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양영준 김앤장 변호사 “미국은 30년 전에 산업스파이법 마련, 우리도 마련해야” [산업스파이법, 왜 필요한가]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 세계뉴스룸

입력 : 수정 :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구글 선호 매체 등록
“산기법·부경법 등 관련법들 있지만
주로 사기업 간 분쟁에 대한 사후 조치에 중점 있어 불충분
산업스파이법 제정되면 국가안보 차원서
사전 예방, 국경 넘는 효율적 수사, 강력한 처벌 가능해질 것”

“미국은 이미 30년 전에 만들어진 경제스파이법으로 산업스파이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더는 산발적이고 땜질식으로 마련된 법이 아니라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조항이 종합적으로 담긴 단일 특별법을 마련해야 합니다.”

양영준 법률사무소 김앤장 지식재산권그룹 대표변호사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산업스파이 가중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양영준 법률사무소 김앤장 지식재산권그룹 대표변호사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산업스파이 가중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양영준(사법연수원 7기) 법률사무소 김앤장 지식재산권그룹 대표변호사는 국회에서 발의된 ‘산업스파이 가중처벌에 관한 특별법’(이하 산업스파이법) 제정안의 조속한 입법 필요성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내 산업 육성 및 부정경쟁 방지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관련 법안들로는 우리 기업을 겨냥한 외국 정부·기업의 조직적 기술 탈취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며 법망 미비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탈취한 기술의 종류에 따라 처벌 수위를 달리 정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엔 “기술의 가치는 가변적”이라며 반대했다.

 

양 변호사는 1980년부터 김앤장에서 근무하며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영업비밀, 상표, 저작권, 도메인 등 지식재산권 전 분야에서 40년 이상 활동하며 전문성을 확보한 최고권위자다. 그를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산업스파이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는.

 

“최근 5년간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유출만 100건을 넘어설 정도로 그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현행 법령 체계는 외국 정부나 외국 기업이 개입하는 조직적 기술 탈취를 ‘국가안보 침해’로 규율하고 사전 예방하는 데 일부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느낀다. 현행 법령의 경우 개인의 유출·침해 행위를 처벌하는 데 초점이 있다 보니, 범죄의 배후와 불법성에 따라 제재를 세분화하고 예방·수사·재판·국제공조·피해구제를 하나로 연결하는 단일 특별법의 필요성이 있다. 더는 땜질식으로 마련된 기존 법률들로 대처해선 안 된다.”

 

양영준 법률사무소 김앤장 지식재산권그룹 대표변호사. 이재문 기자
양영준 법률사무소 김앤장 지식재산권그룹 대표변호사. 이재문 기자

―법망 미비로 인한 기술유출 피해구제의 어려움은.

 

“조직적인 해외 유출 행위의 경우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대부분의 증거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증거의 수집과 유출행위의 입증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기술유출 피해기업 입장에선 신속한 대응을 통해 유출된 기술의 사용과 추가 유출을 막는 것이 시급한데, 기업 등이 조직적으로 유출자를 유인하고 유출 행위에 관여한 정황이 있더라도 그러한 행위들이 해외에서 이뤄질 경우 이를 밝혀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산업기술 유출 행위가 증가하고 그 형태가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어 그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해외에서 이뤄지는 침해 행위에 대해선 여러 국가와의 공조가 필요하고, 이러한 부분들이 제도적으로 구비될 필요가 있다.”

 

―기술유출 피해기업들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이미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그 구제를 위해 피해회사가 내부 인력을 투입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소모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거쳐서 법적 절차를 진행했음에도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침해자가 형사적인 처벌도 낮은 수준으로 받아 위하적 효과(처벌 가능성으로 범행 억제)가 작은 경우들이 있어 의뢰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있었다.”

 

양영준 법률사무소 김앤장 지식재산권그룹 대표변호사. 이재문 기자
양영준 법률사무소 김앤장 지식재산권그룹 대표변호사. 이재문 기자

―산업스파이들의 기술유출 수법은.

 

“우리 기업의 임직원에게 접근해 해외에 있는 회사에 채용한 뒤 그 임직원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자료나, 그가 알고 있는 비밀정보를 취득하는 방법이 통상적이다. 보안체계가 엄격한 대기업들의 경우 예방과 교육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고 장비, 소재 관련 협력업체들을 통해 유출하려는 시도도 있는 것으로 안다. 최근엔 국내 법인을 인수한 후 본래 사업목적과 다르게 국내 다른 회사의 기술인력을 채용해 비밀리에 기술을 취득하려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처럼 점점 그 수법이 다양해지고 비밀리에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피해기업을 현실적으로 구제할 방안은.

 

“형사고소나 민사 가처분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사후적인 구제책이다. 침해의 증거 상당 부분이 상대방에게 있지만, 국내 소송에선 아직 디스커버리 제도가 존재하지 않아 형사 수사 과정에서의 압수수색에 많이 의존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가 얼마나 확보되는지에 따라 법적 조치의 성공 여부가 크게 달라지는 측면이 있어서, 침해의 배후가 해외에 있는 경우에는 국제형사사법공조의 실효성 확보가 병행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술유출범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산업기술보호법(산기법)이 지난해 7월 개정돼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의 법정형이 3년 이상 유기징역 및 65억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되기는 했지만 개정된 지 얼마 안 됐고, 양형기준에 따르더라도 감경사유가 폭넓게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범행이 은밀하게 이뤄지는 특성상 입증이 쉽지 않은 이유도 있다. 아울러 사회 전반적으로 무형자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엔 재산의 가치가 건물이나 물건 등에 집중돼 있었다면 지금은 기술, 데이터와 같은 무형자산으로 옮겨가고 있다. 유형자산보다 무형자산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고, 가치도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무형자산의 피해는 유형자산과 달리 개인에 국한하지 않는다. 한 기업을 넘어 연계기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크다.”

 

양영준 법률사무소 김앤장 지식재산권그룹 대표변호사. 이재문 기자
양영준 법률사무소 김앤장 지식재산권그룹 대표변호사. 이재문 기자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 및 이에 준하는 단체’로 넓힌 형법 98조 개정 간첩법이 시행됐는데.

 

“개정 간첩죄가 처벌하는 대상 정보는 ‘국가기밀’에 한정되는데, 회사들이 민간 영역에서 개발·보유하고 있는 반도체 등 산업계의 핵심기술은 국가기밀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거나 논란이 있을 수 있어 간첩법만으로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또한 외국 정부가 관련된 경우 간첩죄로 규율할 수 있지만, 외국의 민간 기업만이 관여된 경우라면 간첩죄로 규율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어 보인다.”

 

―산기법, 부정경쟁방지법(부경법) 등으로는 역부족인가.

 

“지금까지 기존 법령 체계 및 그 운영의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최근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경제, 국가안보라는 이익을 보호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부경법의 보호대상은 영업비밀로 기업·개인의 사적인 재산권을 침해하는 범죄를 다룬다. 산기법의 경우에도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침해를 중점적인 보호이익으로 두고 있다. 이와 달리 산업스파이법은 보호대상을 ‘국가핵심산업정보’로 규정해 공급망 유지와 국가안보 측면에서의 보호이익과 취지가 구분되며, 이를 보호하기 위한 특유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이는 미국의 경제스파이법, 영국의 국가안보법, 중국의 반간첩법, 대만의 국가안전법과 같이 각국의 입법 경향과 각 국가의 중요기술을 탈취하는 경우 엄벌하고 있는 국제적인 추세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의 산업스파이 처벌 주요 사례는.

 

“미국은 이미 30년 전인 1996년에 경제스파이법을 만들었다. 이후 ‘리우 듀폰 사건’에서 연방 배심원이 유죄 평결을 내렸다. 글로벌 화학기업인 듀폰의 핵심기술을 월터 리우(Walter Lian-Heen Liew)란 인물이 듀폰 내부자를 포섭해 중국 국영기업에 빼돌렸다가 적발된 사건이었다. 2014년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리우의 20개 혐의를 모두 유죄라고 판단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2780만달러 몰수, 51만달러 배상금 처분도 내렸다. 미국의 핵심기술을 조직적으로 가로챈 대표적인 산업스파이 범죄였다. 이처럼 중형을 선고한 이유는 ‘기술유출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산기법 등 개정으로도 기술탈취에 대응하기 어렵나.

 

“산업스파이법은 입법 취지가 기존 법률과 달리 국가안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보호대상도 국가핵심산업정보로서 기존 법률과는 체계가 달라 이를 법률로 제정하는 것이 더 정합적일 수 있다고 본다. 예컨대 사건 특성상 신고자, 증인에 대한 신변 보호조치에 대한 규정, 국제공조를 할 수 있도록 한 규정들은 기존 법률의 개정으로는 잘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기존 법률들을 일일이 개정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실효성을 담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산업스파이법 제정 시 기대효과는.

 

“외국 정부나 외국 법인이 배후에 있는 기술탈취 범죄에 대해 처벌 수위를 강화함으로써 침해 행위를 근절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본다. 또한 실행의 착수에 이르기 이전의 예비·음모도 처벌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어 피해가 실질적으로 발생하기 이전에 이를 차단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양영준 법률사무소 김앤장 지식재산권그룹 대표변호사. 이재문 기자
양영준 법률사무소 김앤장 지식재산권그룹 대표변호사. 이재문 기자

―입법 과정서 국회가 짚어야 할 점은.

 

“기술탈취 방지도 중요하지만, 형사처벌을 규정하는 법률인 만큼 구성요건이 명확해야 할 것이다. 현행 발의안을 보면 국가핵심산업정보가 폭넓게 규정돼 있는데 산업계, 법조계의 의견을 수렴해 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보호대상이 적절하게 규정돼 있는지 검토해 본다면 법안의 완성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본다.”

 

―탈취한 기술의 종류에 따라 처벌 수위도 달리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다.

 

“기술의 종류 자체를 법정형 차등의 기준으로 삼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기술의 경제적·안보적 가치는 시장 상황과 국제정세에 따라 급변하므로 특정 기술 카테고리를 법률에 고정하면 신종 융합기술 유출 시 ‘어느 등급’에 속하는지 다투느라 수사력과 재판 기간이 낭비될 수 있다. 기술에 대한 각기 다른 시각이 존재하는 만큼 불필요한 논쟁과 혼란이 커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기술 탈취가 적국을 위한 것인지 비적국을 위한 것인지에 따라 처벌을 달리해야 하나.

 

“적국이냐 비적국이냐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국제정세에 따라 얼마든 바뀔 수 있다. 어떤 나라를 위해 범행했는지에 따라 처벌 수위를 달리 하는 것을 법으로 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피니언

포토

에스파 지젤, 레깅스로 드러낸 명품 힙라인…글래머 몸매 '눈길'
  • 에스파 지젤, 레깅스로 드러낸 명품 힙라인…글래머 몸매 '눈길'
  • 천우희, 김남길과 팔짱 끼며 '다정 케미'…화기애애
  • 신민아, 파리에서 근황
  • 김연경-부승관 '환상의 콤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