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의 반도체가 계산
디지털은 사실 거대 산업시설
편리함에는 늘 자원이 뒤따라
인공지능(AI)에게 질문을 던지면 몇 초 만에 대답이 돌아온다. 구내식당 저녁 메뉴를 물어도 되고 긴 보고서를 요약해 달라고 해도 된다.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하면 그림도 그린다. 손가락 몇 번 움직였을 뿐이다. 연기도 나지 않고 쓰레기도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AI를 물질이 없는 존재처럼 생각하기 쉽다.
‘클라우드’라는 말도 한몫한다. 구름 어딘가에서 지능이 내려오는 것 같다. 하지만 진짜 구름은 물방울로 이루어져 있다. AI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질문을 던지는 순간 어딘가의 데이터센터에서 수많은 반도체가 계산한다. 전기가 흐르고 열이 난다. 그 열을 식혀야 한다. AI는 전기를 먹고 물을 마신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는 2024년 약 415TWh의 전기를 썼다. 세계 전력 소비의 약 1.5%다. IEA는 이 양이 2030년 약 945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AI용 고성능 서버가 증가의 중요한 원인이다. 데이터센터는 한곳에 집중해 들어서는 경우가 많아 지역 전력망에 큰 부담을 준다.
전기를 먹기만 하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컴퓨터가 쓰는 전기는 결국 대부분 열이 된다. 서버 수천, 수만 대가 한곳에서 돌아가면 열을 빼내는 것 자체가 큰일이다. 효율이 높은 대형 데이터센터에서는 냉각이 전체 전력 사용량의 7% 정도지만, 효율이 낮은 곳에서는 30%를 넘기도 한다. 냉각탑을 쓰는 시설은 물을 증발시켜 열을 버린다. 그래서 데이터센터의 입지를 정할 때는 전력뿐 아니라 물 사정도 살펴야 한다.
생각해 보면 지능은 원래 비싸다. 인간의 뇌는 몸무게의 약 2%에 불과하지만 안정 상태에서 몸이 쓰는 산소의 약 20%를 소비한다. 에너지로 환산하면 약 20W다. 24시간이면 약 480Wh다. 작은 전구 하나를 종일 켜놓는 양이다. 적어 보이나? 사람이 하루 동안 2000㎉를 먹었다면 뇌가 413㎉를 소모한 셈이다. 가만히 누워 있다고 해서 뇌가 쉬는 것도 아니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뇌의 에너지 소비는 크게 줄지 않는다. 진화는 생각하는 능력을 공짜로 주지 않았다.
AI도 마찬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AI의 위와 허파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발전소와 송전망, 변전소와 냉각장치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화면에 뜬 대답만 보고 그 뒤에 붙어 있는 거대한 몸은 생각하지 않는다.
효율이 높아지면 문제가 해결될까. 꼭 그렇지는 않다. 1865년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는 ‘석탄 문제’에서 석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면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을 반박했다. 효율이 높아지면 비용이 낮아지고 활용 범위가 넓어져 오히려 전체 소비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훗날 ‘제번스의 역설’이라 불린 생각이다.
AI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한 번의 AI 작업에 필요한 에너지는 빠르게 줄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는 더 늘고,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와 영상, 복잡한 추론까지 맡긴다. 한 번 계산하는 데 드는 전기가 줄어도 계산을 백 번, 천 번 더 하면 전체 사용량은 늘어난다.
그래서 “AI 강국이 되자”는 말에는 생각보다 많은 질문이 숨어 있다. 반도체를 얼마나 만들 것인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데이터센터를 어디에 세울 것인가, 전기는 어디서 만들 것인가, 송전망은 충분한가, 물은 어디서 가져올 것인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혜택은 전국이 누리는데 발전소와 송전선, 데이터센터의 부담은 특정 지역이 떠안는다면 그것 역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가 된다.
우리가 ‘디지털’이라고 부르는 세계가 사실은 발전소와 전선, 냉각수와 금속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산업시설이라는 사실은 AI 시대에 더욱 선명해졌다. 화면은 가볍지만 그 뒤의 세계는 결코 가볍지 않다. 편리함에는 늘 자원이라는 청구서가 따라온다.
세상에 몸 없는 지능은 없다. 인간의 생각 뒤에는 포도당과 산소가 있고, AI의 대답 뒤에는 전기와 물이 있다. 우리는 더 똑똑한 AI를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이제 그 AI가 무엇을 먹고 무엇을 마시는지도 함께 물어야 한다. 그것까지 생각하는 것이 AI 시대를 준비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21세기 흑사병](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10/07/128/20261007520462.jpg
)
![[세계포럼] 커지는 통일무용론](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04/128/20260304519968.jpg
)
![[세계타워] 병역특례 논란을 보면서](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8/12/128/20260812523154.jpg
)
![[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왜 어깨를 두드리면 안 돼?](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10/07/128/20261007520270.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