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찬 감독이 정관장의 사령탑을 잡으며 V리그 판으로 다시 돌아왔다. 2022~2023시즌이 한창이던 2023년 1월 흥국생명 감독직에서 경질된 지 3년 9개월 만이다.
정관장은 2026~2027 V리그 미디어데이를 하루 앞둔 지난 6일 “차기 시즌을 이끌 신임 사령탑으로 권순찬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년이다.
정관장의 사령탑 자리는 오래 비워져 있었다. 지난 1월 선수단 회식에서 코치의 성추행이 있었다는 사실이 7월에야 뒤늦게 알려졌다. 그 사실이 알려지기 전부터 선수단을 떠나있었던 고희진 감독은 사건에 책임을 느낀다며 지난 8월 자진사퇴했다. 감독과 코치의 공백이 생긴 김성현 전 현대건설 수석코치를 소방수로 불러 다가올 시즌 준비를 맡겼고, 신임 사령탑을 물색했다.
신임 사령탑 선임 작업이 늦어진 것은 그만큼 정관장이 심혈을 기울였다는 의미다. 불미스런 사건으로 흔들리는 팀을 안정화시켜 선수들이 배구에 전념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현재의 성적과 미래의 육성까지 맡길 수 있는 최적의 지도자를 찾았다. 영입 리스트를 작성해 이력서 및 기획안을 받는 공모 형태를 취했다. 배구 철학과 팀 운영의 방향성은 기획안뿐만 아니라 면접을 통해 다층적으로 확인했다. 최종 면접은 네 명이 본 것으로 알려졌는데, 권순찬 감독이 최적임자로 확정됐다.
정관장 배구단 관계자는 “권순찬 감독의 풍부한 지도 경험과 선수 육성 역량, 소통을 중시하는 리더십이 팀의 조직력과 경기력을 강화해, 정관장 배구단을 새롭게 도약시킬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앞으로 신임 감독과 함께 팀의 안정화에 힘쓰고, 팬들께 즐거움을 선사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순찬 감독은 구단을 통해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각자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겠다"며 "팀이 함께 성장하고 매 경기 발전하도록 노력할 것”라고 전했다.
현역 시절 뛰어난 배구 센스와 이해도, 1m95의 신장에도 블로킹 센스까지 뛰어나 세터를 제외한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자랑했던 권 감독은 일찌감치 유니폼을 벗었지만, 고교 배구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우리캐피탈과 대한항공, KB손해보험의 코치직을 맡으며 프로배구 판에서도 잔뼈가 굵었던 권 감독은 2017년부터 2년 동안 KB손해보험 사령탑을 맡았다.
여자 프로배구와도 인연이 있다. 2022~2023시즌을 앞두고 흥국생명의 사령탑을 맡았다. 해당 시즌 3라운드까지 14승4패, 2위로 순항했지만, 3라운드를 마친 이후 갑작스런 경질 통보를 받았다. 성적이 좋았기에 명분이 부족했던 석연치 않은 경질이었다. 흥국생명이 내세운 이유는 “구단과 방향성이 다르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로테이션 등 오더는 물론 선발 라인업, 일부 유망주 선수 기용 등 구단 윗선의 부적절한 개입이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
물러난 이후에도 구단 윗선 개입의 폐해를 폭로하며 맞섰던 권 감독으로선 정관장 사령탑으로 V리그 판에 돌아와 명예회복의 기회를 얻게 됐다. 자연스럽게 다가올 2026∼2027시즌은 정관장과 흥국생명의 맞대결은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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