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안전과 선택권 딜레마 속
불법단속 피한 음성화 우려 나와
가격·제도 투명 개선 고민 필요
삼 년간 다니던 헬스장에서 청천벽력 같은 연락이 왔습니다. 곧 폐업 예정이니 남은 잔액을 환불해 준다는 겁니다. 왜 문을 닫는지 물어보니, 신규 회원이 없다고 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헬스장, 필라테스 학원, 비만 치료 한의원, 다이어트 캠프 등이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인체의 인슐린 분비 자극 수용체에 직접적으로 작용하여 식욕을 줄이고 소화를 늦춤으로써 체중을 감소시키는 ‘위고비’, ‘마운자로’ 등의 주사제 때문입니다. 인터넷 카페에서는 주사 가격이 낮은 일명 ‘성지’를 공유하는 글이 넘쳐나고, 내과, 피부과, 가정의학과는 처방전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섭니다. 여성들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모 대기업에서는 점심시간마다 중년 남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가 주사를 맞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비만 치료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평가받는 이 강력한 약의 치명적인 단점은 바로 가격입니다. 가장 낮은 용량도 한 달 치인 4펜을 구매하려면 처방전 가격까지 합쳐 30만원 가까이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PT를 받는 가격보다 저렴하다고들 하지만, 그걸 일 년 넘게 지속한다고 생각하면 상당한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 바로 이 주사제를 사기 위해 옆 나라 일본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일본 내에서 성지로 알려진 곳들의 마운자로 최저 용량 가격은 1개월분 기준 10만원 정도입니다. 4개월 치를 한꺼번에 사면 약 40만원이 드는데, 왕복 비행기표를 평일 최저가로 끊어서 20만원대에 구입한다고 하면, 합쳐도 60만원 대로 우리나라에서 4개월 치를 120만원에 사는 것의 절반 수준입니다. 더구나 일본에서는 비대면 구입이 가능해 애플리케이션(앱)에 구매 정보를 입력하면 몇 시간 내에 호텔로 배달까지 해줄 뿐만 아니라, 여러 달 치를 구매하면 이벤트 할인까지 한다고 하니, 극성이 아니라 엄연히 합리적인 소비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습니다.
해외 마운자로 반입이 대폭 늘어나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칼을 빼 들고 나섰습니다. 관세청과 공항에 비만 주사제 반입에 대한 엄격한 단속과 차단을 요청한 겁니다. “내가 내 돈 내고 맞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분노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하지만 마운자로와 위고비는 처방전이 필요한 의약품일 뿐만 아니라 2024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해의약품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수입요건확인면제추천서라는 특수한 문서를 갖추지 않는 한 자가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국내 반입이 불가능합니다. 나아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여지도 있습니다. 관세법에서는 신고 대상인 물품을 신고하지 않고 반입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약사법에서는 허가받지 않은 의약품을 국내로 들여오는 행위를 처벌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관세법 위반죄는 통상 상습적이고 고의적인 밀수업자에게 적용되고, 약사법 위반 또한 판매 목적 반입의 경우 적용되다 보니 실제 형사처벌까지 이어지고 있진 않습니다. 결국 인터넷에서 나오는 말처럼, ‘운 나쁜 사람은 걸려서 폐기당하고 운 좋은 사람은 성공하는’ 상황이다 보니, 단속당한 사람으로서는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국가에게는 건전한 보건 환경을 조성하고 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냉장 보관을 해야 하는 주사제를 실온 운반하다가 변질될 위험도 있고, 소비자가 대량으로 구입한 약물을 임의 투약하다가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해외에서 반입된 주사 중에는 일부 불량품도 있다고 하니, 국가로서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고 변질품의 유통과 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해 반입을 제한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할 것입니다. 다만 왜 사람들이 비행기까지 타고 원정을 떠나는지 그 사정도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당뇨병 치료제로 공식 인정되어 단가가 낮게 형성된 주사제를 우리나라에서만 비싸게 구입해야 하는 현실이야말로 진짜 심각한 문제가 아닐까요.
살을 빼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를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다이어트라는 미용 목적이 아닌, 심혈관 질환 등 비만 합병증으로 정말 목숨을 걸고 살을 빼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단속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지갑을 여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을 열고 어떻게 하면 세관을 피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주사를 더 잘 숨길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심지어 제3국에서의 우편 반입 등 더욱 위험한 유통 경로로 빠져들 수도 있습니다. 이 어마어마한 시장이 한 번 음성화되기 시작하면 어떤 무서운 결과가 초래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할 지경입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국가가 확인하고 투명하게 통제 관리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기준을 세우고, 무엇보다 가격 조정 시도와 논의를 병행하는 것입니다. 가격을 낮추면 BMI 기준이 비만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이 주사제를 오남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이 문제는 가격을 올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살을 절실히 뺄 필요가 없지만 경제적으로 충분히 여력이 있는 사람은 주사를 구매하게 되고, 반대로 당장 비만 합병증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주사를 포기하게 되는 사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오히려 처방전 남용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의 관점에서 검토해야 합니다. 여행가방 안에 보랭백과 아이스팩을 쑤셔 넣는 사람들도,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불법 반입을 권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왜 반복되는지는 외면해서도 안 됩니다. 일본 병원들에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는, ‘마운자로 전담 한국인 직원’들이 더 많아지기 전에 말입니다.
서아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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