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노무현정부가 시작해 이명박·박근혜·문재인정부를 거쳐 2019년 말 완료했다. 153개 기관이 이전했다. 이 중 112개 기관은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배치했다. 윤석열정부는 ‘2차 이전’을 국정과제로 채택했으나 실행하지 않았다. 올해 9월 이재명정부가 2차 이전 기본 원칙과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이전 기관과 지자체별 배치계획을 확정한다.
2차 이전 대상은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약 350개다. 정부는 이미 지자체별 유치 희망 기관을 접수했다. 일종의 수요 조사다. 지자체들이 신청한 기관을 모두 합하면 약 500개로 이전 대상을 크게 웃돈다. 여러 지자체가 동시에 원하는 기관이 많다는 뜻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각각 10개 지자체가, ‘IBK기업은행’은 6개 이상 지자체가 유치를 희망한다.
정부는 나눠 먹기식 분산 배치를 지양하고 ‘혁신도시 중심 집적’을 원칙으로 삼겠다고 했다. 기능이 유사한 기관을 모아야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떤 기관을 어디에 모으느냐다.
1차 이전으로 대구혁신도시에 12개 기관이 자리 잡았다. 산업 지원, 기업금융, 에너지, 교육·학술 기능이 집적해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중심으로 의료·바이오 연구개발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런 집적 구조에 맞는 기관이 있다. IBK기업은행 이전지로 부산·경남·대구가 눈에 띈다. 부산은 금융, 경남은 기업 지원 기능이 강하다. 대구에 신용보증기금과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있다. IBK기업은행이 이전하면 중소기업 대출·보증과 기업·산업단지 지원을 연결할 수 있다. 기존 금융과 기업 지원 기능이 강화된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대구·경남·충북과 기능적 연관성이 크다. 대구에는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과 신용보증기금이 있다. 연구개발, 기획·평가와 기업 지원, 금융 보증, 기술 사업화의 연계가 가능하다. 경남은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충북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과 시너지가 기대된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도 대구와 기능적 접점이 많다.
최근 부산대와 충남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 패키지에, 경북대는 ‘인문사회 대학기초연구소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세 대학 모두 한 차례 선정됐지만 연간 사업비는 700억원과 40억원으로 17배나 차이가 난다. 선정 횟수는 같지만, 지원 금액이 크게 다르다. 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도 이러한 ‘지표의 게임’이 생길 수 있다.
공공기관 이전은 배치의 문제다. 배치는 할당이다. ‘제로섬’ 게임이다. 지역별로 이전 기관 수를 비슷하게 맞추면 ‘패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직원 수, 예산 규모,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기관마다 천차만별이다. 특정 지역이 ‘패싱’됐는지는 몇 개가 이전했느냐보다 어떤 기관이 이전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정부가 어떤 결정을 하든 불만이 생기게 돼 있다. 고마워하는 지역보다 서운해하는 지역이 많기 마련이다. 그럴수록 상식에 따라 공정하게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국익을 최대화하는 길이다. 그 길이 최선이다.
오정일 경북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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