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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사이버 안보 맡겼더니… 근무시간 '스타크래프트' 즐긴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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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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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기술연구소 정예 연구원 5명
교육망 뚫고 로컬망 우회해 게임 몰두
접속 시간만 90시간… 동료 제보로 덜미
'이사장 표창' 등에 업고 견책 징계 그쳐
스타크래프트 화면.
스타크래프트 화면.

 

대한민국의 사이버 국경을 지키는 요새, 대전 유성구의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사이버안보훈련센터. 굳게 닫힌 출입문 안쪽에는 국가 핵심 망을 방어하기 위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2024년 가을, 관리자가 출장과 휴가로 자리를 비운 훈련센터의 불 꺼진 모니터 너머로 울려 퍼진 것은 사이버 테러 경보음이 아니었다. 푸른빛 화면 속에서 쉴 새 없이 오간 것은 20년 전 민속놀이라 불리던 고전 전략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교전 신호였다.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 정보보호와 사이버 안보를 책임진 정예 연구원 5명은 본원과 떨어진 별도 건물에 있다는 점, 그리고 외부 교육용 회선에는 게임 접속 차단 필터가 걸려 있지 않다는 맹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보안의 빈틈을 찾아내 방어해야 할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방종을 위해 보안의 허점을 가장 먼저 파고든 셈이었다.

 

어쩌다 한 번 머리를 식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한 연구원의 접속 기록은 하루 무려 8시간 53분에 달했다.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오롯이 전장에 머문 셈이었다. 또 다른 동료 역시 하루 7시간 넘게 접속하며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그들의 일탈은 대담해졌다. 그해 12월, 실험용 인터넷 회선이 차단되자 이번에는 연구소 내부 로컬망을 우회해 기어이 게임 서버 문을 다시 열었다. 사이버 공격을 막아내던 집요함이 고스란히 엉뚱한 탈출구를 찾는 데 쓰였다.

 

영원할 것 같던 ‘사이버 요새의 밀행’은 외부 해킹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동료 연구원의 내부 제보로 끝을 맺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황정아 의원이 밝혀낸 이들의 누적 접속 시간은 최대 90시간 이상이었다.

 

가장 오랜 시간 게임에 접속하고 육아휴직까지 부적절하게 사용해 감봉 처분이 불가피해 보였던 주동자급 직원은 과거에 받은 ‘이사장 표창’ 하나로 징계 수위를 낮췄다. 연구소가 내린 최종 결론은 가장 가벼운 징계인 ‘견책’. 밀린 게임 시간은 휴가 차감과 월급 삭감으로 셈을 치렀다.

 

국가 안보의 최전선에서 날을 세워야 할 키보드는 게임 유닛을 움직이는 데 쓰였고, 공직 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규율은 낡은 상장 하나에 힘없이 무뎌졌다. 국가 사이버 방벽 한구석에 뚫린 구멍은 해커의 악성 코드가 아니라, 안일함과 제 식구 감싸기라는 내부의 묵인 속에서 조용히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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