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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욕설·디스 난무는 편견… 성장 서사로 샤라웃! [탐사기획-한국힙합 홍대에서 BTS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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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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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 경연곡 176곡 분석

성공·명성 등 비중 39% 달해
같은 시기 발표 힙합 곡선 19%
상대방 깎아내리기는 9% 불과

‘쇼미더머니’(쇼미)가 키운 랩의 문법은 자신의 성공담에 가까웠다. 쇼미는 마니아의 음악이었던 힙합을 대중문화의 한복판으로 밀어 올린 엠넷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인기가 커지면서 ‘쇼미 힙합’이라는 말도 생겼다. 프로그램 속 욕설과 디스(diss·비판하다), 자극적인 가사가 힙합의 얼굴처럼 굳어졌다.

 

12일 세계일보가 시즌1이 방송된 2012년 이후 올해 시즌12까지 경연곡 176곡을 분석한 결과, 실제는 달랐다. 래퍼들은 상대를 공격하기보다 가난과 무명을 버틴 과거를 곱씹었고, 손에 쥔 돈과 명성을 자랑했다. 고생 끝에 올라선 과정을 노래한 ‘성장 서사’가 가사의 평균 21.2%를 차지했다. 돈과 명성, 지금의 성공을 뽐내는 ‘플렉스’는 18.1%였다. 둘을 합하면 39.3%다. 세계일보가 분석한 한국힙합 4008곡에서는 이 비중이 평균 11%였다. 쇼미 방영과 같은 시기에 발표된 한국힙합 1619곡에서 ‘플렉스’와 ‘성장 서사’의 합은 18.7%였다. 경연곡에서 이 비중이 두 배 넘게 높았다.

 

가장 큰 주제 하나만 따져도 비슷했다. 쇼미 경연곡 가운데 69곡은 ‘성장 서사’, 41곡은 ‘플렉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176곡 중 110곡(62.5%)은 성장 서사나 플렉스가 중심이었다. 10곡 중 6곡꼴로 성공 이야기를 노래한 셈이다. 같은 시기 한국힙합에선 이 비율이 23.4%였다.

정작 쇼미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디스’는 많지 않았다. 경연곡의 디스 비중은 8.9%로 같은 시기 한국힙합(9%)과 사실상 같았다. 상대를 깎아내리는 말보다 자신이 어디에서 출발해 얼마나 올라왔는지를 보여주는 말이 쇼미에서 더 뚜렷했다는 의미다.

 

성공을 말하는 방식은 시즌마다 달랐다. 2012년 시즌1에서 성장 서사는 30%였지만 플렉스는 0.8%에 그쳤다. 초기 쇼미 무대의 래퍼들은 무엇을 가졌는지보다 어떻게 버텼는지를 노래했다. 무명과 가난, 실패를 견딘 시간이 일종의 자격증이었다.

 

쇼미가 한창 달아오르던 무렵 고등학생이던 래퍼 히피쿤다(김지호·27)도 이런 가사에 기댔다. 그는 “미대 입시 학원비가 너무 비싸 그림을 포기해야 했을 때 쇼미더머니가 미친 듯이 끓기 시작했다”며 “그때 힙합 가사는 대부분 ‘이런 어려움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걸로 먹고산다’는 얘기였다. 나도 바닥에서 시작하지만 멋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학창 시절을 버텼다”고 말했다.

 

돈과 명성이 전면에 나온 것은 쇼미의 대중성이 커진 뒤였다. 플렉스 비중은 2014년 시즌3에서 17.5%, 2016년 시즌5에서 23.3%로 올랐다. 2018년 시즌7에는 29.2%로 정점을 찍었다. 같은 시즌 성장 서사는 11.3%였다. 성공 이야기의 중심이 성장 서사에서 플렉스로 기울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런 변화를 ‘멋의 변화’로 설명했다. 그는 “쇼미더머니 이후 힙합의 멋은 밑바닥에서 상류사회로 올라가 부와 명예를 거머쥐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부를 과시하는 가사가 계속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아니다. 2020년 시즌9에선 성장 서사가 31.4%로 뛰고 플렉스는 13.8%로 내려갔다. 2021년 시즌10에서도 성장 서사가 26.8%로 플렉스(10.5%)를 크게 앞섰다. ‘내면 감정’과 ‘개인적 사유’를 합친 비중도 이 시즌 22%까지 높아졌다.

 

경연이라는 형식도 무시할 수 없다. 래퍼는 몇 분 남짓한 무대에서 자신이 누구이고 왜 살아남아야 하는지 심사위원과 시청자를 설득해야 한다. 이런 구조가 성공 서사를 키웠을 수 있다. 김 평론가는 “쇼미더머니는 짧은 시간 안에 ‘나’라는 캐릭터를 각인시키는 것이 중요한 경연 프로그램”이라며 “자신의 개성을 보여주기 위해 내면을 고백하고 개인을 표현하는 가사가 등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성공 서사는 다시 강해졌다. 2022년 시즌11에서는 성장과 플렉스를 합친 비중이 51.3%로 역대 가장 높았다. 2026년 시즌12도 41.3%였다. 쇼미 속 래퍼들은 끊임없이 무대 위에서 성공을 증명해왔다.

 

이 시리즈의 전 회차는 세계일보 인터랙티브 기사(www.segye.com/investigative/k-hiphop)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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