교과 프로그램을 먼저 제안하는 역할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클라썸을 ‘대학 AX 파트너’로 정의한다. 대학이 범용 AI를 활용하더라도 대학 곳곳에 흩어진 규정과 학사정보를 표준화하고, 구성원별 데이터 접근 권한과 AI 이용 기록을 관리해야 한다. 그는 “에이전트 챗봇을 시작으로 영역별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대학 구성원이 안심하고 AI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클라썸의 출발점도 질문이었다. 이 대표는 대학생 시절 질문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자주 접했다고 한다. 교수에게 이메일 한 통을 보내기 위해 인사말과 표현을 고민하다가 질문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학생끼리는 익명으로 보이되 교수와 조교는 질문자를 확인할 수 있는 ‘반익명’ 소통 구조를 만들었다. 환경을 조금 바꾸자 질문 수는 크게 늘었다. 해당 플랫폼을 교내로 확대한 뒤 2018년 법인을 설립했고,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50% 증가한 약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학생이 눈치 보지 않고 질문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창업 동기는 이제 대학 전체의 변화를 지원하겠다는 목표로 확장됐다. 학생 개인에게 필요한 지원이 먼저 찾아가는 ‘AI 네이티브 캠퍼스’를 구축하는 것이 다음 목표다. 학교의 규모나 지역과 관계없이 학생의 학습과 진로, 대학생활 전반을 데이터에 기반해 지원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교육과 학습 환경이 바뀌면 사람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면 사회가 변한다”며 “학생이 질문하고 학교가 학생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일이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 당연한 환경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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