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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연구 무대·보상 찾아 해외로…한국 AI 인재 유출 비상 [이귀전의 왜-인재전쟁 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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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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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이공계 72.4% “3년 내 해외 이직 고려”…보상·연구환경·경력기회가 변수
한국 근무경력 AI 전문인력 16% 해외서 일해…절반 이상 미국행

인공지능(AI) 경쟁의 무게중심이 기술에서 사람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첨단 모델을 직접 만들어 본 연구자는 극소수이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 빅테크 최고경영자가 직접 영입전에 뛰어들고 수천억원대 보상과 대규모 투자를 내건다. 인재 확보는 개인 채용을 넘어 핵심팀과 기술을 함께 가져오는 거래, 국가의 직접 스카우트, GPU·데이터·연구조직까지 묶은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인재전쟁’ 시리즈는 메타·구글·오픈AI·애플의 인재 쟁탈전에서 출발해 중국의 인재 귀환과 유출 방어, 유럽의 두뇌 순환, 각국 정부의 영입전과 공공 연산자원 경쟁을 따라간다. 또 대학과 기업을 잇는 인재 공급망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인재 유출과 숙련인력 부족의 현실, 해외 인재 유치와 연구환경 개선을 위한 대응을 짚으며 한국이 세계 인재전쟁에서 어디에 서 있는지 살펴본다.

세계 각국이 인공지능(AI) 인재를 빼오고 붙잡기 위한 경쟁에 나선 사이 한국은 국내에서 키운 인재를 지키는 일부터 급해졌다. 국내에서 일하는 20대 이공계 석·박사 10명 중 7명 이상이 3년 안에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고, 한국 근무 경력이 있는 AI 전문인력 가운데 16%는 이미 해외에서 일하고 있다. 더 높은 보상뿐 아니라 연구환경과 경력 기회를 찾아 젊은 인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반면 국내 기업의 AI 인력 수요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20대 이공계 72% “해외 이직 고려”

 

한국은행은 2025년 6월25일부터 7월25일까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함께 국내외 대학·연구소·기업에서 일하는 이공계 석·박사 2694명을 조사했다. 국내 근무자 1916명 가운데 42.9%가 앞으로 3년 안에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젊을수록 해외행 의향이 강했다. 20대는 72.4%, 30대는 61.1%, 40대는 44.3%였다. 단순히 가능성을 생각하는 수준을 넘어 이직 계획을 세우거나 해외기업 인터뷰 등을 진행하고 있다는 응답도 국내 근무자의 5.9%였다.

 

해외 이직을 고려하는 이유는 연봉 등 금전적 요인이 66.7%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돈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연구생태계와 인적 네트워크를 꼽은 응답이 61.1%, 더 나은 경력 기회는 48.8%였다. 국내외 근무자의 연구생태계와 근무여건, 연봉 만족도를 비교해도 해외 근무자의 만족도가 국내 근무자보다 약 1.5배 높았다.

 

경력에 따른 보상 격차도 컸다. 조사 대상 해외 근무자는 경력 13년차에 평균 연봉이 36만6000달러로 정점을 찍은 반면 국내 근무자는 19년차에 12만7000달러로 가장 높았다. 국가별 물가와 직종 등이 달라 액수 자체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은행은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완만하게 오르는 국내 보상구조가 젊은 인재의 해외 이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이직 의향은 실제 인력 이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일하는 한국인 이공계 박사는 2010년 약 9000명에서 2021년 약 1만8000명으로 두 배 늘었다. 2015년 이후에는 바이오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로 나가는 인력이 국내로 들어오는 인력보다 많아졌다.

 

한국은행이 2004∼2024년 직업·경력 플랫폼 링크드인의 근무지 이동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국내 주요 이공계 5개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인력이 전체 순유출의 47.5%를 차지했다. 해외 이동이 젊은 이공계 인력 전반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에서 고급 교육을 받은 인재층에서도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AI 인재 6명 중 1명 해외…절반 이상 미국행

 

AI 분야에서는 해외 근무 규모가 더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한국은행 연구진은 2010∼2024년 한국에서 한 번이라도 근무한 경력이 있는 약 110만명의 링크드인 회원과 이들의 1000만건이 넘는 직무 이력을 분석했다. 머신러닝과 딥러닝, 자연어처리 등 AI 관련 기술을 보유한 인력을 추려 규모와 이동경로를 추정했다.

 

2024년 국내 AI 전문인력은 약 5만7000명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석·박사 학위 보유자가 58%, 공학계열 전공자가 64%였다. 한국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AI 전문인력 가운데 약 1만1000명, 16%는 현재 해외에서 일하고 있었다. 한 해에 1만1000명이 빠져나갔다는 의미가 아니라 한국 근무 경력이 있는 AI 인재 가운데 현재 직장이 해외인 사람의 비중이다. 해외 근무자의 절반 이상인 약 6300명은 미국에 있었다.

 

AI 기술에 노동시장이 얹어주는 추가 보상에서도 차이가 났다. 같은 기업 근무 여부와 근무연도 등 임금에 영향을 주는 조건을 통제한 결과 2024년 한국에서는 AI 기술 보유자가 그렇지 않은 근로자보다 약 6% 높은 임금을 받았다. 미국의 AI 기술 임금 프리미엄은 약 25%였다. 한국 AI 연구자의 절대연봉이 미국의 4분의 1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희소한 AI 역량에 시장이 추가로 지급하는 보상의 차이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됐던 시기를 제외하면 국내 AI 인력의 해외 근무가 꾸준히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딥러닝과 머신러닝 등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추가 보상이 낮은 기술을 가진 인력일수록 해외에서 근무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인재는 해외로…기업 10곳 중 7곳 “더 뽑겠다”

 

국내 AI 인력 수요는 반대로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2025년 10월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국내 기업 400곳을 조사한 결과 앞으로 AI 인력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대기업 69.0%, 중견기업 68.7%, 중소기업 56.2%였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10곳 중 7곳 가까이가 지금보다 AI 인력을 더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AI 인재 확보를 위해 지금보다 더 높은 보수를 지급할 의향도 보였다. 중소기업의 경우 AI 인력에게 일반 근로자보다 평균 13.8% 높은 임금을 주고 있다고 답했지만 앞으로는 추가 보상을 18.2%까지 높일 수 있다고 응답했다. 대기업 역시 현재보다 AI 인력에 지급하는 추가 보상을 확대할 의향을 나타냈다.

한국은행은 국내 AI 인력의 해외 유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의 채용 수요까지 커지면서 AI 인력을 둘러싼 수급 불균형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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