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 아니나 수사 적법성 담보 등 차원서 필요
최재민 서울중수청장 “성공적 안착 위해 전력”
수사에 착수할 채비를 갖추지 못한 채 출범해 ‘개문발차’ 논란에 휩싸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영상녹화조사실이 단 한 곳도 설치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영상녹화조사실은 피의자나 참고인 등의 조사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시설로, 수사의 적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공간이다.
7일 중수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에 제출한 ‘영상녹화조사실 설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현재 중수청 본청과 6개 지방청에 영상녹화조사실이 설치되지 않았다. 중수청은 윤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에서 “사무 환경 조성 공사를 통해 영상녹화조사실과 관련 장비를 청별 수사 부서 규모에 맞게 연내 구축 완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영상녹화조사실은 피의자·피해자 또는 참고인 신문·조사 과정을 영상녹화할 때 쓰는 공간이다. 앞서 검찰은 검찰사건사무규칙을 통해 피의자 조사 과정을 녹화하기 전 검사가 영상녹화 사실 등을 고지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영상녹화 기록은 강압수사 여부 등을 판별하는 자료로 활용돼 피의자나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기능을 해왔다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다만 수사기관의 영상녹화조사실 설치가 법적으로 의무는 아니다. 그러나 지난 8월 검찰청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중수청 임용설명회에서 영상녹화조사실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의 설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전히 수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있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중수청은 기존 검찰청의 중대범죄 수사 기능을 넘겨받아 2일 문을 연 신설 기관이다.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마약·국가보호·방위산업·사이버)와 법왜곡죄 사건 등이 수사 대상이다. 정부의 타임테이블에 맞춰 출범은 했지만, 수사인력 확보와 인프라 구축 등 과제가 산적해 개문발차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일단 중수청 각 지방청은 고소·고발 건을 담당 부서에 배당하기 시작했다. 서울중수청 반부패수사국은 전날 반부패1과에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 고발 사건을 배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기업인 네이처셀의 주주 등으로 구성된 시민단체 비전코리아는 중수청 출범일인 2일 오 처장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식약처가 심사 과정에서 경쟁사 관계자를 심의위원으로 참여시키는 등 직무를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방중수청 수장이 이날 취임했다. 최재민 서울지방중수청장은 취임사에서 “이 조직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며 구성원들을 향해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특히 “수사권을 행사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며 “혐의와 무관한 자료까지 광범위하게 확보하는 압수수색, 다른 혐의를 찾아 끝없이 범위를 넓히는 수사, 뚜렷한 이유 없이 장기간 이어지는 수사와 같은 과거의 잘못을 이름만 바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 청장은 아울러 “중수청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 수사 역량을 갖추어달라”며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수사 도구의 활용 능력을 높이고, 각 분야의 전문가를 통한 실무교육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강철같은 유대로 팀워크와 인화를 이루어달라”거나 “철저한 자기관리로 국민 앞에 떳떳한 자세를 지켜달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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