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급증하면서 올해 2분기 국내 기업의 순자금운용 규모가 67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가계에서 은행 예금을 빼서 주식 투자를 하는 흐름도 뚜렷했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자금순환 잠정 통계에 따르면, 비금융 법인기업의 올해 2분기 순자금 운용 규모는 67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9년 1분기 이후 역대 최대 규모로, 이전 최대치는 올해 1분기 20조8000억원이다. 순자금운용은 금융자산 거래액(자금운용)에서 금융부채 거래액(자금조달)을 뺀 값이다. 기업의 순자금운용이 급증했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들의 여유자금이 많아 금융자산으로 운용했음을 의미한다.
비금융 법인기업 자금 운용 규모는 올해 1분기 137조원에서 2분기 267조1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 역시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다. 기업들은 보유 자금으로 금융기관에 예치(84조3000억원)하거나 채권(16조3000억원), 지분증권·투자펀드(21조5000억원)에 투입했다.
김용현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반도체 호조에 따른 기업 이익 증가로 기업의 순자금운용이 확대됐다”며 “기업들이 급증한 여유 자금으로 금융 활동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올해 2분기 순자금 운용액은 60조7000억원으로, 1분기(79조2000억원)보다 18조5000억원 감소했다. 가계소득 감소, 주택 순취득 증가 등으로 가계 여유 자금이 줄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가계의 2분기 자금 운용 규모는 88조5000억원으로 이 중 금융기관 예치금이 29조4000억원에서 마이너스 23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예치금에서 빠져나간 돈 중 상당수는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었다. 국내외 지분증권·투자펀드 운용액은 1분기 61조4000억원에서 2분기 101조6000억원으로 불었다. 세부적으로는 거주자 발행주식이18조3000억원에서 67조2000억원으로, 투자펀드 지분이 28조5000억원에서 35조6000억원으로 각각 급증했다. 비거주자 발행주식(해외주식)은 14조5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이 됐다.
주식 평가액 증가 등의 영향으로 가계 금융부채 대비 자산 배율은 1분기 2.60배에서 2분기 2.78배로 높아져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김 팀장은 “가계의 예금취급기관 단기 저축성 예금이 33조6000억원, 장기 저축성 예금이 5조4000억원 인출됐으나 거주자 발행주식 및 출자지분과 투자펀드 지분은 모두 사상 최대였다”고 말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분기 말 81.1%로 집계됐다. 1분기말(85.3%)보다 4.2%포인트 하락해 2016년 2분기(80.2%)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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