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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혜 한국WWF 사무총장 “야생동물 감소세 주춤… 재생에너지 효과 가시화”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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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재 기자 a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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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혜 한국WWF 사무총장 인터뷰

지구생명지수 73% 유지
‘멸종위기’ 호랑이 개체 수 회복
먹이 사슬·생태계 회복 가능성↑

한국, 식량분야 에너지 전환 미흡
“생물다양성 보전 시민 참여 중요”
“지난 10여년간 감소하던 야생동물 개체군 지표에서 처음으로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났습니다.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 배경을 살펴보니 에너지 분야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박민혜 한국세계자연기금(WWF) 사무총장은 지난 6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희망’과 ‘긍정’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면서도 그가 주목한 것은 그 속에서 싹트기 시작한 긍정적 변화였다.

박민혜 한국 세계자연기금(WWF) 사무총장이 6일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박민혜 한국 세계자연기금(WWF) 사무총장이 6일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박 사무총장은 “올해 ‘긍정’을 화두로 꺼낸 것은 WWF가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지구생명지수(LPI)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이라며 “2014년 WWF 한국본부 설립 이후 LPI 감소율이 더 커지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LPI는 포유류·조류·어류 등 야생 척추동물의 개체군 규모가 1970년과 비교해 얼마나 줄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8일 WWF가 발표한 ‘2026 지구생명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야생 척추동물 개체군의 규모는 1970년보다 평균 73.2% 감소했다. 지난 52년간 관찰 대상 개체군의 규모가 평균적으로 4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든 셈이다. 여전히 감소폭이 커 생물종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그동안 보고서가 발표될 때마다 커졌던 감소율이 이번에는 2024년 발표 당시와 동일한 73% 수준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박 사무총장은 희망을 엿봤다.

 

특히 지난해는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한 인류의 오랜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진 해였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돼 있는 호랑이는 2010년 약 3200마리에서 지난해 약 5700마리로 개체 수를 회복했다. 박 사무총장은 “최상위 포식자인 호랑이 개체 수가 늘어난 것은 단순히 한 종의 회복을 넘어 먹이사슬과 서식지 등 생태계 전반의 회복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박 사무총장은 ‘에너지 전환’이 이러한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주요 동력이라고 봤다. 기후변화가 생태계 훼손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만큼 재생에너지 확산이 생물다양성 보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 것이다. WWF는 전 세계 에너지 시스템이 이미 ‘긍정적 티핑포인트(임계점)’를 넘어 전환이 가속화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기술 발전과 투자 확대, 보급 증가에 따른 규모의 경제가 형성되고 있다”며 “지난 10~20년간 재생에너지가 꾸준히 확대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역시 이제는 ‘여건 조성’ 단계를 넘어 ‘가속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100기가와트(GW)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태양광·풍력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6년 7월 기준 약 39.4GW인 설비 규모를 4년 안에 두 배 넘게 늘리겠다는 것이다. 박 사무총장은 이 같은 에너지 전환의 가속화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은 물론 기후변화로 위협받는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봤다.

 

반면 식량 분야는 아직 ‘긍정적 티핑포인트’에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식품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태계 훼손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박 사무총장은 “국내에서는 식품과 기후변화를 이야기할 때 음식물 쓰레기나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이는 데 주로 초점을 맞춘다”며 “농업 생산부터 식품 산업의 공급망 전체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팜오일 농장’을 꼽았다. 식품 원료로 쓰이는 팜오일을 대량생산하는 과정에 오랑우탄 등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인 열대우림을 개간해 농장을 조성하는 일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박 사무총장은 “이러한 생태계 훼손은 최종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19일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개막하는 제17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7)도 중요한 분기점이다. 박 사무총장은 “이번 총회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각국의 생물다양성 목표 이행 상황을 처음으로 점검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제사회는 2022년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를 채택하고 2030년까지 육상과 해양의 최소 30%를 보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의 목표 달성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를 보였다.

 

박 사무총장은 “2025년 기준 자연공존지역(OECM)을 포함한 국내 보전지역 비율은 육상 18%, 해양·연안 2% 수준”이라며 “2030년까지 30%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OECM은 국립공원 등 법적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하는 지역을 뜻한다. 국제사회가 이를 30% 목표 보전 면적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OECM 발굴과 인정이 목표 달성의 주요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박 사무총장은 OECM 확대를 위해 생태 데이터 확보와 지역사회의 협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OECM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관련 자료를 추가로 확보해야 하고, 지역사회의 이해와 동의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 지역사회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참여해야 하는 만큼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사무총장은 궁극적으로 자연을 지키는 일이 일부 전문가나 단체의 몫을 넘어 시민 모두의 일상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많은 시민이 생물종을 직접 관찰하고 기록하는 과학적 조사 활동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며 “그 과정에서 WWF가 리더십을 발휘해 누구나 자연을 지키는 일에 함께할 수 있는 문화와 여건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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